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보도가 재미없다’는 건 편견일지 모른다. 지난해 8월 태풍 ‘힌남노’를 소개한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는 유튜브 조회수 538만 회를 기록했다.

독자들은 기후 보도에 반응한다. 단, 과학 뒤에 숨은 인문학 스토리를 찾아 소개하고 어려운 과학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라. 다양한 전문가 목소리를 경청하라. 현인아 MBC 기후환경팀 기자 조언이다.

▲ 현인아 MBC 기후환경팀 기자가 지난 24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현인아 MBC 기후환경팀 기자가 지난 24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지난 24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발표자로 나선 현인아 기자는 스스로를 ‘종군 기자’로 규정했다. 그만큼 오늘날 기후 위기는 인간 터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고, 기후·환경 전문 저널리스트는 기후 전쟁을 종식시킨다는 사명을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년 가까이 기상캐스터로 활동한 그가 기자로 활동한 지는 5년여. 현 기자는 “기자 경력은 비록 짧지만 보도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취재·보도 노하우를 공개했다.

현 기자는 지난해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MBC 힌남노 보도가 주목받았던 것에 “슈퍼태풍이 그 힘을 잃지 않고 고위도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 얼마나 이례적 태풍인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31일자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슈퍼태풍 ‘힌남노’ 접근… “자연 법칙 무시하는 듯”> 유튜브 댓글을 보면 찬사 일색이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는 능력은 진짜 대단한 능력”, “정말 이해하기 쉬운 방송. 마치 지구과학 수업을 다시 듣는 기분이다. 걱정만 주기보다 원인을 분석해서 알려주는 게 좋았다”, “태어나서 본 기상 예보 중에서 월등하게 최고” 등 현 기자를 극찬하는 댓글이 다수다.

▲ 2023년 5월16일자 MBC 뉴스데스크 ‘20여 년 발길 끊긴 한강 밤섬, 6.4배 커지고 육지화 진행’ 화면 갈무리.
▲ 2023년 5월16일자 MBC 뉴스데스크 ‘20여 년 발길 끊긴 한강 밤섬, 6.4배 커지고 육지화 진행’ 화면 갈무리.

현 기자의 또 다른 리포트 <20여 년 발길 끊긴 한강 밤섬, 6.4배 커지고 육지화 진행>(2023년 5월16일자)은 서울시를 섭외하는 데만 1년이 걸린 보도다. 국제 람사르습지로 지정되기도 했던 서울 밤섬이 습지에서 육지로 변하는 육지화 현상으로 인해 섬 안 생태계가 뒤바뀌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보도도 유튜브 조회수 212만회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3월6일자 <대서양이 갑자기 멈췄다, 200년 한파가 한반도 강타>의 경우 충북 단양군 온달동굴을 찾아 보도한 것으로 동굴 종유석과 석순을 분석해 1만6000년 전 한반도를 강타한 급격한 기후 변화를 추적했다. 이 역시 유튜브 조회수 193만회를 기록했다.

현 기자는 “기후·환경 보도는 더 이상 다음날로 미뤄야 할 뉴스가 아니다”라며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시청자들은 나아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 기자 보도에는 여러 전문가가 등장한다. 20년을 기상캐스터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현 기자 본인도 전문가로 평가받지만, 그는 “매일 아침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새로고침을 누른다”고 말했다. 현 기자는 “지금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기자 본인이 어설프게 전문가인 양해서는 새로운 뉴스를 취재할 수 없다”며 “우리는 특정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특정 정보를 전달하는 유통 전문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에게 귀를 최대한 기울여야 한다”며 “기자는 훌륭한 전문가를 발굴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현인아 MBC 기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해양대기국 허리케인 헌터인 닉 언더우드 연구원과 직접 영상 통화한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MBC 보도 화면 갈무리.
▲ 현인아 MBC 기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해양대기국 허리케인 헌터인 닉 언더우드 연구원과 직접 영상 통화한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MBC 보도 화면 갈무리.

미국 해양대기국 허리케인 헌터인 닉 언더우드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허리케인 헌터는 허리케인 눈 속으로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 과학자를 말한다. 이들은 허리케인 눈으로 들어가 수온, 풍향, 풍속 같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기상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현 기자는 지난해 10월 언더우드 연구원과 직접 영상 통화한 내용을 보도했다. 언더우드는 “허리케인 강도가 강해지고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후 위기를 경고했다.

현 기자는 “우리나라에선 기상 항공기가 돈을 잡아먹는다는 논란을 부르는데 제대로 된 기상 항공기를 운영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문가 입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며 “내 목소리보다 실제 현장에 있는 전문가 목소리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현 기자가 보도에서 주력하는 건 어려운 과학 용어를 쉽게 해설하는 일이다. 지난 7월 리포트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관측소, 우리는 놀라운 것을 보고 있다>에서 현 기자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제곱미터당 2.72와트의 열기가 더해졌다’고 분석한 UN기후변화보고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현인아 MBC 기자가 기후 보도에서 주력하는 건 어려운 과학 용어를 쉽게 해설하는 일이다. 현 기자가 지구 온난화로 지구가 얼마나 뜨거워졌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진=MBC 보도 화면 갈무리.
▲ 현인아 MBC 기자가 기후 보도에서 주력하는 건 어려운 과학 용어를 쉽게 해설하는 일이다. 현 기자가 지구 온난화로 지구가 얼마나 뜨거워졌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진=MBC 보도 화면 갈무리.

“60와트 백열등으로 환산하면 이해가 쉬운데요. 뜨거운 백열등을 한반도 면적에 100억 개를 켠 상태가 되는 거고요. 지구 전체로 생각해보면 지구 전체에 23조 개를 켠 것과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뜨거울 것 같지 않나요?”

현 기자는 “과학은 엄청난 숫자의 향연이 펼쳐지는 분야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수치를 쉽게 시각화해 알릴지 고민한다. 어려운 과학 용어를 쉽게 풀어서 해설하려는 노력을 보일 때 시청자 마음이 열리는 걸 느낀다”며 “과학 뒤에 숨은 인문학 스토리를 찾아 보도에 더하면, 구독자들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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