경영 상황 악화로 올해 1억 달러 손실이 예상되는 워싱턴포스트(WP) 소속 기자들이 대량해고 위기를 앞두고 파업에 돌입했다. 48년 만에 최대 파업으로 지난해엔 뉴욕타임스(NYT)가 40여 년만에 전면 파업하는 등 미디어 업계 침체로 미국 유력지들이 연이은 파업에 들어가고 있다.

▲ 워싱턴포스트 사옥. 사진=flickr
▲ 워싱턴포스트 사옥. 사진=flickr

지난 7일(현지시간) 기자를 포함한 750명 이상의 WP 직원들이 24시간 파업을 선언하며 제작을 거부했다. 노동조합은 18개월 동안 진행한 노사 협상에 사측이 불성실하게 임했으며 자발적이지 않은 ‘바이아웃’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사라 카플란 조합장은 “우리와 공정하게 일하려면 직원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WP 노조엔 직원 전체 75%가 가입하고 있다.

노동자에 일정 금액을 주고 인력감축이 가능토록 한 ‘바이아웃’ 조항에 대한 의견차가 핵심이다. WP는 지난 10월 자발적 희망퇴직 방식으로 전직원 10%에 해당하는 240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희망퇴직자가 목표치에 달하지 못하자 12월 중순까지 ‘바이아웃’ 조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리해고를 실시하겠다고 CEO가 선언했다. 노동조합은 사실상 강제적인 해고라며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노조는 정신건강 복지, 재택근무 정책,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3년간 연 4% 인상을 제안했지만 사측은 첫해 2.25%, 이후 2%, 2%로 맞서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연방노동법을 위반했다며 4건의 부당 노동 행위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WP 대변인은 “조합원들의 파업권을 존중한다”며 “독자가 영향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7일 나온 워싱턴포스트 파업 기사.
▲ 7일 나온 워싱턴포스트 파업 기사.

WP는 업계 침체를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억 달러 적자가 예상되며 지난 1월에도 20명 해고를 포함해 직원 50명을 감축했고 사업 축소 일환으로 온라인게임과 어린이 섹션도 없앴다. 디지털 전환에 안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유료구독자 수도 2020년 대선 때 300만 명에서 지난 7월 기준 250만 명으로 줄었다. WP, CNN 등 ‘고품격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유력언론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자 현지에선 좋은 저널리즘과 수익성은 양립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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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최근 잦은 리더십 교체를 겪었다. 제프 베이조스의 낙점으로 2014년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됐던 프레드 라이언이 지난 8월 사퇴했고 아마존 이사회 멤버 패티 스톤사이퍼가 임시로 CEO직을 맡았다. 그러다가 지난 4일 WP는 윌리엄 루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 CEO를 신임 CEO 겸 발행인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WP는 자사 노조 파업을 기사로 보도하며 “이번 파업은 전 세계 미디어 업계를 뒤흔든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경영진 교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WP의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 노조도 지난해 12월 1100여명이 24시간 파업에 동참했다. 역시 임금 인상, 재택근무 등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지난 5월 노사가 2년 협상 끝에 합의를 이뤄냈다. 당시 보도된 합의안에 따르면 연간 10만 달러 이하를 버는 노동자는 즉각 12.5%의 임금 인상률이 적용되며 연간 16만 달러 이상 버는 노동자는 임금이 10.6% 인상됐다. 연 최저 급여도 약 3만7500달러에서 6만5000달러로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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