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남긴 대규모 야외 행사가 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결코 긍정적인 의미의 충격은 아니었다. 이번 잼버리는 행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끝을 낼 때까지 좀처럼 성한 부분이 없었다. 행사가 끝난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문제의 책임이 서로에게 있음을 주장하며 진창에 빠지며 어그러진 잼버리를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잼버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지점을 고려해야 한다. 행사를 망친 책임이 어떤 정부의 어떤 부처에 있음을 논하는 이상으로, 행사 조직이나 관리가 잘 되었으면 정말 문제가 없이 행사가 잘 열릴 수 있음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잼버리는 미흡한 준비와 근거 없는 낙관, 그리고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책임을 모두 방기하며 실패한 행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잼버리가 열리기 몇 년 전부터 지역에서 새만금을 반대했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좀 더 근본적인 차원을 지적하고 있었다. 이번 잼버리가 개최된 새만금이라는 공간이 지니고 있는 환경적인 문제가 2023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방문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방문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새만금, 피해갈 수 없는 환경 문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등재될 정도로 무척이나 광활한 새만금 매립지는 그만큼의 갯벌을 모두 땅에 파묻으며 완성될 수 있었다. 1991년에 착공을 시작한 새만금 간척 사업이 2020년이 돼서야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간척지의 넓이가 큰 덕분도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지역 어민을 비롯하여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이 반대하고 저항한 덕분이기도 했다. 2006년 새만금 간척 사업의 무효를 구하는 대정부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정부가 승소했지만, 대법원 판결만으로는 새만금 간척 사업 그 자체가 지니는 환경정의적인 문제를 완전히 지우고 가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며 새만금 간척은 겨우 마무리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이렇게 완성된 땅은 어렵게 만든 의미를 여전히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1991년에는 대규모의 농지 확보를 명목으로 추진되었지만, 이미 한국에서 농업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쇠퇴 일로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농지를 만드는 목표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만금 사업은 2015년부터는 산업단지 조성을, 2019년부터는 새만금국제공항 신설를 추진하며 개발의 싹을 어떻게든 살리려 하고 있다. 2017년 잼버리를 유치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렇게 장기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매립지의 활용대책’은 다른 의미로는 새만금 매립지의 활용 방안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공식적으로는 2020년에 새만금 간척 사업이 마무리되었지만, 여전히 새만금 안쪽 지대에 마른 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수와는 차단되었지만 농수 보급 등을 이유로 여전히 새만금 안에는 담수호인 새만금호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의 실패한 간척 사업이었던 시화호가 그랬듯이, 새만금호 역시 이미 수질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이다. 2020년부터는 환경부가 수질 개선을 위해 제한적으로 해수 유통을 시작하자 그제야 멸종위기종 생물이 새만금호에 보일 정도로 새만금 간척 사업의 환경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시민사회운동이나 환경운동은 새만금에 대한 대내외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만드려는 잼버리 사업에 반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스카우트의 목적 중 하나에 ‘스카우트는 동물의 친구다. 스카우트는 동물을을 고통으로부터 최대한 구해야 한다’며 동물권을 강조한 내용과 일방적인 간척 추진으로 갯벌의 수많은 생물들이 사라진 새만금과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8월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폭염이 예고된 것은 물론, 더더욱 폭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강해지는 상황에서 행사를 무사히 개최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방안도 없다는 이유까지도 있었다. 결국 후자의 염려는 현실이 되었다.

▲ 시민들이 8월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공원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을 구경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시민들이 8월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공원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을 구경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잼버리가 드러낸 기후 위기의 실태, 미국 버닝맨 페스티벌까지 이어지다

