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대구고검 검사장. ⓒ연합뉴스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장. ⓒ연합뉴스

공수처가 손준성 검사장(대구고검 차장검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건 핵심은 2020년 4월3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현 범죄정보기획관실, 일명 범정) 소속이던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 등과 관련,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해 기소했는데 유죄가 나올 경우 검찰의 총선 개입 사건으로 파장이 불가피하다. 범정이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통하는 만큼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현직 대통령의 공모 여부도 주목받게 된다. 

공수처는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손준성 검사장 선거법 위반 사건 공판에서 “이 사건은 대검 감찰부장의 소위 채널A 사건 의혹에 대한 진위여부 확인 및 MBC 제보자 조사 등 감찰 지시가 임박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이른바 검언유착이라고 불리는 채널A 기자와 검찰 고위관계자의 유착 의혹이 문제가 되었던 사건으로부터 발단이 되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채널A 기자가 MBC 제보자에게 들려주었다는 검찰 고위관계자의 음성 파일과 관련해 수정관실을 지칭하는 대검 범정과 피고인(손준성)의 성명도 언급됐다”며 “피고인과 수정관실이 채널A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던 상황에서 (피고인은) MBC 제보자의 과거 전과, 정치적 성향을 통해 제보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채널A 사건을 검찰에 대한 의도적 공격 행위로 간주해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및 수사를 무마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손준성은) 사회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조성은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고발장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으며 “피고인은 지○○ 실명 판결문과 고발장 메시지를 텔레그램으로 전송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조성은 부위원장이 김웅로부터 전달받은 실명 판결문과 고발장 첨부 서류 파일과 메시지는 원 발신자가 피고인임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해킹이나 계정 탈취 가능성의 경우 메시지 전송이 4월3일과 4월8일 이뤄졌고 4월3일은 장시간에 걸쳐 (전송이) 이뤄져 탈취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계정이 탈취되었다면 피고인은 수사 기관에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관련 자료를 충분히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은 반송 가능성을 주장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누구로부터 제보를 받고 또 어떤 이유로 제보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제보자X가 지○○임’ 메시지를 입력해 반송했다.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제보자에게 관련 내용을 다시 입력하는 방식으로 반송한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피고인이 텔레그램으로 실명 판결문을 전송한 당일 매우 근접한 시간에 피고인의 지휘 감독하에 있는 수정관실 직원들이 해당 판결문과 동일한 사건번호 판결문을 검색했다는 사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수정관실 직원이 검색했던 판결문 등을 받아 텔레그램을 이용해 실명 판결문 등을 전송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발신한 지○○ 실명 판결문은 실명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전체가 기재되어 있는 판결문”이라며 “해당 판결문의 경우 극히 제한된 범위에 국가기관에서만 취득할 수 있는 문건”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피고인이 김웅에게 고발장을 전달해 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도달한 이상 그 자체로 선거에 영향을 끼칠 위험성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며 “고발장이 접수되지 않았더라도 고발장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을 비롯해 함께 전달된 자료를 활용해 선거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 또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공수처는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선 안 된다. 특히 피고인은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검찰의 수사 정보에 대한 수집과 분석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는 검찰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검찰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지위에 있었으나 직무를 망각하고 검찰총장, 가족 등에 대한 비위와 본인에 대한 감찰 및 수사 무마 등을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검찰권 행사와 수사 정보 수집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국기문란 행위”라는 게 공수처의 결론이다.

공수처는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부터 텔레그램으로 파일과 메시지를 전송한 사실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어떤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며 죄질이 나쁘다고 강조하며 “피고인을 엄벌해 국가의 기강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검찰권을 사적 목적으로 남용하는 국기문란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고 법치주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 우려했다. 이에 “피고인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공무상 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같은 날 손준성 검사장 변호인은 “공수처 기소는 정치적 편향성에 따른 수사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는 채널A 사건에 관한 수사 확대 저지를 이 사건의 동기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채널A 사건에 관여한 바가 없으므로 범행의 동기로 볼 수 없다”고 했으며 “채널A 사건은 이동재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과 지○○, 일부 언론사의 프레임 설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체가 없는 프레임을 공수처 검사는 여전히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은 고발장 및 첨부 자료의 작성, 전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뒤 “공수처 검사는 ‘손준성 보냄’에 집착해 사실관계 허점을 애써 외면한 채 기소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고발장은 선거 전에 접수되지 않았고 공직선거법 조항은 미수범을 처벌하지 않는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김웅 사이에는 제3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피고인은 김웅과 범행을 모의할 관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며 “검사는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의심만 하고 있다. 고발장 작성자의 특정 없이 피고인과 김웅의 공모관계만으로 공소사실이 소명되지 않는다. 고발장 작성자가 특정돼야 피고인의 실질적 방어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공수처는 윤석열 총장과 한동훈 검사, 피고인을 구분하지 않고 마치 하나의 주체인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양측의 변론이 끝나자 재판부는 “고발장 초안 최초 작성자를 특정 못하더라도 검찰 내부에서 작성된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 같다”고 했으며 “제3자 개입 가능성이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미수‧기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준성 검사장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김웅과 모의해 고발을 사주한 적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검사로서의 본분을 잊고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고는 2024년 1월12일 오전 11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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