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경제 종합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부편집장 2명이 퇴사한다. 지난해 말 여성 최초로 편집장에 임명된 엠마 터커(56)가 주도하고 있는 인적 쇄신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25일자(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터커 편집장은 이날 사내 메일을 통해 부편집장을 맡고 있는 닐 슈립츠(Neal Lipschutz)와 제이슨 앤더스(Jason Anders)가 회사를 떠날 예정이라고 알렸다. 터커 편집장은 “새로운 부편집장 인선은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슈립츠는 다우 존스와 WSJ에서 41년을 근무한 베테랑 에디터로 2019년부터 WSJ 부편집장을 맡았다. 앤더스 역시 WSJ에서 25년 이상 근무한 인물로 조직의 첫 디지털 기자로도 유명하며 지난해 부편집장으로 승진했다.

베테랑 중 베테랑인 두 사람의 퇴사는 터커 편집장이 지난 2월 뉴스룸 인계를 받은 뒤 나타나는 변화다. 터커는 근무 시작 며칠이 지나지 않아 매니징 에디터(Managing Editor)인 카렌 펜시에로(Karen Pensiero)를 해고했고 선데이 타임스(The Sunday Times)에서 함께 근무했던 리즈 해리스(Liz Harris)를 신임했다. 

▲ 엠마 터커 월스트리트 편집장. 사진=WSJ 홈페이지.
▲ 엠마 터커 월스트리트 편집장. 사진=WSJ 홈페이지.

터커 편집장은 지난 16일에는 미스터(Mr.), 미즈(Ms.), 미시즈(Mrs.) 믹스(Mx.) 등 존칭을 기사에 더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뉴스 조직 대부분이 존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문장에서 존칭을 남용하면 글 읽는 독자의 즐거움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WSJ은 존칭 표기를 놓고 수년 동안 고심해 왔는데 터커 편집장은 전통 고수보다 변화한 독자층의 요구와 시대상에 귀를 열기로 했다. 그는 존칭 금지가 “모든 사람을 더 평등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리 글을 생동감 있고 친근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중한 태도와 원칙을 버리진 않을 것”이라며 “WSJ은 134년 동안 스스로 높은 수준의 공정함과 불편부당함을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다짐했다.

터커 편집장은 1889년 WSJ 창간 이래 최초의 여성 편집장이다. 국내에서도 유리천장을 깬 사례로 주목 받았다.

터커가 편집장에 본격적으로 근무한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WSJ 기자가 구금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가 지난달 초 에반 게르시코비치 WSJ 특파원을 체포하고 간첩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냉전 이후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첫 사례로 알려졌다.

NYT는 “터커는 미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특파원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석방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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