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입영이 시작된 사실조차 몰랐었다. 비슷한 시기 여름 휴가를 떠나면서 인천공항에 간 동료 기자도 “왜 스카우트 복장을 입은 외국 아이들이 공항에 많이 있었는지 나중에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해외 100여개 국가의 스카우트 대원 수만명이 몰리는 국제행사로 ‘청소년 문화올림픽’으로 불린다지만 국내 언론 다수는 이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잼버리 입영식이 열린 시기 국내 언론 보도는 이동관 그리고 LH 건설 카르텔에 쏠려 있었다.

입영식 첫날 8월1일은 행정안전부가 폭염 위기 경보를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그날 보도자료에 ‘잼버리 대책’은 없었고, 이를 문제 삼은 보도를 찾지 못했다. 이른바 ‘잼버리 사태’ 이후 국내 전국 단위 매체의 언론 보도를 되짚어 봤다.

잼버리 초기 언론 보도 양상만 보면 지금의 ‘과몰입’과는 달리 ‘무관심’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됐다. 잼버리를 앞두고 새만금이라는 ‘열린 공간’을 미리 취재한 매체는 소수에 불과했다. 잼버리 주관 방송사인 KBS 그리고 전라북도 지역의 신문·방송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은 새만금 잼버리를 온 국민이 알아야 할 주요 현안으로 다루지 않았다. 전국 단위 언론에게 잼버리는, 조금 과장에서 말하면, 그저 '동네 축제'였을 뿐이었다. 

이런 무관심 속에서 치러진 새만금 잼버리 대회. 감시자로서 지역 언론의 역할은 어땠는지 찾아봤다. 조직위원회 측의 장밋빛 청사진을 그대로 옮겨 적거나 내보내기만 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랐다. 잼버리 개막 이후 불거져 나온 ‘폭염’, ‘샤워실’, ‘배수’ 대책을 촉구하는 보도를 지역 신문과 방송이 여러 차례 내보냈다.

JTV 전주방송은 대회를 석 달 가량 앞둔 5월 <잼버리 코앞인데… 사흘 비에 현장은 ‘물바다’>란 제목의 현장 취재 보도를 내보낸 이후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 새만금 잼버리 사전 행사 격으로 6월16~18일 열린 ‘청소년 캠퍼리’(작은 잼버리 대회) 현장에는 전라일보 기자가 직접 다녀와 찜질방 같은 텐트, 하늘을 뒤덮은 모기떼, 화장실과 샤워장 설비 문제 등을 짚고 개선을 촉구했다.

전주MBC는 지난해부터 ‘배수 부적합’, ‘의료진 태부족’, ‘컨트롤타워 실종’ 등을 현장 고발 기사와 후속 보도로 10여 차례 내보냈다. 이들 매체뿐 아니라 지역의 여러 신문·방송이 잼버리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개선을 촉구했다. 전북민주언론실천시민연합은 6월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여러 언론이 제기한 문제점을 정리하고 “본 대회 전까지 빠른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썼다.

▲ 8월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홍콩 스카우트 대원들이 짐을 챙겨 잼버리 야영지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 8월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홍콩 스카우트 대원들이 짐을 챙겨 잼버리 야영지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잼버리의 부실 진행을 막기 위한 지역 언론 매체의 노력이 있었다고 하지만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점에서 한계는 분명하다. 잼버리 사태 중 국내 다수 언론의 보도 양상을 돌이켜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사전 준비가 부족했지만, 수많은 손님을 초대해 놓고 행사가 한창인 시기 밀물처럼 쏟아진 비판 보도가 ‘잼버리 파행’ 쪽으로 모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조기 철수’를 결정한 다음 날 서울과 전북의 신문 보도를 비교하면 양측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지역 신문은 1면에서 <하늘도 안 도와준 새만금 잼버리… 결국 전북 떠난다>(전북일보), <폭염에 태풍까지, 새만금 잼버리 ‘조기 폐영’>(새전북신문), <태풍 ‘카눈’ 북상에… 결국 잼버리 대원들 조기 철수>(전북도민일보)라는 제목을 뽑았다. 뒤늦게라도 행사를 무사히 진행해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한 의지가 태풍 북상으로 꺾인 아쉬움이 담겨 있다.

서울 쪽 신문 1면은 <파행 잼버리, 사실상 ‘조기 폐막’>(한겨레신문), <결국 멈춘 ‘잼버리’… 대원들 흩어진다>(경향신문)였다.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를 기정사실로 보고 그 원인이 태풍이 아닌 ‘부실 운영’에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읽혔다. 모든 행사가 100% 부실하게 운영됐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잼버리 비판 언론 거의 모두 ‘스카우트 정신’을 얘기해 국민 모두가 알 정도가 됐는데 그 정신이 구현된 현장을 담은 보도는 극히 드물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도록 지적하고, 좋은 성과가 나기를 바라는 것. 뒤늦게 훑어 본 전북 지역 언론의 잼버리 보도는 이랬다. 이웃마을 잔치인양 먼발치에서 뒷짐 지고 바라만 보다가, 연기가 피어오르자 ‘내 이럴 줄 알았다’며 뒤늦게 훈수를 들고, 손님이 떠나지도 않았는데 ‘잔치는 끝났다’고 외쳐대는 것. 이런 방식으로 일관한 보도가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음을 이번 잼버리 사태의 언론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북일보는 8일 잼버리 조기 철수 해설 기사에서 “대부분의 언론 논조는 파행된 잼버리를 중단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몰고 갔다”며 “국내 보도에서 잼버리의 프로그램과 본질은 관심 없었고, 그 속에서 희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종됐다”고 썼다. 전북의소리는 “‘먹레이킹 저널리즘(Muckraking Journalism)’의 부활을 연상케 할 정도의 조롱과 희화를 선동하는 언론 보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의제파급’ 행위”가 새만금 철수를 부추겼다고 썼다. 국회 여야가 잼버리를 ‘정쟁의 소재’로만 소비하면서 급기야 여당 정책위의장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방자치 정책 재고론’까지 나왔는데 서울 지역 일부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적으며 퍼 나르고 있다. ‘잔칫상에 재 뿌리기식’으로 일관한 보도가 지방자치의 훼손으로 이어졌다. 또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지역 차별’의 근거로도 쓰이고 있다.

▲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방문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방문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언론 보도 양상으로만 보면 2011년 세계대구육상경기대회 시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 대회 중반 ‘대구의 실패가 평창의 교훈이 돼야 한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갔을 정도로 비난 일색이었다. 당시 대구 지역의 한 일간지는 “언론사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수위가 다르지만 ‘지방정부가 준비한 대회’라는 선입견을 공통으로 깔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만금 잼버리’ 이후 지방에서 개최될 모든 국제행사에 대한 언론 보도 양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방향이 이번 새만금 잼버리 보도와 같으면 안 된다. 새만금 잼버리 현장은 개막하기 수년 전부터 늘 열려 있었다. 새만금 잼버리 실패가 국격을 떨어뜨렸다고 한탄하기 전에, 그 현장을 미리 찾아가 취재하지 않은 책임이 언론에게도 있다.

이 대회 성공적 개최를 위한 비판 보도를 지속한 지역 언론이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하면 좋겠다. 이런 비판 보도에 이른바 ‘중앙 언론’이 힘을 실어줬다면 새만금 잼버리는 실패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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