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 성장세를 보인 콘텐츠 업계가 2023년 경기 불황 속에서도 IP(지적재산권) 확보를 중심으로 매출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K스튜디오’ 체제 하에서 글로벌 스튜디오들과 협업을 하면서 현지 맞춤형 콘텐츠가 늘어날 것이며 다양성 측면에서도 더 확대된 콘텐츠들이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7일 발표한 ‘콘텐츠산업 2022년 결산 및 2023년 전망’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콘텐츠 매출액은 146조9000억 원으로 예측된다. 이는 지난해 136조7000억 원에서 7.4% 증가한 수치다. 콘텐츠 산업 종사자는 65만7000여 명으로 지난해 64만7000여 명에 비해 다소 증가했다.

2022년 분야별 매출 예측치를 살펴보면 가장 높은 수치는 방송 콘텐츠로 24조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4년간 연평균 성장률 5.7%, 전년 대비 증가율 7.1%다. 두 번째로는 출판(22조5000억 원)과 지식 정보 분야도 22조5000억 원 매출 예측치가 나왔다. 이후 게임 21조8000억 원, 광고 19조7000억 원, 캐릭터 13조5000억 원, 음악 8조4000억 원, 콘텐츠솔루션 6조7000억 원, 영화 4조3000억 원, 만화 2조3000억 원, 애니메이션 6000억 원 순이었다.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 티빙과 파라마운트+ 미디어데이 질의 응답 현장. 사진출처=티빙. 
▲ 티빙과 파라마운트+ 미디어데이 질의 응답 현장. 사진출처=티빙. 

2022년 주요 콘텐츠를 정산해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글로벌 1위 △왓챠 ‘시맨틱 에러’ 공개 이후 1주일간 웹소설 거래액 576% 기록 △티빙의 ‘파라마운트+’ 브랜드관 론칭 △영화 ‘범죄도시2’ 코로나19 이후 첫 1000만 관객 돌파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집 인기로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위 △블랙핑크 ‘Shut Down’ 빌보드 글로벌200 1위 △‘오징어게임’ 남우주연상 등 에미상 6개 부문 수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시간 1위 △티빙-시즌 합병법인 출범 등이 있었다.[관련 기사: ‘단순한 것도 실력이다’…‘범죄도시2’ 엔데믹 알리며 1000만 목전

2023 콘텐츠 산업, K스튜디오 중심으로 다양성↑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미래정책팀은 2023년 콘텐츠 산업을 ‘W곡선’, ‘이탈’, ‘다양성’, ‘K스튜디오’, ‘콘고지신’, ‘팬덤’, ‘가상현실’ 등 키워드로 전망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침체됐다가 하반기 회복된 바 있는데 내년 상반기 경제 위기 이후 하반기 회복할 것으로 보여 경기가 W모양으로 변화될 것을 전망했다. 경기 침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콘텐츠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 예상했다.

[관련 기사: 광고 시장 위축 미디어업계 비관 전망 속 K-콘텐츠 투자는 '청신호']

다만 경기 침체로 인해 OTT나 게임 등 온라인 구독 서비스로부터 구독자들이 이탈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이를 대비해 넷플릭스나 디즈니+의 경우 광고 기반 요금제 등 저가형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티빙과 시즌, 웨이브와 HBO맥스의 합병과 같이 1개의 OTT를 통해 2개의 OTT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 웨이브 ‘메리퀴어’ 예고편 화면.
▲ 웨이브 ‘메리퀴어’ 예고편 화면.
▲ EBS ‘딩동댕 유치원’. 사진=EBS
▲ EBS ‘딩동댕 유치원’. 사진=EBS

