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보수 기독교 집회에 참석해 불거진 논란에 대해 지상파 3사 중 KBS ‘뉴스9’만 이를 다루지 않았다는 지적이 KBS 내부에서 제기됐다.

원희룡 장관은 본인의 후임 장관이 지명된 4일 경주에서 열린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5일 CBS 노컷뉴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원희룡 장관은 연단에서 “오늘 장관 명단이 발표가 됐다. 국토부 첫 장관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발표를 받고 여러분을 뵈러 온 게 처음 일정”이라고 밝혔다. 노컷뉴스는 ‘장로연합’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집회 대부분이 전광훈 목사 발언으로 채워졌다고 했다.

이어진 간증 발언에서 원희룡 장관은 “공산주의와 이념에 의한 인간의 지배, 그리고 인간의 우상, 이걸 꿈꾸는 북한과 주변에 이런 기운을 우리가 믿음, 헌신, 희생으로 이겨내고 자유, 복음, 통일을 이룰 뿐 아니라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앞장서는 제사장 나라로서 빛을 발할 때가 왔다”며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총선에서의 험지 출마 의사를 밝혔던 원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발언으로 해석됐다.

▲2023년 12월 6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2023년 12월 6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2023년 12월 6일 SBS 8뉴스 갈무리
▲2023년 12월 6일 SBS 8뉴스 갈무리

이날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은 저녁 시간대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관련 뉴스를 앞 순서에 배치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3번째 리포트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4월, 전 목사의 당무 개입 논란으로 내홍을 겪은 뒤 전광훈 세력과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원 장관도 제주도 지사였던 지난 3년 전 코로나19 당시 태극기 집회를 강행하는 전 목사를 강하게 비판한 적 있다”며 “원 장관은 이번 집회에서 전 목사와는 만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행사장을 빠져나가다 발걸음을 돌려 인사를 하는 듯한 영상도 포착되면서,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극우세력과 손을 잡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SBS ‘8뉴스’는 4번째 리포트를 통해 “원 장관이 떠난 뒤 단상에 오른 전광훈 목사는 원 장관을 치켜세웠다”고 전한 뒤 “국민의힘이 거리를 둬온 전 목사와 같은 행사에 참석한 걸 두고 뒷말이 일자 원 장관은, 간증요청을 받아 갔을 뿐 전 목사와는 대기실에서 잠시 만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KBS ‘뉴스9’는 원 장관의 이 같은 행보를 보도하지 않았다. 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4사 등 7개 주요 방송사 가운데 원 장관의 보수 기독교 집회 참석을 전하지 않은 곳은 KBS를 비롯한 채널A, TV조선, MBN 등이다.

JTBC ‘뉴스룸’의 경우 6번째 리포트에서 “개각 발표로 총선 출마 길이 열린 후 원 장관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대구 경북의 기독교 행사였다”며 “행사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측의 주도로 진행됐는데, 전 목사는 원 장관을 공개 칭찬했다”고 보도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페이스북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페이스북

이는 다음날인 6일 KBS 내부 편집회의에서 KBS 기자협회의 지적 사항으로 제기됐다. 타 지상파, 나아가 JTBC는 원 장관 행보에 대한 리포트를 제작해 메인뉴스 프로그램에 전진배치했는데 KBS는 리포트도 단신도 없었다는 것이다.

KBS 취재1주간은 “정치적 사안은 매일의 사건 사고와 같은 건 아니어서 흐름을 좀 봐야 한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다른 흐름과 엮어서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내용은 KBS 보도 게시판에 게재됐다.

원희룡 장관의 보수 기독교 집회 참석은 정치권에서도 주요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국민의힘이 거리두기에 나섰던 ‘태극기 부대’ 등과 다시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관련 행보에 대한 여러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처가 양평 고속도로 중점 논란의 한복판에 섰던 원희룡 장관은 개각 발표가 되었지만 현직 장관의 신분으로 전광훈 집회에 참석해 논란”이라며 “원희룡의 말로 원희룡을 때리는 것 같아 원희룡이 처연해 보인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홈페이지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홈페이지

본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원 장관은 6일 본인 SNS를 통해 “저의 소신은 보수의 혁신과 통합, 그리고 중도외연확장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주장은 저와 맞지 않는다”며 “게다가 저는 아직도 장관의 신분이며 지난 모임은 정치 모임이 아니었다. 특정인이 참석했다고 해서 그를 지지하기 위해서 갔다는 식으로 짜맞추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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