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 사안 관련해 선배에게 메신저로 길게 보고했는데 ‘ㅇㅋ’, ‘ㅇㅇ’도 아니고 ‘ㅇ’ 한 글자로 답이 왔다. ‘뭐지? 내가 마음에 안 드나’하는 생각부터 들더라.”(5~10년차 A조합원)

“선배가 ‘연합 기사 한번 봐’ 하면 될 걸 ‘연합’ 두 글자만 보내더라.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했다.”(10~15년차 B조합원)

지난 12일자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발행한 조선노보에 실린 조합원들 증언이다. 기사와 관련 메신저로 소통할 때 서술어를 제대로 쓰지 않고 한 단어로만 지시해 후배 기자들이 상처를 받거나 불필요한 오해가 벌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조선노보는 “선배들의 메시지 하나하나에 상처 받는다는 후배가 적지 않다”며 “이른바 ‘한 단어 지시’가 대표적 문제”라며 몇 가지 예시를 인용했다. 

기사 : 이제 기사를 보내달라 또는 언제쯤 기사를 보낼 수 있느냐는 뜻.
전화 : 지금 바로 본인에게 전화를 해달라는 뜻.
가판 : 가판 확인해보라는 뜻.
대장 : 대장 보내달라는 뜻.
메신저 : 지금 메신저 접속하라는 뜻.

노보에 따르면 한 조합원은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대답도 하기 싫고 반발심이 들 때도 있다”며 “‘기사 보내줘’, ‘전화 좀 해주라’ 이렇게 서너 글자 더 쓰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후배에게 상처를 주고 본인도 후배들 원망을 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다른 조합원은 “기분 나쁜 것과 별개로 ‘저 선배가 나를 싫어하나’,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하게 되고 서로 오해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한 단어 지시’에 관한 타사 기자들 생각도 들어봤다. 한 시사주간지 소속 5년차 미만 C기자는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한 단어 지시’는) 후배 기자 입장에서 충분히 움츠러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실수했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경제지 5~10년차 D기자는 자신이 목격한 자사 사례를 전했다. 후배가 정보 보고를 자세히 했는데 부장이 한 단어로만 답해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D기자가 “부장이 설명할 때는 친절하고 자세하게 말하는 편이지만 문자로는 단답형이다”라고 중간에서 오해를 푼 일도 있었다.

▲ 기자들이 메신저로 소통하면서 한단어 지시로 상처를 받거나 오해가 쌓이는 일이 있다고 한다. 사진=pixabay
▲ 기자들이 메신저로 소통하면서 한단어 지시로 상처를 받거나 오해가 쌓이는 일이 있다고 한다. 사진=pixabay

조선노보는 기자 선배들이 오해를 한 사례도 함께 실었다. 조선일보 노조의 한 차장대우 조합원은 “업무와 관련해 제법 길게 얘기했는데 한참 답이 없다가 ‘예’라는 답이 오니 ‘이 친구가 기분이 나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후배가 ‘예 선배’라고 할 필요는 없는데, 다만 나는 그때 이후로 후배에게 지시할 때나 보고 받은 뒤 답할 때 가급적 문장 형태로 보내고 서로 오해가 없도록 신경을 쓰게 됐다”고 했다. 한 10~15년 차 조합원은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예 답이 없는 후배도 있다”며 “아마 늦게 확인해서 답을 못했을 텐데 그럴 땐 나중에라도 ‘늦게 확인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D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선후배 모두 취재하거나 데스킹으로 바쁜데 문자 하나하나에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면서 “친분이 있으면 단답으로 문자를 주고 받아도 오해하지 않지만 친하지 않으면 양측 모두 ‘나를 무시하나’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노보는 “예불가폐라는 말이 있는데 장소, 상대, 상황과 상관없이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며 “시간 날 때 한 번쯤 업무용 메신저에서 자신의 일대일 대화창을 쭉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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