일각에서는 1991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열린 잼버리 행사는 이번 잼버리처럼 8월에 개최되었지만, (행사지의 삼림 파괴 문제와 별개로) 숲 속에서 개최하며 온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할 수 있었음을 말하며 개최지 선정 자체의 문제를 말하기도 한다.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 키라라하마에서 열린 잼버리 대회도 간척지 지역에서 열렸지만, 온열질환 문제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 없이 잘 마무리되었음을 말하며 다시 행사의 운영 문제로 기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생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잼버리가 문제적으로 마무리되고 나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서 열린 ‘버닝맨 페스티벌’(Burning Man Festival)의 사태는 행사의 운영 이상의 기후라는 조건을 결코 도외시할 수 없음을 보인다. 지난 1991년부터 개최되기 시작한 버닝맨 페스티벌은 긍정적인 의미로 보자면 현대의 우드스탁 페스티벌과도 유사한 대규모 야외 문화예술행사이다.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와 “흔적을 남기지 않음”("Leave No Trace")을 기조로 오랜 시간 열린 행사는 유명한 대규모 페스티벌과 대비하여 상업적 접근을 배제하고 행사 참가자의 자립적, 자율적 참여와 운영으로 운영되며 환경을 생각하는 행사라는 찬사를 들어왔었다.

그러나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비상업화와 환경 보호를 강조하지만, 역설적으로 행사가 점차 유명해지며 해가 지날수록 점차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는 상황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음”이라는 기조가 점차 지겨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과 물자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탄소 발자국’이 발생하고, 현장에 설치된 일부 예술품은 환경 보호와 상반되게 대규모 연소효과를 설치하며 더욱 비판을 받았다. 이에 행사 사무국은 2007년부터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며 이를 상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태양 전지의 설치만으로 이미 환경에 끼친 영향을 해소할 수 있다고는 결코 말하기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해가 지날수록 버닝맨 페스티벌의 입장료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행사 참여자 대다수가 높은 계급에 위치한 백인으로 구성되는 상황에서 “부유한 기생충”(rich parasites)을 위한 행사라는 비판도 있었다.

결국 올해 행사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좀처럼 비가 잘 오지 않아 곳곳에 메마른 사막인 네바다주에서 열리는 행사였지만, 공교롭게도 올해에는 큰 비가 덮치고 만 것이다.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올해의 버닝맨 페스티벌도 큰 영향을 받고 말았다. 축제의 끝을 앞두고 쏟아진 폭우로 블랙록 사막 곳곳이 거대한 물웅덩이로 변하고 말았고, 이렇다 할 대중교통이 없는 블랙록 사막은 차도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가 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7만 명이 고립되었고, 결국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 연합뉴스 9월4일, '"이런 재앙 처음"… 기습폭우에 '뻘밭' 된 사막축제, 7만명 고립' 기사 갈무리
▲ 연합뉴스 9월4일, '"이런 재앙 처음"… 기습폭우에 '뻘밭' 된 사막축제, 7만명 고립' 기사 갈무리

문화예술, 결코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오랜 시간 비가 세차게 쏟아질 것이라 생각되기 어려운 장소에서 열린 행사에 거센 호우가 찾아오며 끝내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은 행사 그 자체의 운영도 중요하지만, 야외 행사의 경우에는 그 이상의 요소도 함께 작용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었다. 아무리 무수한 경우의 수에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과 운영 체계가 짜여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뛰어넘는 기후의 문제가 닥칠 때 어떻게 조직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동시에 이는 달리 말하면, 지금처럼 기후 위기가 계속 되고 더욱 확대된다면 비단 잼버리나 버닝맨 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야외에서의 활동 대다수가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이는 우울한 증거이다. 몇몇 행사는 어떻게든 실내에서 개최가 가능할 수 있더라도, 야외와 실내 환경은 결코 같지 않다. 대규모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사는 더욱 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9월23일에 열린 기후정의행진을 비롯해 2020년대 들어 주기적으로 전개 중인 기후 위기 문제에 맞서는 움직임에 본래 환경운동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던 사람 이상으로 문화예술 영역에서 참여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기후 위기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활동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을 받는 대상에 문화예술 행사는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잼버리 행사의 책임 소재를 제대로 가리는 이상으로, 앞으로도 잼버리에서 발생한 기후 문제의 영향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광범위한 움직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잼버리와 버닝맨 페스티벌만 적긴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각지의 무수한 야외 행사들은 모두 크고 작은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닝맨 페스티벌에 가해진 문제처럼 그저 말로만 환경을 말할 뿐 실질적으로는 이에 반하는 행사가 아니라, 좀 더 근원적으로 기후를 고민하는 움직임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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