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CBS에서 벌어진 성희롱과 부당해고 사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CBS 본사와 회사 간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건이 벌어진 전남CBS로 복직을 강요한 것, CBS 사장이 사실과 다른 내용의 입장문을 내어 이후 피해자가 비난 메시지를 받았던 일 등을 2차 가해로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민사9단독)은 지난달 26일 CBS 본사가 이 사건 관련 간부들 4명과 공동으로 강민주 강원CBS PD에게 총 46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강 PD가 회사 간부들에게 겪은 성희롱과 이를 문제 제기한 뒤 벌어진 2차례의 부당해고, 그 외 2차 가해에 대해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강 PD는 지난 2016년 전남CBS 정규직 PD로 입사한 후 윤아무개 당시 보도국장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었고, 이아무개 당시 본부장은 단체 대화방에 여성의 노출 사진을 올리는 등 성희롱이 벌어졌다. 강 PD가 문제를 제기 하자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강 PD를 해고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7년 3월 부당해고라며 강 PD 손을 들어줬지만 전남CBS는 강 PD를 연봉계약직으로 복직시켰다. 같은 해 말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다시 해고했다. 

▲ 지난 2018년 2월 JTBC와 인터뷰한 강민주 PD. 사진=JTBC 갈무리
▲ 지난 2018년 2월 JTBC와 인터뷰한 강민주 PD. 사진=JTBC 갈무리

강 PD는 미투 운동이 있던 2018년 2월 JTBC 인터뷰로 미투에 동참했다. 보도 이후 한용길 당시 CBS 사장은 전 직원에게 문자 메시지로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때문에 보복 해고한 게 아니다’, ‘강 PD는 계약직으로 채용됐고 계약 기간이 끝나 정상적으로 해고됐다’ 등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보냈다. 이후 강 PD는 ‘계약직 주제에 회사를 더럽히지 말고 당장 떠나라’ 등의 익명 메시지를 받았다. 

재판부는 한 전 사장 입장문에 대해 “2차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라며 “강 PD를 정규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데도 계약직으로 표현할 경우 강 PD의 성희롱 문제 제기의 진정성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언론사로서 객관적 사실을 누락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입장 표명을 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차 해고와 2차 해고는 강 PD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로서 문제 제기를 한 데 대해 이뤄진 불이익 조치로서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한 불법 행위”라며 “강 PD는 비정규직 채용이 불가능한 PD(직군)로서 애초 전남CBS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고 볼 수 있고 1차 해고 이후 부당해고 구제판정에 따라 다시 체결된 근로계약 역시 정규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BS의 한 간부가 강 PD에게 전남CBS로 복직할 것을 일방적으로 명한 것에 대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장소로의 출근은 단 1일이라도 상당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강 PD가 전남CBS 복직을 거부한 것은 2차 피해를 입게 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며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봤다. 부당해고에 관여한 성희롱 가해자가 전남CBS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해당 간부가 전남CBS 복직을 명할 당시 회사에선 이미 다른 지역국으로 복직을 협의 중이었다. 강 PD는 지난 2019년 강원CBS로 복직했다. 

▲ CBS 로고
▲ CBS 로고

또한 재판부는 강 PD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과정에서 지급한 노무사 비용과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요양 기간 동안 미지급한 급여를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송에서 CBS는 전남CBS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CBS는 전남CBS 본부장을 임명하고 전남CBS에 대한 편성권을 포함한 포괄적인 경영권을 가진다”며 CBS 측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CBS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강 PD를 해고하는 등 불이익을 준 CBS 간부들이 강 PD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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