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의 언론보도 대응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문체부는 ‘뉴스타파 신학림-김만배’ 사건 전모를 밝히겠다며, 뉴스타파의 자율심의기구 가입 내역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문체부가 특정 언론보도를 두고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체부가 언론 취재·유통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위헌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체부는 6일 <문체부, ‘윤석열 커피 가짜뉴스’의 생산·유통 과정 추적·분석, 대응조치 나서>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4월 만든 ‘가짜뉴스 퇴치 TF’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뉴스타파의 인터뷰 과정과 보도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해당 가짜뉴스가 일부 방송·신문으로 집중 유통·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교묘한 전파 과정 등 이번 사건 전반을 추적,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9월6일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갈무리.
▲9월6일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갈무리.

이어 “이번 사안을 계기로 민심을 공작적으로 비틀고 언론의 건강한 환경과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조직적인 중대 가짜뉴스에 대한 제도적 대응·제동 방안 마련에 검토, 착수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가 언론사의 취재 과정을 점검하겠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박보균 장관은 보도자료에서 뉴스타파 보도를 2002년 ‘김대업 가짜뉴스’에 비유하면서 “공작적 행태들이 조직적이고 추잡하게 악성 진화해서 ‘가짜뉴스 카르텔 합작 사건’으로 등장했다. 언론의 신뢰와 공정성을 형편없이 망가뜨리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르텔적 역할 분담 의혹 등을 밝혀 달라는 국민적 분노·요구에 적극 부응하겠다”고 했다.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인터뷰이인 김만배 씨에게 거액을 받고 책을 판매하는 등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언론정책 주무 부처가 직접 나서 “카르텔적 역할 분담”, “공작적 행태” 등 표현을 쓰며 규제를 예고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 시절 정부가 언론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자 ‘언론탄압’이라며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2021년 4월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국면 당시 성명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롯한 언론규제 강화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가 만든 ‘가짜뉴스 TF’가 정치적으로 쟁점이 된 사건에만 가동된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7월 문체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 관련 의혹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TF 자문단을 운영했다. 당시 야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 여당은 이를 방어하는 형국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문체부가 언론사의 취재·유통 과정을 들여다 볼 권한이 있는가. 언론보도와 관련해 정부 부처가 월권을 행사하면 이는 곧 위헌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신학림 전 위원장 취재 과정에서) 언론윤리 위반이 드러난 건 맞다”면서 “그렇다면 문체부는 자율규제를 지원해 언론윤리를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짜야 한다. 권한이 아닌 건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언론이나 국회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뜻”이라며 “문체부가 직접 조사할 권한은 없다. 다만 상황을 지켜보고 어떤 양태로 결론이 진행되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용보도한 과정을 우리가 알 수는 없는 것이다. (보도자료는) 언론에서 이야기 나오는 맥락을 짚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자율심의 가입 내역까지 들여다보는 문체부

문체부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뉴스타파가 인터넷신문위원회 자율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뉴스타파가 자율심의에 참여하지 않은 원인 확인에 나섰다면서 “자율규제 존중 차원에서 언론재단과 협의해 신문과 인터넷신문의 자율심의에 참여하는 언론사에 대해서만 언론진흥기금 공모사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율심의기구 참여 여부는 언론사 선택일 뿐 강제 사항이 아니다. 자율심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 될 게 없다.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신문은 1만1601개다. 이 중 인터넷신문위원회 자율심의 참여 서약사는 846곳에 불과하다. 언론진흥기금 공모사업 기준에 ‘자율심의 가입’을 강제 사항으로 넣는 건 자율규제를 사실상 타율규제로 만드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는 미디어오늘에 “정부가 ‘자율규제를 하는 언론사에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고 한다면 말이 될 수 있는데, 자율규제를 안 했으니 언론진흥기금이라는 인센티브를 차단하겠다는 건 언론재단 사업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센티브 규제가 필요하지만, 점수제를 도입하면 금방 영향을 줄 것”이라며 “타협과 토론을 통해 해결할 일을 전부 적으로 만들어서 해결하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자율심의기구 참여 여부도 자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참여한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 사이의 차등점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일률적으로 (언론진흥기금 지원 여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규제를 존중하고 강화하는 내용으로 검토하겠다. 언론사들이 자율규제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니, 제반 사정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또 문체부는 8일 보도자료에서 가짜뉴스 확산 원인을 인터넷 매체와 뉴스포털로 규정하고, 관련 문제점을 파악해나가겠다고 했다. 문체부는 뉴스타파 사건을 거론하면서 “네이버 등 거대 뉴스포털이 가짜뉴스의 핵심적 유통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을 주목하고 네이버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게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박 장관은 “네이버 등 거대 포털이 끊임없는 불공정성과 편파성 논란을 빚고 있고,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과 자정 노력이 미흡하다는 비판과 지적을 받아왔다”며 “이런 실상이 뉴스포털의 리더십 운영체계, 관행 등 구조적 문제점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자료가 나온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다. 같은 날 오전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극단적인 좌편향 언론사들에게 콘텐츠 제휴 등을 해준 것에 대해서 불법과 편법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여당이 ‘포털 때리기’에 나서자 문체부가 뒤이어 유사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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