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수석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12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출판기념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수석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로는 제가 25년간 몸담았던 언론사가 있는 곳이고, 청와대 출입 기자와 청와대 근무 5년간을 합쳐 성년이 된 이후 30년간 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87년 민주화 현장을 최루탄을 맞으며 취재했고, 역대 정권의 부침을 지켜보았습니다.…저는 정권 재창출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각오와 신념으로 반드시 종로를 지켜내겠습니다.” 

MB정부 대변인-홍보수석-대통령 언론특보를 거친 이동관은 2012년 2월13일 19대 총선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홍사덕 의원을 전략공천 했고, 선거는 정세균 민주당 의원의 승리로 끝났다. 그렇게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의 폴리널리스트 이동관의 ‘전성기’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이후 종종 방송사 시사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그뿐이었다. 

그가 지금 방송통신위원장이 될 기회를 얻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였던 지난해 5월 이동관을 대통령 대외협력특보(장관급)로 위촉하며 그에게 공적 역할을 부여했다. 이후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MB정부 때와 매우 유사한 방식의 논란들을 터져 나오며 다들 이동관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언론장악 경력직’을 채용했다. 

2008년 8월17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만났다. 경향신문은 당시 만남을 전하며 “이들이 KBS 전현직 임원 4명과 만나 새 사장 인선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KBS 사장 후보들을 사전 면접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사퇴를 요구했으나 물러날 리 없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시대가 오면 반복될 수 있는 장면이다. 

KBS에선 2008년 10월부터 이명박 대통령 연설이 라디오에 편성됐다. KBS 노동조합은 “이동관 대변인이 일방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KBS는 청와대와 계약을 맺고 대통령 연설 보도자료를 방송해 주는 홍보 매체가 아니다”라고 반발했지만 돌이킬 순 없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시대가 오면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라디오로 들어야 할지 모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009년 6월 검찰의 MBC 수사 결과 발표에 “충격적이며 경악을 금할 수 없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이 총체적으로 왜곡·조작되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PD수첩> 제작진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시대에는 MBC를 겨냥한 또 다른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이동관은 2017년 1월 SBS라디오에서 “해직기자 사태에 책임이 많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보시냐”는 질문에 “회사 안에서 일어난 일까지 저보고 책임지라고 하면 어떡합니까”라고 답했다. MB정부 시절 방송장악에 맞서,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다 YTN에서 6명, MBC에서 6명의 언론인이 해고됐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시대에는 해직이라는 비극이 반복될지 모른다. 

이동관 대변인은 2009년 6월 춘추관 브리핑 도중 “내년이 한일합방 100주년”이라고 말했다가 “100년”으로 고쳤다. 실수라고 하기엔 사안이 컸다. 2019년 6월엔 유튜브채널 <신의한수>에 출연해 “보수우파의 제대로 된 분들은 지상파 안 보니까”라며 편향된 언론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권 재창출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던 11년 전 다짐이 여전하다면, 이동관 방통위원장 시대 그려질 방송의 모습은 자명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