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정정보도를 내면 출입 기자 등록을 취소하고 광고 지원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조례안이 오산시의회를 통과했다. 오산시의회는 31일 전도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오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용 조례안’을 수정 가결됐다.

이 조례안은 오산시 언론 예산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원칙과 기준을 설정해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오산시 행정광고 운용을 규율하고 있다. 일부 언론이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는 내용은 ‘광고 제한’을 담고 있는 제6조다. 

조례안 6조 1항은 “(오산)시장은 언론사 또는 언론인이 신분을 이용한 위법 행위를 이유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 3년간 출입기자 등록을 제한하고, 행정광고 등 오산시의 모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2항은 “오산시·오산시민과 관련한 사실왜곡, 허위, 과장, 편파 보도 등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확정된 사안이 있는 경우와 조정성립 또는 직권조정을 통해 정정보도를 한 경우, 또는 손해배상 등 결정이나 이와 관련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1년간 출입기자 등록 취소, 행정광고 등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다. 

3항 역시 오산시에 관한 사실왜곡, 허위, 과장, 편파 보도 등으로 언론중재위에 계류 중인 사안이 있는 언론사나 출입기자의 경우 오산시장이 계류 기간 동안 출입기자 등록 취소, 행정광고 등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이와 같은 언론규제 조례안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 전문지 머니S는 “시정이나 의정에 대한 언론의 비판 기능을 크게 위축시키면서 또한 신속한 언론보도 피해구제 권리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동시에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라며 “기자가 취재에 충실했던 경우라도 의도치 않게 기사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일부 포함되는 경우가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 정정보도를 냈다고 해서 기자의 출입말소와 행정광고 제약은 언론의 감시 비판 기능을 탄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수원 소재 매체 미디어와이는 “이 조례안이 시행된다면 오산시 출입 언론사는 출입기자 말소와 행정광고비 제한을 우려해 언론중재위의 화해 권고에 따르지 않고 소송으로 사건을 처리할 경우가 많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며 “결국 오산시에서만큼은 언론중재위 기능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오산시 입장에서도 내부적으로 이 조례안에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조례가 제정될 경우 대외적으로도 오산시가 시민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언론을 탄압하는 지자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30일 통화에서 “시의회는 시민들이 먼저다. 언론중재위까지 찾은 시민은 심각한 언론 피해를 겪다가 고심 끝에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시민들 예산으로 홍보비가 지급되는 만큼 언론도 계류 기간 시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오산시 예산으로 오산시 소재 지역언론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12억 원이라는 홍보 예산 중 오산시 언론에 가는 몫은 10분의 1도 안 된다. 조례를 보면 아시겠지만, 나는 출입 언론들이 오산시 기사를 쓰길 원한다. 오산시청 등 집행부가 관성적으로 홍보비를 사용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지난 25일 본회의에 앞서 “이번 조례안은 시민이 부여해 준 집행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해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함”이라며 “홍보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시민들에게 건전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지, 집행부 정책을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 등 홍보 예산이 불필요하게 쓰이는 걸 막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오산시의회는 31일 가결된 조례안을 오산시 집행부에 이송했다. 집행부는 조례 공포 여부를 판단한다. 오산시장은 조례안을 이송받으면 20일 이내 공포해야 하며, 만약 이의가 있으면 오산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시장 요구에 따라 재의한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같은 의결을 하면 의결 사항은 확정된다. 재의결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시장은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현 오산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이권재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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