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사건 관련 허위 보도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겨레신문 출신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허 기자는 ‘조작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허 기자는 12일 통화에서 “내가 정치권 돈을 받고 조작 기사를 썼다는 검찰 주장은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며 “당연히 이중, 삼중 크로스체크를 하고, 취재 당사자(최재경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에게 반론권까지 보장하고 보도한 것이다. 기자 인생 20년의 모든 취재 과정이 그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난 그런 크로스체크에 잔뼈가 굵은 기자인데, 그런 (보도 조작)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치욕스럽고 화가 난다”고 주장했다.

▲ 지난 11일 뉴탐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맨 오른쪽) 모습. 사진=뉴탐사 화면 갈무리.
▲ 지난 11일 뉴탐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맨 오른쪽) 모습. 사진=뉴탐사 화면 갈무리.

리포액트 ‘최재경 녹취록’ 보도 조작 논란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은 지난 11일 오전 대표적 친명계 의원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최아무개씨의 국회 사무실과 주거지, 민주당 정책연구위원 김아무개씨 사무실, 리포액트 대표인 허재현 기자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들이 유력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다.

문제가 된 보도는 허 기자가 지난해 대선을 8일 앞둔 3월1일 보도한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장 녹취록’으로 제목은 <최재경 “윤석열이 ‘조우형(대장동 브로커)이 김양(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심부름꾼이라고’ 하더라”>였다. 

이 보도는 윤 대통령이 2011년 대검찰청 중수2과장 시절 주임검사로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수사를 하면서 ‘대장동 브로커’이자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씨를 의도적으로 봐줬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윤석열 검사와 조씨가 서로 아는 관계였다는 취지의 최재경 전 중수부장 발언을 담은 것이다. 최 전 부장은 ‘대장동 50억 클럽’ 명단에 있는 인물이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은 조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통해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를 소개 받는 등 김씨의 법조 로비로 2011년 대검 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리포액트 2022년 3월1일자 보도 내용. 사진=리포액트.
▲ 리포액트 2022년 3월1일자 보도 내용. 사진=리포액트.

리포액트 보도에 따르면, 조씨의 사촌형인 이철수씨가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조우형이 김 회장의 심부름꾼이었다. 솔직히”라고 말하자 최 전 부장은 “윤석열이 그런 말 했다”고 맞장구치는데, 허 기자는 두 사람 대화에 대해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씨에 대해 수사한 내용을 보고하자 최 전 중수부장이 이 내용을 다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에게 한참 뒤 전해주는 내용의 대화로 보인다”면서 “이들이 대화에서 ‘박영수 변호사를 쓴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박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윤석열 검사가 조씨를 봐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윤 검사를 지휘하는 위치였던 최 전 부장의 이와 같은 증언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줄곧 “조우형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윤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리포액트 보도에 녹취 시점이나 장소, 입수 과정 등은 적시되지 않아 의문은 남는다. 

검찰은 리포액트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이씨의 대화 상대방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최 전 부장이 아니라 김병욱 의원 보좌관 최씨였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 상황실장이었던 최씨가 TF 조사팀장이었던 민주당 정책연구위원 김씨 등과 조작된 녹취록을 만들어 제3자를 통해 허 기자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허 기자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배임수재 혐의 등이 적시돼 있는데, 검찰은 리포액트 보도가 이뤄진 것과 관련해 금전 등 대가 수수가 있었는지 여부 등도 살펴보고 있다.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허위 보도 배후에 ‘이재명 캠프’가 있다고 의심한다. 

허재현 “취재 과정 밝힐 수 없다”…‘이재명 캠프’ 의심하는 검찰 

허 기자는 12일 통화에서 녹취록 조작 의혹에 관해 “취재 과정은 밝힐 수 없다. 사실관계 다툼은 법정에서 할 것이다. 취재원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신뢰할 만한 법조계 인맥을 통해서 취재한 것”이라고 했다. 

허 기자는 ‘녹취에 등장하는 인물이 최재경이라는 확인 과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기사를 쓰느냐”며 “이중, 삼중 크로스체크를 한 다음, 취재 당사자(최재경)에게 반론권까지 보장하며 보도한 것”이라고 했다. ‘김병욱 의원 보좌관 최씨를 아느냐’는 질문엔 “모르는 사람이다. 정치권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도 어제(11일) 처음 알았다. 그가 김병욱 의원 보좌관이라는 것도 어제 처음 알았다. 난 김 의원 그분의 지난 4년 의정활동에 대해 아는 게 없을 정도로 모르는 인물”이라며 “내가 정치권으로부터 돈을 받고 조작 기사를 썼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허 기자는 “어제 압수수색을 당하던 때 너무 흥분한 상태여서 영장 내용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관련 내용이 조선일보에 보도되고 있었다”며 “어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국민의힘과 이해관계가 있는 검찰로선 ‘민주당과 친하게 지내는 기자들은 이런 기사를 쓰며 여론 공작을 한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줘야 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내용과 피의사실이 특정 언론에 유포된 건, 악의적 선거 개입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검찰의 정치 공작에 대해 이번 주 안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11일 오전 유튜브 방송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유튜브 TV허재현
▲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11일 오전 유튜브 방송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유튜브 TV허재현

허 기자는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뉴탐사’에 출연해서는 최재경 녹취록 보도에 관해 “(추가적으로) 공론화를 더한 것도 없고 취재 내용도 너무 헐겁고 성의가 없었다. (녹취록) 이런 게 있고 반론을 들었는데 반론 없다, 끝이다. 그 이후 추적 보도도 없다”며 “내가 만약 돈을 받고 조작하려 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노력한 흔적이 있어야 한다. 내 입장에서 이 기사는 잡부스러기 같은 기사다. 최재경씨에게 반론을 듣는데 성공한 것도 아니다. 기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기사를 쓴 것뿐”이라고 했다. 

한편, 최 전 부장은 조씨의 사촌형인 이철수씨나 김 의원 보좌관 최씨 등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김병욱 의원도 최재경 녹취록과 허 기자를 모른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