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 탁월성 지수 개발을 위한 탐색적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탈고했다. 조만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될 예정이다. 박재영 고려대 교수, 김창숙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원과 함께 조사하고 집필했다. 더 보완하여 일련의 연구논문으로 발표할 무렵에 상세 내용을 적기로 하고, 오늘은 그 일부만 소개한다.

연구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좋은 기사를 평가하는 독자의 기준’이었다. 그 기준을 ‘규범의 필터 버블’ 바깥에서 찾고 싶었다. 기사의 공정성을 평가해달라고 독자에게 주문하고, 독자가 이를 낮게 평가하면 ‘공정성을 더 강화하라’고 기자에게 주문하는 쳇바퀴를 벗어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독자의 감각에 천착하고 싶었다.

▲ 뉴스, 기사. 사진=gettyimagesbank
▲ 뉴스, 기사. 사진=gettyimagesbank

두 학기에 걸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그리고 고려대 미디어학부 학생들에게 1주일에 1건씩 4주 동안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기사’를 고르고 ‘왜 좋은 기사라고 판단했는지’ 적은 비평문을 제출하도록 했다. 368개 기사에 대한 A4 용지 320여 장에 이르는 비평문을 분석하며, 우리는 놀랐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독자의 잣대를 발견했다.

첫째, 독자는 기사를 읽으면서 취재 수준부터 평가했다. 특히 ‘끈질긴’, ‘용감한’, ‘치열한’, ‘고생한’, ‘발품을 판’ 취재를 높게 평가했다. 비유하자면, 음식을 먹기 전에 요리 과정을 확인하려고 주방부터 살펴보는 식이었다. 기자들로선 무서운 일이다. 기사 내용에 앞서 기자의 취재 실력부터 독자가 평가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독자 평가문 가운데 ‘직접 취재하여 좋았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 점도 이채로웠다. 직접 사람을 만났거나, 직접 문서를 분석했거나, 직접 현장을 찾아간 기사를 독자는 신뢰했다. 이는 좀 안쓰러운 일이다. 받아쓰고 베껴 쓴 기사를 얼마나 많이 봤으면, 기자가 직접 취재했다는 것만으로 한국의 독자는 그 기사를 칭찬했다.

둘째, 독자는 교감하게 만드는 기사를 좋아했다. ‘아팠다’, ‘분노했다’, ‘안타까웠다’, ‘시원했다’, ‘따뜻했다’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좋은 기사로 평가했다는 독자가 많았다. 특히 ‘내 일처럼 느꼈다’, ‘내 이야기 같아서 공감했다’는 표현이 많았다. 그런 평가를 받은 기사는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는 이른바 ‘최루성 기사’가 아니었다. 독자가 가장 좋은 기사로 골라낸 것은 이슈나 인물에 몰입하면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측면을 깊은 수준에서 느끼게 만드는 보도였다. 독자는 매우 높은 수준에서 기사에 감정적으로 밀착할 수 있고, 그런 감정의 고양을 느낄 때 정말 좋은 기사라고 평가한다는 점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셋째, 독자는 지식과 이해를 높여주는 기사를 좋아했다. 여러 평가문 가운데 이에 관한 내용이 가장 많았다. ‘몰랐던/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 ‘의문을 해소했다’, ‘똑똑해졌다’ 등 이해의 수준을 높여준 기사를 독자는 높게 평가했다. 또한 ‘나를 돌아보게 됐다’, ‘생각/고민하게 됐다’, ‘반성/성찰했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등 성찰과 관련한 평가문도 많았다. 좋은 기사는 세계에 대한 독자의 이해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독자가 기사에서 얻는 효능의 실체인 것이다.

독자의 비평 가운데 ‘이 기사를 쓴 기자가 존경스럽다’거나 ‘이런 기사라면 매일 찾아서 읽겠다’는 문장도 있었다. 독자는 좋은 기사를 평가할 준비를 갖췄고, 기자가 독자로부터 존중받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나는 기뻤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여전히 기자는 기사를 통해 세상에 이롭고 중요하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용감하게, 열심히, 발품 팔아 취재하고, 기사에 몰입할 수 있는 구성, 문장, 편집을 다듬고, 세계와 공동체의 새로운 면모를 담아 보도하는 일이 남았다. 그런 기사를 발굴하여 칭찬하고 널리 알려 퍼뜨리는 일도 필요하다.

▲사단법인 저널리즘클럽Q(회장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한 기자상인 ‘제1회 Q저널리즘상’ 시상에 나선다.
▲사단법인 저널리즘클럽Q(회장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한 기자상인 ‘제1회 Q저널리즘상’ 시상에 나선다.

미력이나마 그것에 도움이 될까 하여, 그동안 도모해 온 일이 있다. 사단법인 저널리즘클럽 Q가 올해 처음으로 ‘Q저널리즘상’을 만들었다. 저널리즘클럽 Q는 전국 온갖 매체의 기자 110여 명이 ‘함께, 우리가 더 기자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자’는 기치를 내건 공부 모임이다. 주축을 이룬 젊은 기자들은 ‘몰입하여 읽을 수 있고, 사안의 여러 측면을 배우면서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 기사를 칭찬’하려고 새로운 기자상을 제정했다.

특종이나 탐사기획 중심으로 시상하는 여느 기자상과 많이 다르게 운영하려고 오랫동안 토론하고 준비했다. ‘발생기사’, ‘피처’, ‘연재기획’, ‘비평분석’ 등의 부문별로 응모작을 받고 있다. 함께 더 기자로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린다.

상세 내용은 저널리즘클럽 Q 홈페이지(https://www.journalismclubq.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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