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 윤지선.
피고 :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사건 : 연구부정행위 판정 무효확인소송.
주문 : 法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선고일 : 2023년 9월14일.
1심 재판부 :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 재판장 김지혜, 정우채, 남원석 판사.

한 유튜버가 인터넷 방송에서 사용한 단어를 여성혐오 용어라고 논문에 기재했다가 ‘연구부정행위 판정’을 받은 윤지선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초빙교수가 가톨릭대학을 상대로 판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지혜)는 지난 14일 윤 교수가 가톨릭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연구부정행위 판정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비용도 윤 교수가 부담해야 한다.

대학에서 여성주의와 페미니즘을 강의하는 윤 교수는 2019년 12월 철학연구회 학술지에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 윤지선 교수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
▲ 윤지선 교수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

판결문에 따르면, 윤 교수는 논문에서 대한민국 관음 문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대한민국 남성을 ‘한남’으로 표현하는데, 이들 남성은 어린 시절부터 성차별적 환경에 놓여 성인이 될 때까지 몸 크기만 커질 뿐 큰 변화 없이 관음충으로 집단적으로 생장·진화해 여성을 비하하게 되고, 디지털 성착취 범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전개되며, 이런 현상은 벌레의 불완전변태와 같아 이를 ‘한남유충-한남(성)충-관음충’이라 칭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았다.

윤 교수는 논문 각주에 유튜버 보겸(본명 김보겸)이 방송에서 사용하는 용어 ‘보이루’가 여성 성기와 인터넷 인사 표현 ‘하이루’의 합성어로 초등학교 남학생부터 20~30대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여성혐오 용어 놀이의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보겸씨는 자기 이름 ‘보겸’과 ‘하이루’ 합성어일 뿐이고 윤 교수 논문으로 인해 자신이 “여성의 성기에 대고 인사하는 정신나간 여성혐오자”로 남게 됐다며 철학연구회, 당시 윤 교수가 소속돼 있던 가톨릭대, 한국연구재단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철학연구회는 윤 교수와 협의를 거쳐 문제가 된 각주 일부 표현을 수정했으나 논란은 이어졌다.

가톨릭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2021년 9월 수정 전 각주 중 일부가 ‘변조’에 해당해 수정 전 논문은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변조는 연구 원자료 또는 연구 자료를 임의로 변형·삭제함으로써 연구 내용 또는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톨릭대는 김씨가 ‘보이루’라는 용어를 여성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와 ‘하이루’의 합성어라는 의미로 만들어 전파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그런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표현한 건 “적극적 변조는 아니래도 연구 내용이나 결과를 왜곡하는 차원으로 연결될 수 있어 변조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가톨릭대로부터 연구부정행위 판정 결과를 통보받은 한국연구재단은 철학연구회에 △해당 논문에 대한 철회 사실과 사유를 명기해 공개·보존 조치 △논문 저자 향후 논문투고 금지(최소 3년 이상) 등을 이행하라는 통지를 내렸다.

윤 교수 측은 지난해 3월 “가톨릭대 판정으로 원고(윤지선)는 이 사건 논문(관음충의 발생학)을 학술지에 등재할 수 없게 됐고 최고 3년 이상 철학연구회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할 수 없게 되어 현존하는 법적 지위에 구체적 위험이 발생했다”며 가톨릭대를 상대로 연구부정행위 판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윤 교수는 논문에 대해 “어떠한 연구 원자료를 임의로 변형, 삭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고 논란이 된 각주에 대해서도 “함축적 기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에 불과해 고의성이 없고 논문에서 제시된 결과의 타당성, 진실성에 영향을 주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부정행위인 변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가톨릭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본조사위원회 구성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논문 내용 중 보겸이 ‘보이루’라는 용어를 여성 성기를 지칭하는 의미로 만들어 전파했다고 한 대목에 관해 “이는 논문의 연구 원자료를 임의로 변형한 것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원고가 입증하고자 한 ‘크리에이터들의 무분별하고 여성혐오적 콘텐츠’를 왜곡함으로써 ‘군집구성체적 사고 틀’을 통해 관음충 개체들의 자기 복제 기제를 분석하는 논문의 연구 내용이 왜곡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 판사봉. 사진=PIXABAY
▲ 판사봉. 사진=PIXABAY

재판부는 윤 교수 논문이 게재되기 전인 “2018년 초순에도 극단적 여성주의 커뮤니티 중심으로 ‘보이루’ 의미를 왜곡해 김씨를 비방하는 시도”가 있었고 이와 관련해 김씨가 본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사실과 다른 점을 밝히고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도 정정보도 조치를 취했다는 점 등을 밝히며 “원고로서는 ‘보이루’가 변질된 것이 보겸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보겸이 여성혐오적 표현인 보이루를 만들어 전파했다’는 단정적이면서도 허위 내용인 각주를 작성했다”며 ‘변조의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정 전 각주 내용이 헌법상 학문의 자유로서 보호할 만한 학문적 활동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보면 이 논문에 대해서는 충분히 윤리적, 법적 비난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연구진실성위원회가 평가 기초로 삼은 사실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거나 그 판단의 공정성, 전문성,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다”며 “이 사건 판정에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판정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김씨는 윤 교수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6월 윤 교수가 김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윤 교수는 항소했으나 2심도 지난 2월 항소를 기각하며 김씨 손을 들어줬다. 윤 교수가 지난 3월 상고를 취하해 판결은 1심대로 확정됐다. 법원은 윤 교수 논문이 김씨의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