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규 법제처장이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내정자의 결격사유 판단을 장기간 하지 않은 배경을 두고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 인연,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헌법재판관 또는 대법관 자리를 생각해서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최민희 내정자가 과거 한국정보통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재직한 것이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이 규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느냐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을 무려 6개월 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에서다. 이 처장은 자신이 공사 구분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조속히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방통위원 후보자 유권해석이 아직도 결론이 안 내려진 것 같다’고 지적하자 이완규 처장은 “계속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송 의원은 ‘지난 8월24일 법사위에서 얘기할 때도 검토중이라고 했는데, 6개월 이상이나 지연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정보통신산압연합회가 기간통신사업자에 종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법조사처 회신도 와 있을 정도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따졌다.

이에 이완규 처장은 “일단 사안도 중대할 뿐 아니라 지금 말씀대로 사업자들과 공동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 법인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며 “그런 문제(에 대한) 해석이 앞으로도 다른 사건에도 계속해서 해석이 미칠 영향이 있지 않느냐. 이게 선례가 되는 중대한 해석이어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결격사유 유권해석이 6개월 넘게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 인연과 향후 있을 헌법재판관과 대법원 자리를 생각해서가 아니냐는 김의겸 의원 질의에 공사구분 못하지 않는다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이완규 법제처장이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결격사유 유권해석이 6개월 넘게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 인연과 향후 있을 헌법재판관과 대법원 자리를 생각해서가 아니냐는 김의겸 의원 질의에 공사구분 못하지 않는다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송 의원은 “제가 생각할 때 다른 이유가 없다고 보는데, 법제처에서 신중히 검토한 것과 대통령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여태껏 결론을 못 내놓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언제 해결되느냐. 방통위가 제대로 구성이 안되고 있지 않느냐. 책임 못느끼느냐”고 지적했다. 이완규 처장은 “늦어진 데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이 처장과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 인연까지 거론됐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 내 소문 수준 넘어서 유남석 헌재 소장, 헌법재판관의 대통령 몫으로 이완규 처장이 온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혹시 검증동의안 받았느냐”고 묻자 이 처장은 “아니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렇게 간단한 문제, 기간통신사업자냐 아니냐, 예스냐 노냐는 간단한 답인데 6개월 끌었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이런 태도가 이런 것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대법관 얘기도 있다. 안철상 민유석 두 분이 내년 2월에 자리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자로 추천된 오석준 대법관을 술친구인 이 분을 (지난해 11월 대법관에) 앉혔다”며 “이완규 처장은 어떠냐. 대학 동기, 사법연수원 동기, (윤 대통령) 변호인도 맡았다. 이런 사적인 인연이 있는 분들이 한둘도 아니고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이런 배경을 깔고 임명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질의했다.

이에 이완규 처장은 “계속해서 친분관계 말씀하시는데, 제가 공사관계를 구분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최민희 의원 건은 신속히 해석을 하도록 하겠다. 금년 내에 하겠냐고 날짜를 찍어서 물으니 구체적으로 지정해서 할 수 없다고 했으나 어쨌든 금년 내 가장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어서 “대학동기, 사적 인연 많이 나오는 것은 이완규 처장이 (윤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넘어서, 그런 사적 인연이 업무수행을 하는 데 있어 객관성 균형성을 잃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는 데 공감하느냐”고 하자 이완규 처장은 “우려하실만 하고 그런 점에 대해 충분히 유념해서 업무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나는 (이 처장을) 오랫동안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윤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인재풀 중 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관 대법관 외에도 다른 인재 풀에 속할 수 있기 때문에 최민희 위원 지명이 국회 의결 이후 법제처의 유권해석 때문에 지연된다는 것은 참으로 졸렬하다. 정공법이 아니지 않느냐. 그런 오해를 불식 시키기 위해 속히 처리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에 이 처장은 “속히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결격사유 유권해석이 6개월 넘게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 인연으로 법률 판단의 객관성이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느냐는 박범계 의원 질의에 충분히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유념해서 일하고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이완규 법제처장이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결격사유 유권해석이 6개월 넘게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 인연으로 법률 판단의 객관성이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느냐는 박범계 의원 질의에 충분히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유념해서 일하고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완규 처장이 최 위원 유권해석 지연을 두고 사안이 중대해서라고 말한 점을 두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했는데, 왜 그런 걸 판단하세요 사안이 중대하지 않은지 이게 법령에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하셔야지 왜 정치적으로 그런 걸 해석을 하느냐”며 “쓴소리하고, 소신 강하신 분이 왜 이런 데서는 눈치를 보느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일은 한 100일도 안 된 사이에서 그냥 우당탕탕 처리해서 난리를 만들고 그야말로 간단한 해석은 6개월이 되도록 질질 끌면서 위원들 질문에 답은 못 하시고 우물쭈물하면 어떡합니까. 진짜 실망스럽다”고 질타했다.

이에 반해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절대 의석을 갖고 있다”며 “국회 추천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적합한 사람을 추천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이 “오늘 대통령과 동기라고 굉장히 공격도 많이 받던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윤석열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격 발탁했을 때 인사제청은 누가 언제 했는지 의문이라고 절차적 문제 제기하고, 검찰 떠나지 않았느냐”고 질의하자 이완규 처장은 “예 그렇다”고 답했다. 조 의원이 “본인이 생각하는 원칙과 소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지적하고 검찰 떠난 거고, 대통령 동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통령 입장에서 서운했을 수 있겠다. 본인이 생각하는 원칙과 소신에 따른 결정이었냐”고 묻자 이 처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그런데 이런 부분은 전혀 자기 소개를 안 한다”며 “대통령과 동기라는 것만 지적하고, 누구는 대통령 술친구라고까지 하는 것은 인신공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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