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 위원장 류희림)가 12일 김만배씨의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방송사 5곳에 전부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의견진술은 심의위원들이 중징계인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사안에 대해 해당 방송사 소명을 듣는 절차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긴급 심의에 반대하며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여권 추천 위원 세 명은 의견진술에 전원 찬성했다.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방송사 5곳(KBS·MBC·SBS·YTN·JTBC 지난해 3월7일 방송분)에 대한 심의 절차는 일주일만에 이뤄졌다. 방통심의위 여권 추천 위원들은 지난 5일 방송소위에서 돌연 해당 인용보도를 긴급 심의해야한다고 주장했고,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이 반대하며 퇴장했지만 황성욱 당시 위원장 직무대행(국민의힘 추천)이 긴급 안건 상정을 강행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의 잇따른 반발에도 12일 긴급 심의는 진행됐다. 이날 류 위원장은 안건 상정 절차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관례적으로 부위원장이 방송소위위원장을 맡아왔는데, 류희림 위원장이 직접 방송소위위원장을 맡기로 한 점도 이례적이다. 이날 전체회의엔 김유진 위원 불참으로 류희림(대통령 추천), 황성욱, 허연회(국민의힘 추천),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 등 총 4명이 참여했고, 옥시찬 위원은 ‘권력이 집중돼 다수가 긴급 심의 안건 상정을 밀어붙였다’며 긴급 심의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 관련 JTBC는 지난 6일 <JTBC 뉴스룸>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관련 담당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했다며 왜곡보도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MBC는 7일 <뉴스데스크>에서 본 사안과 관련해 시청자들의 혼선을 일으켰다며 보도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KBS와 YTN도 8일 각각 <뉴스9>, <뉴스나이트>를 통해 향후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 JTBC 뉴스룸이 지난 6일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사과했다. 사진=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 JTBC 뉴스룸이 지난 6일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사과했다. 사진=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류 위원장은 안건으로 상정된 KBS <뉴스9>에 대해 “뉴스 전문에서 녹취록이 허위일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다”며 “반드시 관계자 의견진술을 통해 전말을 들어봐야한다”고 했다. 네 꼭지를 할애해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선 “KBS는 그나마 주장이라는 말을 넣었지만, MBC는 단정적으로 김만배씨 녹취가 사실인 것처럼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대해선 “MBC와 같은 수준으로 네 꼭지를 집중보도 한 측면에서 관계자 의견진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욱 위원도 “앵커와 출연자 모두 한쪽 편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며 “‘주장’이라고 하면서 인용하지만, 결과적으로 녹취 파일이 거짓이었다는 게 밝혀진 이상 마치 사실일 수 있다고 전제하고 보도한 건 문제”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특히, JTBC 보도로 사안이 촉발됐다. JTBC는 최근 사실규명을 해보니 당시 취재했던 기자가 한쪽 일방적 말만 듣고 중요한 사실을 누락, 왜곡했다는 점을 시인했다”며 “꼭 관계자 의견진술을 들어야한다”고 했다. 허연회 위원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자 관련 내용 가짜뉴스, 가짜인터뷰를 3분 동안 자세히 방송했다”고 비판했다. 류 위원장은 JTBC의 지난해 2월22일, 2월28일 방송을 추가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도 했다. 

해당 인터뷰 내용을 정면으로 다룬 타 방송사와 달리, 민원이 제기된 SBS <8뉴스>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보도에서 이 후보의 발언을 통해 뉴스타파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SBS 보도에 대해 황성욱 위원은 “(의견진술을 통해) 같은 보도에 대해 다른 방송사와 다르게 판단했던 이유도 물어보고 싶고, 이에 대해 같은 지상파로서 어떤 계기로 방송했는지 물어보고싶다”고 말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이런 가운데 허연회 위원은 방통심의위에서 공식적으로 보도·시사·선거방송에 대한 각 지상파, 종편 방송사의 자체 가이드라인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옥시찬 위원은 신임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방송사에 가이드라인을 요구할 필요가 있냐며 “전체회의에서 논의해야한다. 보도만 골라 요청하는 것도 안된다”고 말했다. 심의위원들은 이 사안을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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