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제 국민일보 회장(53)의 딸이 국민일보 수습 기자로 채용돼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조 회장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국민일보 설립자인 고(故) 조용기 목사의 차남이다.

조 회장 딸 조아무개씨는 지난해 12월 공고된 ‘종교부문 채용연계형 인턴기자’ 채용에 합격하여 3개월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지난 4월 수습 기자로 임용됐다. 수습 기자 3개월을 무리 없이 마치면 7월 중 정규 기자가 된다. ‘종교부문 채용연계형 인턴기자’ 제도는 기독교적 이해가 높은 인재를 기자로 선발하고자 지난해부터 시행한 채용 절차다. 국민일보 종교부문 기자는 편집국이 아닌 종교국 소속으로 기독교계 취재와 종교면을 맡는다.

▲ 지난해 10월12일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제26차 세계 오순절 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유튜브=더미션 국민일보 화면 갈무리.
▲ 지난해 10월12일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제26차 세계 오순절 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유튜브=더미션 국민일보 화면 갈무리.

조씨가 ‘회장의 딸’이라는 사실이 사내에 알려진 때는 인턴에서 수습 기자로 임용될 무렵으로 전해졌다. 조씨가 채용에 지원하고 합격해 인턴기자로 활동한 시점엔 인사 실무 담당자들과 종교국 구성원도 그가 회장 딸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수습 기자로의 채용을 위한 최종 면접 자리엔 변재운 국민일보 사장이 참석, 조 회장은 없었다. 

사내에서도 회장 딸이 인턴 전형을 거쳐 수습 기자로 채용되는 게 공정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아빠 찬스’ 아니냐는 문제 의식이다. 이런 여론을 대변해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지부장 조성은)가 4월 말께 사실 확인과 자료 요청을 하며 회사 해명을 요구하는 등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조성은 지부장은 6일 통화에서 “국민일보 회장 딸이 국민일보 입사 시험을 보는 게 합당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조 지부장은 이번 채용에서 특혜 유무나 불공정성 등도 따졌으나 구체적 물증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는 “회사에 ‘채용연계형 인턴제도’ 공정성을 제고하고 기자로 채용된 만큼 다른 기자와 동등한 처우와 대우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인사팀은 가족관계 등을 가린 블라인드 채용이 이뤄졌고, 조씨는 채용 조건에 부합했던 인재라는 평가다. 국민일보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서류 심사부터 가족관계 정보 등을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이었다”며 “기자 선발 기준에 부합한 인재였기 때문에 채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에서 ‘채용 연계형 인턴’은 종교국만 시행하고 있다. 편집국은 수습기자 공채 제도로 선발한다. 조 회장 딸이 채용 연계형 인턴으로 국민일보에 입사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승계를 위한 수단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엔 기자 1명이 수습 기자로 임용됐고 올해는 조 회장 딸을 포함해 3명이 수습 기자로 채용됐다.

▲ 국민일보 사명과 로고.
▲ 국민일보 사명과 로고.

국민일보 관계자는 채용 연계형 인턴에 “매출 및 신규사업을 위해 종교 지면을 특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또 종교국에서 퇴직자들이 발생하여 종교국을 강화할 목적에 지난해부터 도입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장 딸 채용에 부정적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채용 절차에 있어 불공정함은 없었으며 조씨는 현재 수습 기간, 즉 평가 기간이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전하긴 어렵다”고 했다.

언론사 사주 자녀가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로 정규직 기자가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딸도 2020년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를 거쳐 수습 기자에 임용됐다. 동아일보 채용 건은 인턴 동기가 불공정 채용 의혹을 제기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한편, 조 회장은 20대 중반이던 1994년 국민일보 파리지사장으로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듬해엔 국민일보 동경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국민일보 멀티미디어 사업본부 부본부장, 전략기획실장 상무이사, 부사장, 사장을 거쳐 2012년 3월 회장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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