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일일브리핑을 두 달하고도 일주일째 진행하고 있는데, 브리핑에 자주 참석한 기자들은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 (중략)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정부가 일본에 요구했던 7개 사안 가운데 하나도 받아들인 게 없는 것 같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7개 요구 중 몇 가지를 수용한 거라 보나?”(8월22일 정부 일일브리핑 질의응답 중 CBS 기자 질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2일 오전 “24일 오염수 방류를 실시한다”고 밝힌 가운데, 우리 정부는 같은 날 오후 “오염수 방류에 과학적 문제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에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방류 시점을 24일로 확정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일본 정부와 지속적으로 현안을 소통했다고 강조했지만, 각료회의에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안건이 올라갈 계획이라는 연락은 하루 전날인 지난 21일 통보 받았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선 기자들의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KBS 기자는 “일본이 어제(21일) 오염수 안건이 상정된다고 우리에 통보해줬다고 했는데, 그동안 우리는 일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통보해달라’고 요구해온 걸로 안다. ‘어제 통보’는 충분한 시간이라 볼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일본 측과 실무 협의를 할 때 우리는 ‘사후에 (방류 시점을) 알게 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우리 기자들도 최근 일본 내 흐름을 봤겠지만, 시간 여유를 두고 결정한 과정처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22일 회의에서 (방류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어제 통보한 것은 충분히 주변국에 대한 조치를 취한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2일 오전 “24일 오염수 방류를 실시한다”고 밝힌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날 오후 “오염수 방류에 과학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브리핑 현장에 참석한 일부 기자들은 오염수 방류 계획에 관한 일본의 일방적 통보와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사진= 김도연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2일 오전 “24일 오염수 방류를 실시한다”고 밝힌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날 오후 “오염수 방류에 과학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브리핑 현장에 참석한 일부 기자들은 오염수 방류 계획에 관한 일본의 일방적 통보와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사진= 김도연 기자

YTN 기자는 “이미 일본 언론을 보면 24일 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했다. 이에 비춰봤을 때 일본으로부터 방류 안건이 상정된다는 내용만 단순 통보 받았다면,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라며 “방류에 관한 세부 계획이라든지 추가 자료를 받은 것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박 차장은 “언론에 나온 정보는 어떻게 보면 카더라일 뿐 공식 발표는 아니다”라며 “또 일본 언론 정보도 정확하지 않았고 조금씩 팩트가 바뀌었다. 공식적으로 통보를 받느냐 안 받느냐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 뒤 “방류 시점 등 일본의 방류 계획이 우리가 검토했던 것과 변동이 없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정부 입장문을 통해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당초 계획대로 방류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고 오염수 방류에 계획상의 과학적, 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 차장은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이는 우리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요구했던 사안은 7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윤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요구한 △오염수 방류 점검 모니터링에 한국 측 전문가 참여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방사성 물질 농도 기준치 초과 시 즉각 방류 중단 및 한국 측에 공유 등 3가지다.

▲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왼쪽)과 박성훈 해수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왼쪽)과 박성훈 해수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에 더해 우리 정부는 지난달 7일 독자 검토 보고서 발표 당시 기술적 보완사항 권고안으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크로스플로우 필터 점검 주기 단축 △ALPS에 대한 연 1회 입·출구 농도 측정 시 추가 핵종 측정 △선원항 변경 시 방사선영향평가 재실행 △실제 핵종 배출량을 토대로 주민 피폭선량 평가 등을 일본에 제안했다.

이정주 CBS 기자는 22일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7개 요구 사항 가운데 몇 개를 일본이 수용했다고 보느냐”며 “야박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난 7개 사안 가운데 하나도 받아들인 것 같지 않다. 최대로 넓게 봐도 2개 정도다. 정부는 일본이 몇 개를 수용했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기자는 “(국제 원자력 기구 IAEA가 운영하는) 후쿠시마 원전 현장 사무소에 우리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안은 원래 사무소에 우리 측 요원이 상주하는 걸 의미했다”며 “또 방류 직전까지 알프스 점검 주기 3년을 얼마로 단축하겠다는 결정도 이뤄지지 않고 추가 논의하겠다는 말뿐이다.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건도 도쿄전력 지침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 일본이 수용했다고도 할 수 없다”고 짚었다.

반면, 박 차장은 “7개 요구 중 일본이 5개는 완전 수용했고, 하나는 절반 정도 수용했다. 남은 하나는 협의 중”이라고 반박했다.

박 차장은 “원전 현장 사무소에 우리 측이 직접 상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타국과의 형평성 문제 등 우리 전문가 파견 문제는 녹록하지 않았다”며 “우리 측은 정기적으로 IAEA 후쿠시마 원전 현장 사무소를 방문하기로 했고, IAEA도 오염수 방류 최신 정보를 정기적으로 우리 정부에 공유하고 화상회의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AEA가 특정 정보를 특정한 국가에 제공하는 경우는 이례적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충분히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당초 의도한 수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모니터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취재하고 있는 이정주 CBS 기자가 지난 18일 자사 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노컷.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취재하고 있는 이정주 CBS 기자가 지난 18일 자사 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노컷.

박 차장은 “우리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 확인과 점검 절차를 마련해 뒀다”며 “방류 개시 이후 정부가 알게 되는 정보는 브리핑 등을 통해 국민께 투명하게 전달해 드리고, 일본 측에 개선을 요구할 사항이 있으면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오염수 방류에 과학적 문제는 없다”는 정부 입장 발표가 국민 불안을 불식시킬지는 의문이다. 이정주 CBS 기자는 브리핑 후 기자와 만나 “일본 측과 협의를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건데 협의는 방류 날짜가 결정되기 전에 끝냈어야 했다”며 “방류 날짜를 받아놓고 협상하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기자는 “이런 브리핑도 상식적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일자가 나오기 전에 이뤄졌어야 했다”며 “지난달 12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후속 조치로 시작된 게 양국 실무 협의였다. 한일 양측은 문안 정리 등으로 시간만 보내다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방류의 조건을 두텁게 관철시켰어야 했는데 지금은 이미 방류 날짜가 나온 상태로 협상력이 현격히 떨어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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