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기술자’로 불리는 이동관씨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결국 입성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폭주를 넘어 ‘광란의 질주’라고 해야 할 정도다. 그를 앞세워서 현 정부가 벌이는 언론에 대한 개입도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장이라기보다는 방송‘통제’위원장이라고 불려야 할 이동관씨나 현 정권의 언론 ‘정책’-그것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면-이 겨냥하는 것은 단지 공영언론기관이나 공영방송에 ‘우군’을 앉히거나 정권에 유리한 보도로 압박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데에 더욱 근본적인 심각성이 있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공영언론의 장악을 넘어서는 것에 있다. 공영방송의 축소와 파괴, ‘방송의 종편화’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 근본적 구조개혁’이 의미하는 것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이를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8월28일 취임사에서 그는 “공영방송은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왔다”면서 “서비스·재원·인력 구조 등 개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공영방송 개혁 노력이 단순한 리모델링 수준에 그쳐왔다면 이번 6기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선도하겠다”고 한 것은 이를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것임을 노골적으로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그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첫날부터 전광석화처럼 행동에 나섰다. KBS의 대외방송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며 EBS 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을 전년 확정 예산 대비 규모 역대 최고치로 삭감했다. 비지상파 공영언론인 YTN 사영화-민영화라는 이름의 사영화라고 불러야 마땅하다-도 본격화했다. 이달 중에 매각 공고를 내기로 했다. 한국경제신문, 국민일보, 한국일보 등 인수 희망 의사를 밝히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8월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8월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동관표 종편 2기, 공영언론이 위험하다

공영방송을 향해 집중적으로 펼쳐지는 ‘공영언론 개편’의 끝은 어디를 향하는 것인가. 언론정보학회가 지난달 초에 발표한 성명서가 밝히고 있는 대로 “공영방송 자체의 무력화와 소멸”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한국 방송의 종편화’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2011년 종편 출범을 주도했던 이동관 스스로가 이제는 공영언론들의 종편화라는 종편의 역사 2기를 쓰려고 하는 것이다. 그 자신이 시작한 일을 스스로 완결하려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친권력화하는 한편 극도로 위축되는 가운데 거의 모든 방송이 종편화하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종편의 과거와 현재가 그 미래상을 여실히 보여준다.이명박 정부 시절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해 탄생하면서 시초부터 기형적 출발을 했던 종편은 어느덧 한국 언론의 주류로 성장했다. 애초부터 잘못된 탄생이었던 종편은 초기의 불안한 경영을 정부의 특혜 등 온갖 제도적 뒷받침 속에서 급성장해 왔다. 그 급성장은 한국 사회 여론의 지형도를 바꾸는 과정이기도 했다. 불행히도 좋은 방향으로의 개선과 진전이 아닌 한국 사회의 퇴행과 혼탁화였다.

‘종합적 시각’ 없는 종편, 공론장 저급화

종편 체제 하에서 한국의 언론 환경과 공론장은 한층 더 악화했다. 무엇보다 종합편성채널에 ‘종합’은 없었다. 이는 종편 프로그램 구성에서 시사와 대담 프로그램 편중이 극심하다는 점에서부터 그렇지만 그 내용에서 더욱 그러했다. 극히 파편적이며 단선적인 내용과 주장들이 종편을 통해 ‘공론’의 이름으로 유포 재생산되고 여론으로 형성됐다.

종편의 더 큰 문제는 그 같은 종편적 특징이 종편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한국 언론 전체로 파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언론학자 지적처럼 “우리 사회 논의가 합리적 방향으로 되지 않고 자극적으로 가는 데 종편이 촉발하고 키우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지상파나 다른 방송에서 종편식 진행이 늘고 있고 사회 전체가 그렇게 가고 있다.”

▲ 종합편성채널
▲ 종합편성채널

아이러니한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의 5년간 종합편성 채널이 최소한의 사회적 통제와 감시 속에서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더욱 강력해졌다는 점이다. 종편 4개사 중 3개가 문재인 정부 시절 승인 취소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것은 물론 더욱 번창하고 융성했다.

문재인 정부 때 퇴출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종편은 새 정부에서 더욱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지난해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 일찌감치 종편에 ‘규제 완화’ 선물 보따리를 안겨줄 방침을 발표했다. 특혜성 정책 지원을 한쪽의 날개로 삼으면서 종편은 한국 언론시장의 강자(强者)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종편과 정권의 끌어주고 밀어주는 밀월(蜜月)관계는 이미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영방송의 친정권화, 관영화의 우려와 함께 한국 방송 전체의 종편화라는 미래, 그것이 참담한 만큼 방송개편이라는 이름의 광란의 폭주를 반드시 막아내야 할 이유다.

※ <민언련 칼럼>은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언론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써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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