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임영서 MBC 보도국장 취임 100일을 맞아 22일 자사 보도를 점검하는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 보고서를 내고 “(뉴스룸이) 수평적 소통보다 하향식 소통이 주가 되고 있다”고 우려한 뒤 그간 메인뉴스에서 누락된 이슈를 언급하며 “편향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뉴스룸이 더 철저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실위 보고서는 우선 “오후 4~5시 넘어 편집부의 일방 지시를 통해 제작되는 리포트가 늘었다. 리포트를 해야 할 명분에 대한 설명이나 토론 없이 사실상의 지시만 이뤄진다”는 민실위원들 지적을 전하며 “제작 시간이 빠듯한 오후 4∼5시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그림 뉴스’를 리포트로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사와의 시청률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단순 사건 사고나 자극적 뉴스들이 큐시트에 과하게 반영된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일례로 지난 5월9일자 뉴스데스크의 경우 경찰 제공 영상, 블랙박스, CCTV 영상 등을 이용한 사건 사고 리포트가 7개 보도됐다며 “누가 봐도 뉴스의 가치보다 시청률을 과도하게 의식한 편집”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11일 뉴스데스크는 포항에서 대전까지 택시요금 28만 원을 안 내고 도주했다 검거된 이들의 뉴스를 택시 블랙박스를 이용해 보도하고 ‘강제동원 피해자 양영수 할머니 별세’ 소식은 단신으로 잡혀 있다가 큐시트 밖으로 밀렸다”고 했으며 “5월12일엔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려 경비행기를 위장 추락시켰다는 ‘생생한 그림’의 해외토픽이 방영됐고 10·29 참사 추모 공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담은 리포트는 큐시트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민실위 보고서는 KBS‧SBS와 달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5월20일) △10·29 참사 유가족들,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5월8일) △민형배 의원 복당(4월26일) △우상호‧장경태 의원, 김건희 여사 명예훼손 혐의 송치(4월24일) 등 스트레이트 리포트가 MBC 메인뉴스에서 빠졌다면서 “스트레이트 누락은 정치적 사안과 연결될 경우 편향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형배 의원 민주당 복당의 경우 대다수 언론이 위장 탈당 사건을 언급하며 ‘뻔뻔한 귀가’라는 여당 목소리를 리포트에 담았는데 MBC만 메인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배제했다”며 “편집부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보고서 중 일부.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보고서 중 일부. 

민실위는 “김남국 의원 코인투자 의혹 보도 역시 타사에 비해 대처가 늦었다”며 “5월5일 관련 의혹이 터졌을 당시 JTBC와 SBS는 발 빠르게 단독 보도들을 쏟아냈지만 우리 뉴스는 국면 내내 정치권 반응 리포트가 주가 되면서 사안의 본질을 파헤치는 심층 보도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돈 봉투 의혹 관련 보도 역시 5월3일 뉴스데스크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 탈당 관련 리포트만 마지막 꼭지로 겨우 방송됐다”며 “정부 여당이 공공연히 MBC 장악 의도를 내비치는 현실에서 ‘편향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뉴스룸이 더 꼼꼼해지고 철저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영서 MBC 보도국장은 민실위 지적에 대해 “소통방식에 우려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 수평적 소통을 강화해 부서 간 공조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전반적 뉴스 편성에 대해선 “스트레이트 누락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봐야 한다. 보도국장은 어느 사안을 더 심층적으로 보도할 것인지, 또 메인뉴스에서 내릴 것인지 용기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비판받을 정도로 그림 뉴스를 많이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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