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이 기약 없이 미뤄지며 방통위 산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코바코) 임원 인사도 1년 이상 적체되고 있다. 코바코 내부에선 ‘임원 인사 동맥경화’ 사태를 우려하며 정부와 사측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영방송 민영화’를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새로 구성할 6기 방통위가 ‘코바코 흔들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방통위 소관의 공공기관인 코바코는 KBS, MBC, EBS, 종교방송, 라디오 방송 등 총 18개 지상파 매체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방송사에 광고 재원을 공급하는 역할이다. 방송광고판매대행법이 공사 설립과 임원, 각종 사업을 규율하고 있으며, 기획재정부가 코바코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코바코 상임감사 자리는 무려 1년째 공석이다. 지난해 7월 정의당 의원 출신인 추혜선 전 감사는 임기 1년을 남기고 사임했다. 지난해 8월 새 감사 공모 절차가 진행됐으나 대통령실이 특정 후보자를 밀고 있다는 논란 속에 코바코 임원추천위원회는 적격자를 찾지 못했고, 그 뒤로 공모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로고.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로고.

코바코 임원은 사장 1명을 포함한 이사 11명과 감사 1명으로 구성된다. 사장은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하고, 상임이사(4명)는 코바코 사장이 임명한다. 비상임이사(6명)와 감사는 기재부 장관이 임명한다. 비상임이사 6명 가운데 4명 임기가 만료됐다. 신미희 이사(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최진봉 이사(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 임기는 지난 3월까지였다. MBC PD 출신 이채훈 이사와 한국일보 기자 출신 김현수 이사 임기는 지난 4월까지였다. 이들 이사 4명은 임기가 종료됐는데도 후임자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공사 정관에 따라 현재도 코바코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코바코 사장이 임명하는 상임이사 4명 가운데 3명의 공식 임기도 지났다. 고제영 이사(전무이사) 임기는 지난해 11월, 이정혜 이사(광고영업본부장) 임기는 지난 3월, 강성주 이사(혁신성장본부장) 임기는 지난 6월 끝나야 했다. 김종영 이사(광고진흥본부장) 임기도 오는 10월이면 종료된다.

이사 11명 가운데 7명의 공식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인선은 오리무중이다.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임기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1년째 계속된 데다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을 면직한 후로도 차기 방통위원장이 임명되지 않고 있어서다. 코바코 관계자는 “방통위도 정상적으로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인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방통위 상황이 정리되면 하반기에는 인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코바코는 방통위 산하에 있고 대주주가 기재부인 만큼 정부 지침과 동떨어진 인사를 단행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임명권자인 기재부의 담당 공무원은 코바코 이사(비상임)와 감사 임명이 지체되고 있는 이유에 “우리가 답변할 사안인지 검토한 뒤 답하겠다”고 했다.

코바코의 한 비상임이사는 통화에서 “코바코는 대주주가 기재부고, 조직상으론 방통위 산하기관인 만큼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없으면 인사에 나서기 어려울 거라고 짐작한다”며 “KBS·MBC 양대 공영방송이 정권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차기 방통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이동관 대통령실 특보가 위원장이 되면 코바코를 없애려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어차피 없앨 것 뭐하러 급하게 인사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코바코가 공영방송인 KBS·MBC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며 방송산업의 공공성에서 일익을 담당해 왔는데 정권이 ‘공영방송 무용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만큼 코바코 체제를 유지하겠느냐는 냉소다. 2021년 10월 취임한 이백만 코바코 사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 문재인 정부에서 주교황청 대사를 역임했다는 점에서 ‘문 정부 인사 솎아내기’ 일환으로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 사장은 대주주인 정부의 지침을 따를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 전반이 방통위와 대통령실의 ‘분부’만 기다리고 있는 것.

이에 전국언론노조 코바코지부는 지난 5월 “정부와 사측의 위기의식 부재와 무능력에 대한 노조의 인내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라며 “경영 공백에 가까운 현 상황에 대해 사측은 무기력, 무책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정부와의 소통 부재로 인해 인사, 조직 등 정해진 시기에 반드시 이뤄져야만 할 일들도 제때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들 노조는 코바코 감사 및 비상임·상임이사 인선 지연을 ‘임원 인사 동맥경화 사태’에 비유하며 “정부는 작금의 인사 난맥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라. 원활한 인사를 통해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명심하라”고 주문했다.

노조는 “사측은 임원의 수명 연장을 위한 눈치 보기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공사의 생존과 활로를 찾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응답이 늦어질수록 분노는 더 커질 것이다. 분노의 창끝이 누구를 겨눌진 우리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양승광 언론노조 코바코지부장은 10일 “KBS에서와 같은 임원에 대한 (정권 차원의) 압박은 없으나 임원 공석은 문제인 상황”이라며 “우리 입장은 지난 5월 성명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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