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고강도 희망퇴직으로 80명(노동조합 추산)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80명이 회사를 떠나기까지 5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은 회사가 반강제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경영진 책임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노보를 통해 “지금까지 80명 넘는 직원들이 희망퇴직 절차에 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도 부문 내에서는 기자들 포함 총 13명이 희망퇴직 신청서에 서명하거나 구두로 사측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노동조합은 사측이 고용 안정성을 저버렸으며, 희망퇴직 절차를 고압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은 “경영 악화와 일파만파 퍼진 희망퇴직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경영진이 아무도 없는데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11월30일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 노보.
▲11월30일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 노보.

노동조합은 이번 희망퇴직이 반강제적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포함한 임직원들이 작금의 상황에 불만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희망퇴직이 ‘희망한’ 사람들에 한하는 퇴직 절차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절차를 밟은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측이 일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절차에 응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무형, 유형의 압박을 가해왔다. 이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떤 식의 불이익이 발생할지 설명하고 절차에 임하기를 종용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희망퇴직에 응한 JTBC A 기자는 노동조합에 “인사팀에서 연락와서 취재와 무관한 계열사로 발령 날 가능성 등을 언급하니 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퇴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급작스럽게 서명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A 기자는 “절차의 투명성,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회사가 이 같은 절차를 보도국, 편집국에서 다시 시행하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하나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B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회사가 희망퇴직 절차를 작심하고 일부 기자들을 저성과자로 만들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모바일국 소속 선임기자들은 본인 자리에서 시도할 수 있는 취재와 코너 제작 등을 꾸준히 건의했지만 대부분 ‘킬’됐다. 이런 과정을 겪은 많은 선배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됐는데 당사자들은 그간의 일들이 결국 본인들을 내보내기 위한 밑그림이었다는 사실에 분개한다”라고 전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직원들을 경영지원실 산하 C-TF로 보냈다고 했다. 노동조합은 “이 TF로 발령 난 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기자 업무를 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도단말 시스템과 보도국 공간 접근을 불허했다”고 비판했다.

▲사진=JTBC.
▲사진=JTBC.

최근 JTBC는 보도국과 모바일국을 통합하는 개편을 진행 중이다. 노동조합은 “보도부문 내 인원이 단시간 내에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뉴스콘텐트국 개편이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며 “이번 희망퇴직 절차에 응한 기자 11명을 포함해 올 한 해 보도부문에선 기자 18명이 순감했다. 스무 명 가까운 인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남아있는 구성원들은 새로운 결의 고품질 콘텐트를 만들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 셈”이라고 했다.

JTBC 조합원 C씨는 노동조합에 “지상파와 JTBC의 콘텐트 생산량을 계속 비교하는데 그럼 지상파 수준의 인력과 인프라 구축이 선제조건 아닌가”라며 “인력은 감축하면서 콘텐트 생산량은 늘려야 한다고 하니 이번 개편이 더없이 어렵게 느껴진다”라고 했다. 조합원 D씨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나를 포함한 동료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다. 결과물의 관점 말고 우리 기자들의 워크플로우,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이 필요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4일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 역시 성명을 내고 “사직에 응하지 않았다가 알 수 없는 부서로 인사 발령이 난 동료도 있다. 사실상의 퇴사 압박인 셈”이라며 “이번 한 번으로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와 걱정이 팽배하다.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더해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조직은 병들고 있다”고 밝혔다.

JTBC는 10월10일 대규모 적자가 예상돼 인건비를 절감해야 한다며 희망퇴직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JTBC가 예상한 올해 적자는 520억 원이다. JTBC는 희망퇴직 목표인원을 100명으로 설정하고, 할당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권고사직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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