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자 KBS 메인뉴스 리포트 화면 갈무리.
▲14일자 KBS 메인뉴스 리포트 화면 갈무리.

KBS가 박민 사장 취임 후 이틀째인 14일 메인뉴스에서 “박민 사장이 그동안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파괴적 혁신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이날 ‘땡윤뉴스’를 선보이며 이 같은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KBS는 14일 메인뉴스 첫 번째 리포트 <윤 대통령 “개선 때까지 공매도 금지…‘신도시 특별법’ 연내 처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공매도 한시 금지에 따른 우려를 안다고 밝혔다. 우리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건데, 그럼에도 불법 공매도로 개인 투자자가 손해 보는 구조는 바꿔야 한다고 했다”면서 “우리 주식 시장을, 개인이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지난달까지도 공매도 규제에 부정적이었던 정부가, 공매도 완전 전산화나 실시간 감시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한 뒤 “이 같은 공매도 대책을 포함해, 윤 대통령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정책을 추진하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시장에 방문한 영상을 내보내며 “국회에도 ‘민생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특히 1기 신도시 등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의 연내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입장만 단순 전달한 KBS 보도는 타 방송사와 대조적이다. 

▲14일자 KBS 메인뉴스 리포트 화면 갈무리.
▲14일자 KBS 메인뉴스 리포트 화면 갈무리.

JTBC는 같은 날 메인뉴스 첫 번째 리포트 <“개인투자자 보호” 공매도 금지 쐐기…총선 앞두고 ‘뒤집힌’ 방향추>에서 “불과 몇 달 사이 금융당국 입장이 180도 달라지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8개월 전만 해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7월에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총선 앞둔 말 바꾸기에 정책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매도가 주가를 억누른다’는 인식이 과장됐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MBC도 같은 날 메인뉴스 첫 번째 리포트 <윤 대통령 “공매도, 근본 개선안 마련까지 금지” 총선용 논란 이어져>에서 “불과 한 달 전 금융당국은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강제할 수도 없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금융 전문가는 정부 설명대로 ‘투자자 보호’가 목적이라면 현행 체계를 유지하며 할 수 있는 조치가 많다고 설명했다”며 “이견이 있는 공매도 금지를 놓고 대통령이 직접 필요성을 강조한 건데, 총선을 염두에 둔 득표 전략 아니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KBS 리포트에선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찾을 수 없었다. 

‘신도시 특별법 연내 처리’ 대목도 마찬가지다. SBS는 같은 날 메인뉴스 리포트 <30년 넘게 묶였던 1기 신도기…환영 속 “선거용” 우려도>에서 “90년대 초반 줄줄이 생겨난 1기 신도시들의 아파트는 30년이 넘어 주민 불편이 크다. 노후화에도 엄격한 규제로 재건축은 사실상 막혀있다”고 전하면서도 “대규모 신도시 규제 완화가 촉발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 불안, 그리고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나는 세대수를 수용할 도시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없다는 점에서, 부동산 정책이 반복해 선거용으로 급조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TV조선도 같은 날 메인뉴스 리포트 <尹 “1기 신도시 특별법 필요”…분당·일산 재정비 탄력받나>에서 “정부와 여당은 물론 민주당도 연말까지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크게 환영한다”고 전하면서도 “다만 선도지구를 어디로 할지 결정하는 문제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우려점을 전했다. 하지만 KBS 보도는 민주당도 특별법에 찬성하고 있는 점이나 특별법을 둘러싼 우려점을 다양하게 전하는 대신 ‘대통령이 말했다’는 사실만 단순 전달했다. 

이런 가운데 KBS는 해당 리포트에서 “윤 대통령은 내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과 다음 주엔 영국 국빈 방문, 이어 프랑스도 방문길에 오른다”고 전한 뒤 “이런 외교 일정 또한, 민생 경제를 위한 것이라고 윤 대통령은 밝혔다”고 보도했다. “진정한 공영방송 KBS로 거듭나겠다”는 박민 사장의 대국민 사과 당일 KBS <뉴스9>의 첫 번째 리포트가 대통령의 발언‧입장‧일정만 소개하고 끝내는 ‘땡윤뉴스’였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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