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기자회가 최초 공개한 '망명 언론인 지도'. 
▲국경없는 기자회가 최초 공개한 '망명 언론인 지도'.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가 억압을 피해 고국을 떠난 언론인들의 망명 경로를 종합한 ‘망명 언론인 지도’를 최초로 제작해 공개했다. 지난 5년간 세계 각 지부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이번 지도는 언론인 망명의 전 세계적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언론인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유럽이나 북미”이며 “해외로 망명한 뒤에도 대부분의 언론 매체는 운영을 지속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국경없는 기자회에 의하면 수백 명의 러시아 언론인들이 러시아를 떠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주제를 취재하면 구속될 수 있다. 러시아 기자 다수는 이웃 국가인 조지아, 발트해 연안 국가 또는 폴란드‧독일‧프랑스로 갔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국가를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2021년 2월 쿠데타로 군부가 정권을 차지한 미얀마에서도 수백 명의 언론인이 조국을 탈출했다. 홍콩에서도 지난 3년간 최소 100명의 언론인이 중국의 집요한 탄압을 피해 탈출했다. 니카라과에선 정부의 언론탄압이 심해지자 독립 일간지 ‘라 프렌사’에서 일하는 모든 언론인이 2022년 7월 몇 주 만에 니카라과를 탈출해 코스타리카로 향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해외로 망명하는 대부분의 언론인은 한 번에 안전한 망명지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례로 수십 명의 아프가니스탄 언론인들은 이웃 국가 파키스탄으로 피신했으나 파키스탄의 2023년 세계언론자유지수는 180개국 중 150위였고, 아프가니스탄 언론인들은 파키스탄에서 비자와 체류 허가를 박탈당하고 불법 체류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시리아 언론인 수십 명은 튀르키예로 피신했다가 종종 난민 캠프에 갇혔고 시리아로 추방될 위협 속에 살고 있다. 미얀마 언론인들이 찾아간 태국도 망명 언론인 일부를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위협하는 경우가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르완다에서 비판적인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잠시 부룬디로 돌아갔다가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부룬디 언론인 플로리안느 이랑가비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언론인들은 어디를 가든지 언론 활동을 계속할 경우 여전히 잠재적인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망명이 언론인에게 있어 위협과 위험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 

국경없는 기자회는 “망명 언론인 지원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우리는 전쟁과 분쟁 지역에서 탈출한 언론인들이 즉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JX 펀드 출범에 참여했고 2022년 초부터 42개국 언론인에게 지급한 363건의 재정 지원금 중 70%를 망명 언론인에게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 “조국을 떠난 언론인들의 비자 또는 망명 신청을 지원하기 위해 400통 이상의 서한을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 기자회 사무총장은 “국경을 넘어 영향력을 발휘하는 망명 언론을 지원하는 국제적 노력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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