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언론탄압이다.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맘에 들지 않은 방송사를 탄압하려는 속셈이다”

검찰이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으로 규정하고 뉴스타파와 JTBC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해당 매체나 야당, 시민사회가 보였던 반응이 아니다. 분노의 당사자는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이다.

2018년 4월 TV조선 기자 느릅나무 출판사 무단침입 사건에 경찰은 TV조선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현 정권의 눈엣가시 같은 방송사 수습기자의 실수는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마도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사소한 혐의를 잡고, 세무조사는 물론 방송재허가 문제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압수수색은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시도에 그쳤다.

▲ 민간인 여론 조작 사건 혐의로 구속된 필명 ‘드루킹’ 김모(49)씨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USB, 휴대전화 등을 훔쳐간 혐의로 TV조선 기자가 불구속 입건된 가운데 2018년 4월25일 경찰이 TV조선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통보한 뒤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기자들 저항에 막혀 일시적으로 철수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민간인 여론 조작 사건 혐의로 구속된 필명 ‘드루킹’ 김모(49)씨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USB, 휴대전화 등을 훔쳐간 혐의로 TV조선 기자가 불구속 입건된 가운데 2018년 4월25일 경찰이 TV조선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통보한 뒤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기자들 저항에 막혀 일시적으로 철수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TV조선 기자는 드루킹이 입주한 출판사 내부로 들어가 태블릿PC와 휴대폰, USB 등을 가지고 나왔다. 사안이 중대해 TV조선 기자에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TV조선은 이례적으로 메인뉴스에서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덧붙여 무단침입 사실을 보고 받고 훔친 물건 반환을 지시했으며 보도에 이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명백한 취재 윤리 위반 사안에 해당하지만 압수수색이 정당하냐는 논란이 일었다. 자유한국당뿐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TV조선 기자협회는 언론 윤리 측면에서 잘못이라면서도 사과방송을 한 점, 수사에 협조해왔다는 점, 그리고 “USB와 태블릿PC의 복사 여부를 조사하는 게 목적이라면 해당 기기를 검사하면 되는 일”이라며 압수수색에 반대했다. 한국기자협회도 “공권력의 언론자유 침해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경찰의 이번 TV조선 압수수색 시도를 언론의 자유의 침해 행위로 분명히 규정한다”고 밝혔다.

뉴스타파와 JTBC 압수수색에 대해 국민의힘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가 적시돼 있는 영장 때문이라도 압수수색은 신중을 기할 사안인데 “정당한 수사 과정”이라고 항변했다.

평가와 별개로 JTBC는 사과방송을 했다. 뉴스타파는 72분짜리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보통 압수수색은 중대한 고의과실의 혐의가 상당하거나 수사 협조를 거부하거나 압수수색을 통하지 않고서는 혐의 입증에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할 경우 시행된다. TV조선의 압수수색 주장 반대 논리와도 통하는데 과거 입장대로라면 뉴스타파와 JTBC 압수수색에도 반대하는게 맞다.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은 9월1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뉴스타파가 지난 대선 직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은 9월1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뉴스타파가 지난 대선 직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와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조선미디어그룹의 행태도 비슷하다. 무단침입 사건 당시 TV조선 이재홍 사회부장은 “TV조선과 조선미디어그룹은 한 건물에 있고, 일제 강점기 이후 어떤 시련에도 사정당국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없다”며 “만약 경찰이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한다면 이는 정권과 공권력이 언론을 탄압한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압수수색 다음날인 15일 대부분 신문이 사설을 통해 우려와 함께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데 조선일보는 사설을 실지 않았다. 자사의 압수수색은 언론자유 탄압이라면서 타매체의 압수수색엔 이렇다할 말이 없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헷갈리는 논리도 등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권태선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해임 집행정지를 서울행정법원이 인용하자 이렇게 말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2500원 김밥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삼아 KBS 강규형 이사를 정말 무리하게 끌어내렸을 그 당시에도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야권 추천 강규형 이사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기각에 부당함을 주장해왔는데 이제 와서 강규형 이사도 집행정지 기각됐으니 권태선 이사장 집행정지도 기각됐어야 했다는 논리다. 그럼 박 의원은 강규형 이사의 집행정지 기각에 찬성한다는 것인가 반대한다는 것인가.

박 의원은 “본안이 계속되고 있는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하여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결정할 수 있으나,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때에는 집행정지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는데 강규형 이사의 집행정지 기각도 당연하다는 것인가. 권태선 이사장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이 본안 소송에서도 유효해야 한다는 것인가 아닌가.

▲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8월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했다. ⓒ 연합뉴스
▲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8월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했다. ⓒ 연합뉴스

진영을 기준으로만 생각해 끼워 맞추려다보니 과거 집행정지 인용 문제에서도 일관성 없는 논리, 즉 내로남불이 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치적 후견주의가 작동하는 방송지배구조 개선을 하지 못한 탓이 크다.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도록 방치하면서 뻔뻔하고 신박한 내로남불 논리만 판을 치게 만들었다. 이런 악순환을 끓을 수 있는 답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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