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 근황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18년 전 공익제보자였던 류영준 강원대 교수에 대한 명예훼손성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되고 있다. 류 교수는 ‘전혀 근거 없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제작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없었고 당사자 문제제기 이후에도 넷플릭스 특유의 제작 구조 탓에 정정이 이뤄지지 않아 ‘넷플릭스 저널리즘’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 지난 6월 공개된 '킹 오브 클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 지난 6월 공개된 '킹 오브 클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 지난 6월 공개된 '킹 오브 클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진=Peddling Pictures  페이스북 공식 계정
▲ 지난 6월 공개된 '킹 오브 클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진=Peddling Pictures  페이스북 공식 계정

2005년 줄기세포 논문 조작과 실험 난자 채취 과정의 연구윤리 위반으로 세계를 충격에 파뜨린 황우석 박사의 근황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 황우석 박사의 몰락’이 지난 6월23일 공개됐다.

다큐멘터리에서 황우석 박사는 공익제보자였던 류영준 교수가 18년 전 내부 고발 당시 자신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고 아이의 대부가 되어 달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가깝게 지냈지만 뒤로는 ‘황우석 사태’를 고발했던 MBC PD와 연락을 이어갔다는 것.

황 박사는 “한국에서 어느 결혼식에 주례를 서준다는 건 그만큼 그들의 미래를 위해 함께 더불어 하겠다는 뜻”이라며 “(류영준 교수가) 아이가 탄생이 됐으니 이 첫 아이의 대부가 좀 돼 달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그 병원에 방문해 태어난 아이의 갓파더(대부)가 됐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하니 바로 그 기간에 계속해서 MBC 한학수 PD(당시 PD수첩 제작진)와 계속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 지난 2017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류영준 교수.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 2017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류영준 교수. 사진=김도연 기자

하지만 류 교수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 황우석 씨에게 첫 아이의 대부를 요청한 사실이 없고, MBC PD와 연락을 시작한 것은 2005년 6월로 첫아이 출생 3개월 이후라고 밝혔다. 류 교수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너무나 명백하게 증명이 가능하다. 이미 책이나 자료들로 나와 있는 것만 비교해도 맞는 게 없다”며 “(황 박사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가 생각해 보면, ‘예전에 그렇게 친했는데’라는 메신저에 대한 프레임을 짜기 위한 걸로 보인다. 제보자에 대한 불순한 의도, 동기를 부각시키기 위해 그랬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는 류 교수도 출연한다. 문제의 황 박사 발언은 류 교수가 등장하는 장면과 교차 편집되며 대결 구도로 묘사된다. 류 교수가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사람들은 저를 비판하기에 어떻게 아버지를 배신할 수 있느냐”고 말하자 황 박사가 주례와 대부 이야기를 꺼내는 식이다. 의도적으로 갈등 구조를 부각해 자극적 요소를 첨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류 교수는 “팩트체크는 최소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로 말이 틀리거나 논란될 부분은 반대편 입장을 물어보는 게 저널리즘 기본”이라며 “자극적인 구도를 만드려 했다는 의도가 의심되는 이유다. (제작진과) 서로 연락도 잘 되던 상황이라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전화로 금방 물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거를 묻지도 않고 그렇게 방송을 내보낸 건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2005년 11월24일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2005년 11월24일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류 교수는 지난해 다큐멘터리 제작진과 인터뷰를 했다. 지난 6월 다큐멘터리가 공개되기까지 사실확인과 검증을 거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류 교수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시점에 즉각 넷플릭스 한국 측 PD에 문자를 보냈고, 싱가포르 제작사 ‘패들링 픽처스’(Peddling Pictures), 한국 PD와 3자 대면도 했다. 제작사가 사실관계 확인의 미흡함까지 인정했지만 아직 정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싱가포르 제작사가 제작해 넷플릭스 UK에 납품했다. 

류 교수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 넷플릭스 측에 모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수정이 어렵다고 했다. 내부적으로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기다려 주겠다고 했는데도 아직 수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마지막 받은 답변은 자신의 주 계약자인 넷플릭스 UK가 휴가철이라는 내용이다. 한국 언론이었으면 언론중재위원회 소집되고 자막이나 사과문 등 대처가 이뤄졌을텐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사진=넷플릭스 제공.
▲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국내 탐사보도처럼 사실상 ‘저널리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나는 신이다’처럼 파급력도 지상파와 맞먹는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보도에 대한 책임을 지기 어려운 구조다. ‘넷플릭스 저널리즘’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류 교수는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다. 넷플릭스 코리아(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에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완전히 다른 법인이라 실제 제작 계약 업체인 넷플릭스 UK 등에서 꼼짝도 안 한다더라”며 “18년 전보다 줄어들긴 했어도 아직 황 박사 지지자들이 일부 남아 있다. 댓글도 그렇고 피해는 계속 발생하는데 한 달 넘게 이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 국내 관계자는 넷플릭스 UK에 확인을 거쳐 입장을 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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