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국민의힘이 ‘KBS 2TV 폐지론’을 꺼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 절차를 시작한 시점에 심사 대상에 대한 압박을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권고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속도를 내고 있는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으로 공적 재원이 위축될 위기에 놓인 KBS는, 상업광고가 가능한 2TV에 대한 압박을 동시에 받게 됐다. 과거 보수 정권을 중심으로 요구됐던 ‘2TV 민영화’ 주장도 고개를 들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민의힘 의원(박성중·김영식·윤두현·허은아·홍석준)들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말 KBS 2TV의 재허가 통과는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이 외면하는 KBS 2TV를 조건부 재허가로 연명해주는 것은 국민의 수신료 낭비이다. 일반 방송사와 같이 공정한 방식으로 재허가 점수미달시에는 즉각 심판하는 것이 정도를 걷는 국가의 책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들은 2TV 재허가를 반대하면서 “김의철 사장 체제의 무능함” “보도 공정성” “2TV의 재방송 비율”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함량 미달인 KBS를 문재인 정권이 비호해주니 뻔뻔하게 친민주당 세력의 나팔수로 활약하며 편파왜곡 조작을 남발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KBS는 민주당과 민노총, 민언련이 장악한 좌편향 방송”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공정하지 않고 편파적인 보도를 근거로 “2TV 심판”을 주장한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박성중, 김영식, 윤두현, 허은아, 홍석준)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박성중 의원 페이스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박성중, 김영식, 윤두현, 허은아, 홍석준)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박성중 의원 페이스북

KBS는 이런 국민의힘 주장을 KBS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KBS는 4일 입장문에서 “수신료 통합징수 금지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령안 추진과 연결되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이른바 ‘공영방송 길들이기’를 염두에 둔 일관된 구상에 의해 진행된 것이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KBS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하여 진행되어야 할 재허가 심사에 대하여 신청서 제출 시점에 맞추어 과방위의 정부 여당 의원들이 공영방송 채널을 폐지하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업무에 대한 강력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성명서 발표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와 재허가 심사위원회의 심사 업무에 심각한 압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이해하시고, 깊은 배려와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KBS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도 “어떤 여당도 이처럼 무도하게 공영방송 파괴에 나선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심사 결과에 따라 점수가 부족하더라도 조건부 재허가가 가능하며, 기준이나 결정은 평가위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그럼에도 TV조선 재승인을 놓고 난리를 치던 여당 의원들이 정작 본인들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공영방송의 채널 폐지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야 말로 바로 내로남불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자신들 입에 달달한 방송을 하지 않으면 불공정, 편파라고 낙인찍는 것은 참을성 없고 성찰을 모르는 철부지나 할만한 행태”라고 밝혔다.

KBS 1TV와 달리 2TV는 상업광고 방송을 하고, 보도 관련 역할은 1TV가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이에 TV수신료 인상 주장이 나올 때면 2TV 광고를 줄이거나 폐지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재원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현 여권은 수신료 분리징수와 2TV 폐지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TV수신료 분리징수‘만’을 생각했다면, 이렇게 무리수에 무리수를 두며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그 이유가 명확해졌다”며 “어차피 KBS 2TV 폐지를 염두에 놓고 있었으니 말이다”라고 논평했다.

일각에선 2TV 폐지가 ‘공영방송 민영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021년 10월 대선 후보 시절 보수단체 주최 토론회에서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민영화가 답”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 영등포구 KBS
▲서울 영등포구 KBS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보도 공정성과 2TV는 상관이 없다. 방만경영이 문제라면 방만경영을 안 하게 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지금 이 시대의 공영방송 기능과 위치 등을 점검할 시기는 맞다. 그러나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서 차분하게 이해당사자 및 전문가들이 모인 숙의로 중지를 모아가야 한다”며 “지금처럼 무조건적으로 없애자는 식의 행위는 무책임한 문화유산 파괴행위”라고 지적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과 달리 현 시점에서의 공영방송 채널은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2TV는 갖고 있는 재산이 없다. 채널을 줄 수는 있지만 과연 지상파 채널을 원할까”라며 “2TV를 다른 사업자가 사면 빈 껍데기이다. 경제적이지 않고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했다. 

다만 향후 방통위가 실제 2TV 재허가를 보류하거나 취소할 경우 신규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까지 상업광고 물량이 이동하면서 일부 매체가 특혜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KBS 광고매출은 지상파 3사 광고시장에서 19.5% 비중인 2642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쟁 매체 입장에서는 정권의 KBS 압박이 일종의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