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매체 미디어펜이 인천시가 발행하는 인터넷신문 기사를 일부 표현만 수정한 뒤 그대로 전재했다가 원 작성자 항의를 받고 삭제했다.

인천시 인터넷신문 ‘아이뷰’(i-view)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하는 지영준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석모도에 위치한 인천상회 과자박물관을 직접 취재했다. 이날 박물관을 설립한 ‘수집왕’ 이이교씨를 3시간여 인터뷰한 후 사흘 뒤 다시 현장을 찾아 추가 취재한 원고지 22매 분량의 기사는 지난 5일 <석모도 새 명소 ‘인천상회 과자박물관’ 아세요>라는 제목으로 발행됐다.

▲ 인천시 인터넷신문 ‘아이뷰’ 7월5일자, 석모도 새 명소 ‘인천상회 과자박물관’ 아세요.
▲ 인천시 인터넷신문 ‘아이뷰’ 7월5일자, 석모도 새 명소 ‘인천상회 과자박물관’ 아세요.

미디어펜은 이틀 뒤인 7일 <‘쓰레기’도 모으면 ‘보물’…인천 석모도 ‘과자 박물관’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지씨 기사를 무단 전재했다. 두 기사 리드 문장은 “산에, 섬에, 버려진 폐가에 가면, 땅속에 보물들이 숨어 있다”로 같다. 미디어펜은 두 번째 문단에서 “7일 인천직할시가 운영하는 인터넷신문 i-view에 따르면”이라고 밝힌 뒤 지씨 취재물을 다음과 같이 일부 표현만 수정하는 식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과자박물관은 개인이 운영하기에 관람료가 있다. 관람료는 매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운영를 감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관람료다. 손님 중 일부는 관람료를 보고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다. 관람하기 전에는 관람료가 비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이교 대표가 20년간 모은 수집품들을 보고 감탄한 관람객들은 오랫동안 박물관을 관람한다. 체류시간이 긴 편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서는 잘 봤다고, 고맙다고 말하는 손님이 많다. 일부 손님들은 운영에 도움이 되라며 입구에 있는 과자들을 한 아름 사서 돌아가기도 했다.”(아이뷰 7월5일자, 석모도 새 명소 ‘인천상회 과자박물관’ 아세요)

“과자 박물관은 개인이 운영하기에, 관람료가 있다. 성인 8000원(중·고등학생 7000원, 생후 36개월~초등학생 및 강화군민은 6000원)이다. 꽤 고가인 관람료는 매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운영를 감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금. 손님 중 일부는 관람료 안내를 보고,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다. 실제 관람하기 전에는 비싸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20년간 모은 수집품들을 보고 감탄한 관람객들은, 오랫동안 박물관을 감상하곤 한다. 체류 시간이 상당히 긴 편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서는 잘 봤다고, 고맙다고 말하는 손님이 많다. 일부 고객들은 운영에 도움이 되라며, 입구에 있는 과자들을 한 아름 사서 돌아가기도 했다.”(미디어펜 7월7일자, ‘쓰레기’도 모으면 ‘보물’…인천 석모도 ‘과자 박물관’을 아시나요?)

두 기사 마지막도 “추억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내 소중한 추억을 누군가와 공유해보고 싶다면 석모도 인천상회 과자 박물관에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로 같다. “i-view에 따르면”이라고 출처를 적시했으나 원 저작자로선 ‘미디어펜이 무단 도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

▲ 미디어펜 7월7일자, ‘쓰레기’도 모으면 ‘보물’…인천 석모도 ‘과자 박물관’을 아시나요?
▲ 미디어펜 7월7일자, ‘쓰레기’도 모으면 ‘보물’…인천 석모도 ‘과자 박물관’을 아시나요?

지씨는 자신의 기사를 갖다 쓴 윤아무개 미디어펜 취재본부장에게 이메일로 항의했다. “내가 직접 공을 들여 쓴 기사인데 (미디어펜 기사엔) 본부장님이 쓰신 것처럼 나와 있다. 기사를 인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가져간 거라면 누가 썼는지 독자들이 알 수 있게 제대로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이에 윤 본부장도 이메일로 “출처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며 “오히려 내가 (지씨의 기사를) 받았기 때문에 고마워하실 일 아닌가. 님의 기사를 널리 홍보해 드렸는데. 인천시 관계자하고도 통화했고 다음부터는 미리 상의하고 받겠다고 하고 끝냈다. 물론 더 이상 안 받겠지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시가 홍보를 위해 인터넷매체 아이뷰를 발행하는 만큼 미디어펜 기사로 그 목적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반문이다. “i-view에 따르면”이라고 출처를 밝혔으니 문제 될 것 없으며, 오히려 지씨가 미디어펜에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인천시 인터넷신문 아이뷰 객원기자 지영준씨는 자신의 기사를 갖다 쓴 윤아무개 미디어펜 취재본부장에게 이메일로 항의했다. 이에 윤 본부장은 “오히려 내가 (지씨의 기사를) 받았기 때문에 고마워하실 일 아닌가. 님의 기사를 널리 홍보해 드렸는데”라고 반문했다.
▲ 인천시 인터넷신문 아이뷰 객원기자 지영준씨는 자신의 기사를 갖다 쓴 윤아무개 미디어펜 취재본부장에게 이메일로 항의했다. 이에 윤 본부장은 “오히려 내가 (지씨의 기사를) 받았기 때문에 고마워하실 일 아닌가. 님의 기사를 널리 홍보해 드렸는데”라고 반문했다.

지씨는 11일 미디어오늘에 “아이뷰는 인천광역시가 운영하는 매체로 오마이뉴스 등과 콘텐츠 제휴를 맺고 기사가 나갈 때도 있는데, 이 경우 아이뷰 기사임을 명확히 밝히고 기자 이름도 함께 게재된다”며 “부족하지만 열심히 써보려고 많이 노력한 기사인데 미디어펜 윤 기자가 무단으로 가져가고도 사과 없이 무례하게 대하는 태도를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지씨의 거듭되는 문제 제기에 미디어펜 측은 지난 10일 지씨에게 “이런 문제가 빚어진 데 대해 (윤 본부장) 대신 사과를 드린다”며 논란을 부른 기사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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