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권운동가 방정환이 참여해 만든 잡지 <어린이>가 올해 창간 100주년이다. <어린이>는 일제에 주권을 뺏긴 환경에서 1923년 3월호를 시작으로 1935년 7월까지 12년간 총 122권을 발행하면서 존중의 뜻을 담은 ‘어린이’란 표현을 널리 알렸다. <어린이>가 어린이의 ‘놀 권리’를 주장하며 어린이를 주체로 설정한 잡지로 평가받는데 관련해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어린이> 정신을 담아 2005년 12월 보리출판사가 창간한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놀이터>에 주목해봤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린이문화연대와 지난 5일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방정환 선생님은 일제 침략기 황국신민화 노예 교육에 맞서 우리 겨레 어린이들이 ‘참된 사람으로 스스로 배우고 서로 도우며 기쁘게 살면서, 당당하게 자라날 것’을 소망했고 이에 어린이 잡지 <어린이>를 창간했다”며 “<개똥이네놀이터>는 방정환 <어린이>지와 이오덕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정신을 바탕으로 윤구병 선생님이 보리출판사 대표로 계실 때 창간했고 이미 200호를 훌쩍 넘어섰고 올해로 18주년을 맞이했다”고 소개했다. 

▲ 개똥이네놀이터 누리집 갈무리
▲ 개똥이네놀이터 누리집 갈무리

장정희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책임연구원(방정환연구소 이사장)은 <개똥이네놀이터>가 창간되기 전 2003년 11월 ‘어린이문화연대 준비모임’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어린이 운동단체의 연대 모임’(가칭 한국어린이운동단체협의회)을 만들고 연대의 매체로 어린이 잡지 만들기를 추진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어린이문화연대가 결성되진 못했지만 “잡지 창간과 단체 결성이 서로 기획·자문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방정환은 1921년 ‘소년회’를 먼저 만들고 1923년 <어린이> 잡지를 창간해 <어린이>가 그들의 무대가 되도록 했다. <어린이> 창간과 거의 동시에 ‘색동회’를 만들어 어린이 조직(소년회), 어린이 잡지, 어린이 문화운동단체(어른 중심)가 선순환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놀이터’ 내건 잡지, ‘어린이’ 창간 정신 

<개똥이네놀이터>는 제호부터 ‘놀이터’라고 내세웠는데 이는 방정환이 <어린이> 창간호에 내세운 정신이라고 했다. 

“교훈담이나, 수양담은 학교에서 많이 듣는고로 여기서는 그냥 재미있게 읽고 놀자, 그러는 동안에, 모르는 동안에 제절로 깨끗하고 착한 마음이 자라가게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이 책을 꾸몄습니다.” (<어린이> 1923년 3월호 ‘남은잉크’)

다음은 황윤옥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이 <개똥이네놀이터> 창간 당시 쓴 글이다. 황 총장은 이후 <개똥이네놀이터> 편집위원으로 참여한다. 

“아이들이 노는 것은 어른들의 배려가 아니라 아이들이 본래 가진 권리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연과 놀이와 이야기와 더불어 자라야 한다고 말하는 잡지 <개똥이네놀이터>가 지금 꼭 필요하다.” 

▲ 개똥이 신문 200호 기준으로 개똥이 기자는 총 918명이다
▲ 개똥이 신문 200호 기준으로 개똥이 기자는 총 918명이다

장 책임연구원은 “<개똥이네놀이터> 창간호부터 시작된 ‘자연이랑 놀자’, ‘이야기는 이야기’, ‘놀고 먹고 만들고’ 타이틀은 11호까지 1년 가량 지속됐는데 이는 기획 방향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세 가지 키워드인 ‘자연’, ‘이야기’, ‘놀이’ 요소는 꼭지명이 조금씩 달라지긴 해도 (예를 들어 ‘산 들 바다랑 놀자’, ‘이야기 속에 풍덩’, ‘놀고 일하고 배우고’) <개똥이네놀이터>의 변하지 않는 내용·구성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개똥이네놀이터>는 자연친화적 소재를 많이 다루는데 도시 아이들이 접하기 힘든 자연의 모습을 설명 글과 함께 선명하고도 부드러운 선과 색채의 그림으로 제시해 자연을 보다 가깝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며 “자연 생명체에 대한 섬세한 세밀화 그림과 박물학적 관찰 지식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개똥이네놀이터>가 독보적인 어린이 잡지이며 보리출판사의 자연도감 시리즈와 연계해 다룰 수 있는 점도 강점”이라고 했다. 

또 다른 키워드인 ‘이야기’ 관련해서는 창간호부터 장편 연재동화 ‘랑랑별 때때롱’을 연재한 권정생의 글이 인상적이다. 

“나는 생활 동화나 판타지 동화나 서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현실과 꿈(판타지)을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현실을 살면서 판타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나는 여름이면 밤 하늘의 별을 오래오래 쳐다봅니다. 그래서 ‘랑랑별 때때롱’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장 책임연구원은 “안정적인 연재 창작동화 작품과 역량있는 작가 발굴을 위해 2020년부터 창작동화 공모전을 실시해 그 수상작을 12회로 분재해 연재한 후 창작동화집 출간으로 연결했다”고 했다. 또 “창작동화 못지않게 소중한 행보는 ‘옛이야기’를 살려 새 콘텐츠로 이 시대 어린이와 만나게 해주는 ‘옛이야기 나와라 뚝딱!’ 시리즈와 연재만화 시리즈”라고 했다. 

마지막 키워드인 ‘놀이’에서 주목할 부분은 ‘부록 말판놀이’다. 놀잇감이 많지 않았던 100년 전 방정환은 <어린이> 독자들이 놀 수 있도록 ‘말판’을 제작했는데 장 책임연구원은 “<어린이>의 히트작”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인기가 많았던 대표적 말판은 ‘조선일주 말판’, ‘세계일주 경쟁 말판’, ‘어린이 출세 말판’, ‘동물경쟁 말판’, ‘조선 13도 고적순례 말판’, ‘조선 자랑 말판’, ‘세계발명 말판’ 등이다. 

▲ '어린이' 잡지 조선십삼도고적탐승 말판. 사진=한국방정환재단
▲ '어린이' 잡지 조선십삼도고적탐승 말판. 사진=한국방정환재단
▲ '개똥이네놀이터' 별책부록 말판 목록. 자료=장정희
▲ '개똥이네놀이터' 별책부록 말판 목록. 자료=장정희

장 책임연구원은 “영상 시대에도 <개똥이네놀이터>가 어린이 문화를 기록하는 역사 기록자로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잡지가 아니면 우리 말의 보고, 한글의 풍부한 어감과 결을 남기고 전할 수 없다”고 어린이 잡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똥이네놀이터>를 중심으로 방정환의 ‘어린이 해방 사상’을 전면에 내세운 어린이 운동단체를 만들고 어린이 단체들이 연대해 함께 운동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제호 ‘개똥이’에 대해선 개선 필요성을 말했다. 그는 “어른 입장에서는 귀여운 말이지만 진정 어린이 입장에서 반갑고 고마운 이름인지 모르겠다”며 예시로 <개똥이네 놀이터가 있는 어린이 마을>로 정하면 기존 제호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더 큰 어린이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