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원 예산 대폭 삭감 국면을 맞은 연합뉴스 경영진이 사내 비정규직 감축을 우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비정규직 규모가 정규직 노동자의 4분의 1을 넘어서는 데다 상당수가 사내 상시 지속·필수 업무를 맡아왔던 터에, 회사가 경영 위기 우선 대책으로 비정규직 감축을 내놓은 것에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지난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 대의원들과 정부 지원예산 삭감 대책 관련 질의응답 자리에서 비정규직 감축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성 사장은 “계약직과 프리랜서 계약 만료 시점 도래 시 절제된 방식으로 충원하겠다”며 “계약 만료가 되니 일반적으로 그 후임을 충원하는 방식에 있어 보수적 방식으로 (하는 것을) 검토했다는 말씀”이라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사내 비정규직(외주업체 제외, 파견직 포함)·프리랜서는 215명이다. 연합뉴스 정규직 사원 800여명의 4분의 1을 넘어서는 규모다. 성 사장은 올해 9~12월 65명의 비정규직·프리랜서 구성원 계약이 ‘만료’되며, 내년엔 150명의 계약이 모두 만료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계약 만료되면 바로바로 진행”에 내부서 ‘강력 반대’ 의견

성 사장은 국회가 올해 말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기 앞서 당장 감축안에 착수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예산이 집행되는 내년 1월이 도래하기 전에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것, 특파원이나 통신원 기타 비정규직 사원 부분은 바로바로 들어갈 것”이라며 “계약 기간 만료가 도래하면 그 시점에 바로 (계약 연장 거부를)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

실제 연합뉴스 구성원들에 따르면 이날부터 복수 부서에서 ‘계약 만료’를 한 달 앞둔 비정규직·프리랜서들을 대상으로 ‘계약 연장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통보하도록 상부 지시를 받아, 이 같은 통보가 이뤄지기도 했다.

‘비정규직 우선 감축안’은 곧바로 내부 저항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성 사장이 앞서 밝혔던 ‘강제적 인원 감축은 없다’는 기조에 어긋나는 까닭이다. 또 운전직, 유튜브, SNS, 웹디자인 등 실제 사내 필수적이거나 상시 지속되는 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해온 실정에서 최소한의 개별 근무 양태를 살피거나 당사자와 사내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감축안을 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진이 ‘쉬운 해고’를 선택했다는 비판이다.

실제 지난 7일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감축에 ‘강력 반대’ 의견이 나왔다. 연합뉴스 편집총국 소속 한 대의원은 “웹디자이너나 프리랜서에 대해 재계약하지 않는 건 강력 반대”라며 “웹디자이너의 경우 내부에선 필수 인력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의원은 “우리 부서도 프리랜서 계약 연장이 안 될 거라는 루머가 돈다. 어제도 계약 만료를 몇 달 앞둔 웹디자이너 두 명이 따로 불려가 계약이 안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고 했다.

성 사장은 이에 “비용 절약을 위해 슬림화하는 쪽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계약직 사원이나 프리랜서의 경우 일반적으로 부서장이 임의로 계약 체결하는 방식인데 이제 전체 비용 차원에서 중앙에서 통제 관리한다는 것이다. 외국어뉴스뿐 아니라 디지털콘텐츠국, 기획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 계약직 사원 기능이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다 없애겠다는 말씀은 아니다. 큰 원칙”이라며 “아까 반대라 하셨는데, 모든 인원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했다.

회사 안팎 비판 “회사 미래 잠식” “공영언론 모습 아냐”

한 연합뉴스 구성원은 통화에서 “내부 경비 절감이 불가피하면 여러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신분상 지위가 불안정한 약자들부터 손 대고 비용 절감에 들어가는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며 “긴 안목으로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하는데, 즉자적 대응이 되레 회사 미래를 깎아먹는 결정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구성원은 “고전적 보도 기능(기자직) 외 분야에 임시직이 많은데 이들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며 “상시 지속성 여부로 볼 때 해석이 애매한 직종도 많다”고 했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법무법인 창조)은 “비정규직들이 언론사 운영에 주요한 역할을 해오고도 회사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가장 먼저 ‘정리’되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을 맞는다. 언론사의 이중 행태”라며 “언론사 내 비정규직 고용과 처우 문제에 대한 근본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연합뉴스가 비정규직을 먼저 내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이자 공영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국회에서 상시 지속 업무에 비정규직 고용을 지속하는 데에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연합뉴스가 정부 유관기관임에도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점을 질의했다. 연합뉴스가 반복 업무이거나 기능직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유튜브 제작, 운전직, 사무보조 등 다수 직무가 실제 여타 공공기관에선 상시지속 업무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지난해 류호정 의원실에 제출한 비정규직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당시 기준 연합뉴스 정규직 노동자는 836명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약직 63명, 외주업체 72명, 파견직 94명, 프리랜서 41명 등 총 270명이었다.

직무 별로는 연합뉴스가 ‘제작 보조’로 분류한 인원은 총 135명(파견직·계약직·프리랜서)에 달했고 시설관리·교환 72명(외주 간접고용), 운전직 45명(파견·계약직), 경영지원 12명(계약직·파견직), 사업 5명(파견·프리랜서), 제작 일반 1명 등으로 나뉘었다. ‘제작보조’에 웹디자이너와 영상편집, SNS 담당 등 직종이 속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연합뉴스에 지급하는 내년도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원 예산을 올해 278억6000만 원에서 228억6000만 원(82.1%) 삭감한 50억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성기홍 사장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비롯한 비상경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홍보부 담당자는 통화에서 “7일 대의원들과 질의답변에서 밝힌 것까지가 회사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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