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게 수천만 원을 지불하고 성적 사진을 구매했다는 의혹으로 정직 처분을 받은 BBC 앵커는 휴 에드워즈(Huw Edwards·61)였다.

1984년 BBC에 입사한 웨일스 태생의 에드워즈는 BBC 대표하는 앵커다. 지난해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지난 5월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 2019년 영국 총선 등 국가 중대사 뉴스에 빠지지 않던 앵커였다. BBC 메인 저녁 뉴스 ‘BBC 뉴스 앳 텐’ 앵커를 맡고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그의 위상에 “BBC 왕관의 보석과도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 BBC 앵커는 휴 에드워즈가 지난해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B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 BBC 앵커는 휴 에드워즈가 지난해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B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그런 그가 영국을 뒤흔든 ‘BBC 미성년자 성추문 의혹 사건’의 주인공으로 확인된 것이다. 의혹의 시작은 영국 일간지 더선(The Sun)이었다. 더선은 지난 7일(현지 시각) BBC의 한 남성 진행자가 2020년부터 당시 17세 청소년에게 노골적인 성적 사진을 구입하는 데 총 3만5000파운드(한화 약 5900만 원)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성적 이미지를 제작하거나 소유, 배포하는 행위는 범죄로 간주된다. 피해자로 추정됐던 아이의 어머니는 현재 20살인 아이가 코카인 중독에 걸렸으며 BBC 앵커가 지불한 돈이 마약을 구입하는 데 쓰였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BBC는 지난 9일 휴 에드워즈를 정직 처분했다고 밝혔다. BBC 측은 “가능한 한 빨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노력 중”이라며 “어느 시점이든 새 정보가 밝혀지거나 제공되면 적절하고 적극적으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익명으로 소식을 전하던 외신이 앵커 실명을 공개한 건 에드워즈 아내인 비키 플린드가 12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BBC 앵커 성추문’ 당사자가 자기 남편이라고 밝혀서다. BBC PD 출신인 플린드는 현재 에드워즈 상황에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며 “당분간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건강이 회복되면 현재 보도된 내용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 7월13일자 BBC뉴스 코리아 기사 화면 갈무리.
▲ 7월13일자 BBC뉴스 코리아 기사 화면 갈무리.

런던경찰청은 12일 에드워즈의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BBC는 자체 내부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피해자로 지목된 20세 청년의 변호사는 더선 보도는 “쓰레기”라며 의뢰인과 에드워즈 사이 부적절하거나 불법적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언론이 그동안 에드워즈 실명을 보도하지 않았던 이유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명예훼손법 위반 가능성에 있다. 정식으로 재판에 넘겨지기 전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개인의 정보 등을 공개하는 건 영국에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이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호하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BBC는 “에드워즈는 경찰의 공식 조사를 받은 적 없는 상황”이라며 “언론사가 에드워즈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은 이유는 사생활 보호법이나 명예훼손법에 의해 고소 당할 수 있는 법적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당사자인 청년이 더선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하면서 해당 진행자 실명 공개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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