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MBC가 조직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일방적인 밀실 개편”이란 비판이 나왔다. 기존 8본부 23국 14센터 99팀 체제에서 미디어전략본부와 콘텐츠전략본부를 콘텐츠사업본부로 통합하는 등 7본부 21국 11센터 89팀으로 조직 규모를 줄이는 안으로, 경영진은 5일 이사회를 거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경영진은 11월30일 조직개편안을 노조에 공개했고, 안형준 사장은 1일 창사기념사에서 “MBC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더욱 효율적인 구조로 조직을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협력센터 구성원들은 1일 “MBC 조직개편의 역사에서 회사가 돈 버는 조직을 확대, 강화한 적은 있어도 해체한 적이 있었던가”라고 물으며 “한 해 협찬 매출 300억, 제작에 투여되는 외주제작사 인력만 200명이 훌쩍 넘는 조직, 전체 편성 중 30%에 달하는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이 하나의 팀으로 전락했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면 회사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 그리고 전망 등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대화하고 설득했어야 하지만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조직 수의 감소라는 껍데기만 통보받은 지금,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룸 보직자들과 디지털뉴스제작팀, 엠빅뉴스팀 기자들도 “일방적으로 부서 통폐합을 통보받았다. 디지털뉴스제작팀과 엠빅뉴스팀을 합치라는 통보였다. 바보처럼 일했더니 정말 바보인 줄 아나”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메인뉴스 채널과 서브채널 운영 및 문법은 전혀 다르며 조직 운용과 업무 방식도 상이할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과 판단, 실행의 비효율성을 배가시킬 것”이라며 “밀실, 졸속, 일방 조직개편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MBCNEWS 유튜브 채널은 지난해 5월 이후 월 조회수 부동의 1위다. 2023년 연간 총조회수는 55억뷰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기록적 성과를 보였던 지난해보다도 30% 이상 실적을 높였다. 엠빅뉴스도 지상파뉴스 서브채널 중 부동의 1위”라며 “이 같은 활약으로 올해 디지털뉴스룸 총매출은 1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서 통폐합은 일종의 징벌이다. 구성원들은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휴일근무를 자처해가며 일해왔다. 조직 슬림화라는 명분의 희생양이 왜 단연 높은 실적을 입증한 팀이 돼야 하는가”라며 경영진을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서울지부는 “사측은 기능과 역할이 유사한 조직을 통합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흩어져 있던 제작-전략-사업 등을 기능별로 묶어 통합적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라는 게 조직개편의 이유라고 밝혔다”고 전한 뒤 “사측은 조합과 협의를 했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빡빡하게 일정을 잡아 놓고 조합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사실상 차단한 것은 협의가 아니라 통보일 뿐이며, 이는 단협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조직개편의 직접적인 대상인 조직의 구성원들과의 소통도 거의 전무했다는 것”이라며 “마치 군사작전 하듯 전날까지 최고위층에서만 극비리에 작업을 했고, 해당 부문의 국장급에서조차도 개편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얘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새 조직도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은 당혹감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번 조직개편은 ‘조직 슬림화’라는 절대적 목적 외에 조직개편을 통해 추구하는 비전을 찾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기존 조직에서 전문적으로 담당하던 조직들을 무리하게 합치다 보면, 방대하고 이질적인 업무를 감당하기 벅차게 되고, 결국 업무 비효율이 생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지적한 뒤 “일련의 불통 행보는 노사관계의 신뢰를 깨뜨리고 구성원들과의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조직개편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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