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및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에서 반성도 좀 많이 하겠다고 발언한 사실이 공개되자 대부분 방송사들은 사상 첫 반성이라고 평가한 데 반해 SBS는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반성을 “진정성이 없다”, “직접 국민 앞에 나서라”, “대통령의 많은 말 때문에 독주, 일방이란 오해를 산다” 등의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통합위 민간위원, 정부위원, 국민의힘 당 4역, 대통령실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 등 90여명과 함께한 만찬에서 한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국민통합위원회의 활동과 정책 제언들은 저한테도 많은 어떤 통찰을 줬다고 저는 확신한다”며 “다만 그것이 얼마나 이 정책 집행으로 이어졌는지는 저와 우리 내각에서 좀 많이 돌이켜보고 반성도 좀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8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오전 참모들과 함께한 회의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 우리가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민은 왕이라는 표현도 썼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등과 만찬에서 반성좀 많이 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등과 만찬에서 반성좀 많이 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영상 갈무리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8일 백브리핑에서 ‘보궐선거 패배 이후 기자회견이나 타운홀 미팅, 여러 가지 소통 방식 변화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어떤 취지의 논의냐, 어떤 대안들이 나오고 있느냐’는 기자 질의에 “지금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지만, 여러분들 의견 많이 듣고, 다양하게, 얼마 전에도 현장소통, 당정소통, 그렇게 소통을 많이 말씀하셨잖아요”라며 “그래서 앞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실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어 ‘인적쇄신 속도가 같이 나올 거라는 전망도 있는데, 내부 개편이나 장관 교체 시기는 언제쯤으로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인적쇄신 문제는 당장 개각이나 그런 차원보다도, 지금은 할 수도 없다”며 “국정감사 기간이고, 조금 있으면 예결위이고 그래서 지금 개각이나 그런 걸 할 시점은 아니다, 좀 지나고 한번 보자”고 밝혔다.

이에 대부분 방송사들은 반성을 잘 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 상 이번 ‘반성’ 언급이 사상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SBS만이 이 같은 반성이 너무 늦었다고 비판해 대조를 보였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8일 오후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은 무조건 옳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사진=윤석열TV 영상 갈무리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8일 오후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은 무조건 옳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사진=윤석열TV 영상 갈무리

SBS는 18일 저녁 메인뉴스인 <8뉴스> ‘국민통합위 만찬서 “반성한다”…윤 대통령 발언 의미는?’에서 윤 대통령의 반성 발언을 두고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한 톤으로, 직설적 표현을 즐겨 쓰는 평소 대통령의 화법과도 온도 차가 있”다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SBS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스스로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현우 SBS 앵커가 ‘선거에서 지고 1주일이 지난 시점에 이런 반성의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데 좀 늦은 감도 없잖아 있다’고 질의하자 현장연결에서 김기태 SBS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여권에서는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반응은 많았지만,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며 “후임 인선을 놓고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고, 대통령실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관심이 컸는데, 아쉽다, 부족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 패배 1주일 만에 나온 여권의 변화와 반성의 움직임이 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일단, 대통령의 메시지로 변화의 첫발은 뗀 만큼 앞으로 관건은 국민이 정말 달라졌다고 느낄 만한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르느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BS가 18일 저녁메인뉴스 8뉴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반성 발언을 두고 보궐선거 패배 일주일이 지나 나온 것으로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갈무리
▲SBS가 18일 저녁메인뉴스 8뉴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반성 발언을 두고 보궐선거 패배 일주일이 지나 나온 것으로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갈무리

