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논의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조건부 재가입’을 권고하자 정치권 일각과 언론에서 비판이 나왔다. 삼성이 전경련에 복귀하면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탈퇴한 지 7년 만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오늘 삼성 준법감시위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결정을 했다”며 “재벌 개혁을 위해 모두가 조금씩 염원하고 싸워왔던 역사까지 부정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삼성 준법감시위가 전경련 복귀를 결정한 건, 그들 스스로 정권 눈치를 보고 삼성 대신 매맞아주는 매품팔이 조직이었고, 구시대적 회귀에 길을 닦아주는 앞잡이에 불과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준법감시위에 이름 올린 인사들 모두,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1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1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위원장 이찬희)는 지난 18일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이 전경련에 재가입하는 문제에 “만일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 필요한 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 5개 계열사는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후신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복귀 여부를 논의한다.

앞서 전경련은 한경협으로 새 출발한다는 혁신안을 발표한 뒤 재계 4대 그룹 동참을 요청했다.

박 의원은 지난 2월 취임한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도 비판했다. 박 의원은 “여당 당대표를 맡았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전경련 대표를 맡았었다”며 “정계 거물이 경제단체 대표였는데, 이것만큼 정경유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준법감시위가 이런 결정을 한 건, 노동시간 단축,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에서 재계와 대기업 편들기로 폭주하던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대놓고 재벌체제와의 구시대적 유착 관계 구축에 나섰단 소리 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는다.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이름 바꾸는 게 혁신인가”라며 “분식회계로 점철된 재벌 체제에서 전경련의 명칭 변경은 그야말로 분식 개명일 뿐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의 시대착오적 결정에 국민은 그 어떤 기대조차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한국일보 19일자 사설.
▲ 한국일보 19일자 사설.

언론들은 19일 관련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기업에는 상전이고 정권에는 하수인이고 권력과 민원 창구로서의 전경련은 한국 사회에 더 이상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국정농단 파문 당시 한국 사회가 얻은 교훈일 수 있다”며 “재계 1위 삼성의 결정은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위 우려대로, 삼성은 전경련 혁신과 정경유착 고리가 끊어진 걸 확인하고 가입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전경련의 경우 정경유착의 창구 역할을 해온 그늘진 역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폐단이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 요청으로 이어졌고 해체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정농단 청문회에 선 4대 그룹이 스스로 탈퇴를 선언한 게 7년 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갑자기 전경련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나서는 건 다소 생뚱맞다. 적어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 변경이나 이유를 설명하는 게 우선인데 그러한 노력도 부족했다. 전경련도 그동안 바뀐 걸 보여준 게 없어, 명분이 약하다”고 꼬집었다.

세계일보는 “한경협(전경련 후신)은 비상한 각오로 낡은 폐습과 결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윤리경영위원회·윤리헌장 제정 등 내부 통제 장치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며 “단순한 재계 나팔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싱크탱크’로 변신하겠다는 약속도 이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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