또 다른 키워드는 ‘다양성’(소수에서 자연수로)으로,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콘텐츠 업계 핵심 가치로 부상했다는 전망이다.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시맨틱 에러’, ‘남의 연애’, ‘메리퀴어’, ‘나의 별에게’ 등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장애인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리들의 블루스’, EBS ‘딩동댕유치원’ 하늘이 캐릭터, 고령층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뜨거운 싱어즈’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배리어 프리 적용 콘텐츠도 확대되는 추세다.
[관련 기사: 다양성 드러내는 방송, ‘소수자 가시화’인가 ‘소수자 소비’인가]

콘텐츠 산업 주체는 ‘K스튜디오’로 전망된다. CJ ENM이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고 SLL(스튜디오 Lululala)이 국내외 15개 제작 레이블을 인수합병했으며 KT가 스튜디오지니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든다. 직접 IP(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발굴하며 투자와 제작도 함께하고 나아가 유통까지 주도하는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외 해외 스튜디오와 공동 제작을 하면서 IP를 확보해나가는 시스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 예로 올해 히트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IP를 100% 보유하고 있으며 웹툰, 리메이크, 시즌2 제작 등 기타 수익을 다각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 대작인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제작사 래몽래인과 SLL이 문화산업전문회사를 설립해 권리와 수익을 5대5로 분배하는 등 IP를 직접 보유하는 스튜디오의 활약이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IP사업의 모범생 ‘우영우’]

▲범죄도시2, 탑건:매버릭 영화 포스터.
▲범죄도시2, 탑건:매버릭 영화 포스터.

그 외에도 콘텐츠진흥원은 ‘콘고지신’(콘텐츠와 온고지신 합성어)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꼽았다. 20세기 인기 콘텐츠를 21세기에 다시 리메이크해 흥행작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예를들어 1987년작 영화 ‘탑건’의 후속작 ‘탑건:매버릭’ 사례, 1998년작 ‘포켓몬스터’를 활용한 다양한 캐릭터 산업, 1997년작 ‘텔레토비’의 리부트 버전 넷플릭스 공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시즌1이 성공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 ‘마녀사냥’, ‘퀸덤’, ‘범죄도시’, ‘모범형사’, ‘술꾼도시여자들’ 등을 시즌제로 만드는 것도 이런 사례에 포함된다.

또 다른 전망 키워드로는 ‘팬덤’(이용자의 주문받기)이 꼽혔다. 팬덤이 요구하는 저작물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맨틱 에러’ 팬들 요구로 극장판을 제작한다거나 ‘나 혼자 레벨업’ 애니메이션 제작 요청 글로벌 청원이 22만명을 넘자 실제 제작이 진행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사진출처=카카오엔터테인먼트.
▲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사진출처=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가상현실’ 역시 2023년 전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CJ ENM은 파주 스튜디오 센터 등에서 가상 스튜디오를 상용화할 것으로 보이며 그 외에도 가상인간이 콘텐츠에 등장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라 봤다. 이미 가상인간 배우 ‘로지’가 ‘내과 박원장’에 출연하고 가상인간 가수 ‘한유아’가 여러 음원을 발매한 사례가 있다. 나아가 콘텐츠 창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웹툰을 만들거나 웹소설을 만드는 사례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튜디오 협업 현지 맞춤형 콘텐츠 나올 것, IP가 핵심”

콘텐츠진흥원이 지난 7일 개최한 ‘콘텐츠산업 2022년 결산 및 2023년 전망 세미나’ 토론회에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로컬과 글로벌의 접점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로컬 색깔을 잘 살려 글로벌 위상을 갖게 된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들을 만나 상생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 말했다. SBS 예능본부에서 글로벌 공동 제작을 맡은 김용재 포맷티스트 대표는 “철저한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완성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공동제작을 통해 현지 맞춤화를 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 밝혔다.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기획제작국장은 “K드라마의 전 세계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주목도가 높아지며 협상력이 구축될 것이다. 보다 지속적인 수익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사업센터장은 “단기적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세대별, 취향별로 보다 세분화한 팬덤형 콘텐츠와 탑티어 메이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대형IP에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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