MBC는 <뉴스데스크> ‘“국민이 늘 옳다”‥인적쇄신엔 선 긋기’에서 “윤 대통령이 스스로에 대해 ‘반성’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사실상 처음인데, 선거 패배와 관련된 표현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실은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은 늘 왕’이라고 에둘러 말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다만, 대통령실은 선거 패배 이유로 일각에서 거론되는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정감사나 국회 예결위 문제 등으로 당장 개각을 할 시점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KBS도 <뉴스9> ‘이틀 연속 회동…김기현 체제 힘 실어주기?’에서 “어제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위의 정책 제언에 처음으로 ‘반성’을 언급했다”며 “또 오늘(18일) 참모진 앞에선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거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KBS가 18일 뉴스9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으로 반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KBS가 18일 뉴스9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으로 반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TV조선도 <뉴스9> ‘“국민은 늘 옳다”…주 1회 고위당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과 정부의 ‘반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고, 채널A도 <뉴스A>에서 동정민 앵커가 “‘국민은 무조건 옳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한 말인데, 반성이란 표현도 썼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껏 몸을 낮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보다 더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감을 드러낸 방송은 YTN와 연합뉴스TV였다. YTN은 이날 저녁 <뉴스나이트>의 ‘尹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당 4역 만나 ‘민생’ 강조’에서 “반성을 통해 결국은 민생을 더 챙기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 소통 방식을 둘러싼 지적도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가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YTN은 “다만 선거 후폭풍으로 인적 쇄신에 속도가 붙을 거란 전망엔 선을 그었다”면서도 “선거 이후 윤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이 사라지고 소통이 강조되는 등 대통령실 안팎으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TV도 <뉴스리뷰> ‘“국민은 왕, 무조건 옳아”…여 지도부와 깜짝 오찬’에서 “대통령실이 여당의 보선 패배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민생’과 함께 ‘국민 소통’을 국정 메시지의 중심에 두고 낮은 자세로 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으로도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채널A가 18일 저녁 뉴스A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반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선거 패배후 몸을 낮춘 모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채널A가 18일 저녁 뉴스A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반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선거 패배후 몸을 낮춘 모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이에 비해 오히려 여권 내의 반응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윤 대통령 반성 발언을 두고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면서도 “각 장관, 비서들이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 대통령이 저런 대국민 사과 비슷하게 얘기를 저는 안 하셨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대통령께서 주로 주도적인 많은 말을 하시잖느냐”며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그 목소리를 내줬어야죠. 대통령이 하다 보니 상당히 독주적이라고 그럴까? 일방적이랄까? 오해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강서의 엄청난 문제(보궐선거 참패)를 보고 일단의 어떤 심정이 좀 표현이 된 거 아닌가 예측한다”고 해석했다.

홍 의원은 ‘앞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도 달라지겠느냐’는 질의에 “지금 말씀한 그런 징조로 봐서는 달라질 수 있다고 기대를 가진다”고 답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대통령이 서울 수도권의 민심에 굉장히 두려움을 느꼈을 것 같다”며 “그래서 엊그제 나오는 반성을 한 거 아니냐. 진짜 대통령이 변화할 생각이 있으면 바뀔 생각이 있으면 이제는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반성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앞에 직접 나서서 얘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MBC 시선집중 영상 갈무리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반성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앞에 직접 나서서 얘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MBC 시선집중 영상 갈무리

유 전 의원은 “홍보수석 대변인 입을 통해 읊을 게 아니라 ‘그동안 제가 너무 오만하고 독선적이었고 불통이었고 중요한 시기에 국정을 잘못했다, 앞으로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고통스럽고 어려운 그런 문제들에 집중하고 해결하고야당하고도 대화하는 그런 대통령이 되겠다’고 기자회견을 하든 해야 하지 않느냐”며 “왜 안 나서고 뒤에 숨어가지고 무슨 홍보수석이 대신 이야기한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반성’ 발언의 의미를 두고 “국민통합위원회에서는 이렇게 고치라고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내가 하지 못한 것은, 내각이 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고 반성한다”는 의미라면서 “진정 있게 얘기를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반성한다. 국민이 늘 옳았다, 덤비지 말자’ 저런 얘기를 해도 보수 언론도 오늘 아침에도 모든 사설이 당신이 그렇게 얘기해도 못 믿겠다 하는 거 아니냐”며 “보수로부터도 신뢰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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