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27일은 경제 기사가 많은 날이었다. 28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공개적으로 주재한 것, 80분간 생중계된 회의에서 부동산 대출 완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한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것 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처음으로 전 과정이 공개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 대부분의 언론은 ‘비상스럽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같은 지적을 했다. 해당 회의에서 나왔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대책이 대부분의 신문 1면 톱기사로 배치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1년 전보다 31% 격감했고 이 회장은 이날도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관련 사법 문제로 법정에 섰다. 때문에 언론은 이 회장 선임 이후 과제를 전달하는 사설 등을 배치했다.

다음은 28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무주택자, 1주택자 LTV 50%로 완화”
국민일보 “1주택자도 LTV 50% 15억 고가아파트 주담대 허용”
동아일보 “신보 보증 안 통한다 ‘AAA급 증권’ 다 못팔아”
서울신문 “尹 ‘전 부처가 원팀, 전략산업 육성’”
세계일보 “15억 넘는 아파트도 주담대 허용한다”
조선일보 “15억 넘는 아파트도 주담대 허용”
중앙일보 “윤 대통령, 경제 활성화 카드”
한겨레 “민생 대책이라며 ‘전 부처 산업부화’”
한국일보 “‘회장’ 이재용 ‘오늘의 삼성 넘겠다’”

▲28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28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비상’스럽지 않았던 비상경제회의 생중계, 보수신문도 “아쉬워”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생중계됐다. 비상경제민생회의의 전 과정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수출, 해외 건설 확대 방안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80분 가량 통째로 비상경제회의 생중계됐지만, 다수 언론의 반응은 “비상스럽지 않다”였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모두 비상경제회의가 비상스럽지 않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28일 한겨레 1면.
▲28일 한겨레 1면.

조선일보의 28일 사설 제목은 “비상스럽지 않았던 비상경제회의”였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비상’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자금 경색에 숨이 넘어갈 지경인 금융시장의 절박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앞서 지난 10번의 회의 동안 어떤 ‘비상 대책’이 논의돼 실행됐는지, 지난 5개월여간 윤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게 경제 위기에 대응해 왔는지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쇼 연출하는 거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이 위중한 시기에는 국민 눈에 정부가 보여야 한다”며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민간이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28일 조선일보 사설.
▲28일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비상경제민생회의, 보여주기로 끝나선 안 된다”에서 “어제 회의에서 드러난 경제 활성화의 관건은 결국 규제 완화”라며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가라앉고 있는 만큼 15억원이 넘는 집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어제 회의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고 보는 반응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긴장감이 안 보였다”며 “결국 어제 회의의 교훈은 보여주기로 끝나선 안 된다는 점이다. 다음에는 산업별로 심층 토론을 통해 규제 혁파에 가시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28일 중앙일보 사설.
▲28일 중앙일보 사설.

동아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이번 생중계는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며 “‘자금대란’ 등 경제주체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절박한 이슈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과 대책 제시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경제위기의 본질을 알기 쉽게 좀 더 깊이 있게 진단하고, 현 시점에서 발등의 불은 어떻게 끄려는지, 향후 큰 틀의 정책 기조는 어떻게 가져가려는지에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중계가 보여주기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경제주체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을 공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했다.

▲28일 동아일보 사설.
▲28일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 사설 역시 “비상한 경제 인식도, 민생 걱정도 안 보인 80분 회의”라는 제목이었다. 이 사설은 “이날 회의는 이름에 걸맞은 경제 상황에 대한 비상한 인식이나 민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라며 “윤 대통령은 ‘쇼는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는데, ‘쇼’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선임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재용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10년 만이며,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는 2년 만이다.

이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란 글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다. 이 회장이 선임된 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됐는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1% 격감했다. 한겨레 4면 “회장 취임날도 법정에, 부당합병 의혹 재판 등 진행형” 기사가 언급한 것처럼 사법 리스크도 놓여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과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 등 불씨가 남아있는 것이다.

▲28일 동아일보 3면.
▲28일 동아일보 3면.
▲28일 한겨레 4면.
▲28일 한겨레 4면.

때문에 대다수 신문들이 이재용 회장의 취임 이후 과제가 산적하며 쉽지 않은 경제상황임을 전달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하다. 미·중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은 반도체·배터리 등의 전략 산업 분야에서 고난도의 방정식을 풀어야 할 입장에 처해 있다”며 “세계 경제 침체까지 겹쳤다. 이 회장 선임 소식이 전해진 날,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31% 격감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됐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미국 인텔 등의 도전을 받고 있고, 파운드리 분야는 대만 TSMC의 아성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이후 새로운 먹거리와 혁신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대로면 삼성의 성장 동력은 고갈되어 간다”며 “현재 삼성그룹은 선대 회장 시절 투자했던 반도체, 스마트폰, TV에 매출과 영업이익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새 사업 분야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 회장 취임 이후 쉽지 않은 길이 펼쳐질 것을 전달했다.

▲28일 조선일보 사설.
▲28일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 사설에서도 이 회장 취임과 함께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를 언급했다. “조만간 삼성 내에 강도 높은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그룹 컨트롤타워 구축 등을 중심으로 ‘뉴삼성’ 비전이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라며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한국 경제의 어닝쇼크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출범한 이 회장의 뉴삼성호가 삼성과 한국 경제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복합 불황의 삼각파도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은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 또 한번의 ‘삼성 신화’를 기대한다”였다. 그러면서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를 육성하고, 8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이 회장의 약속도 실현돼야 한다”며 “이 회장이 새롭게 쓰는 또 한번의 ‘삼성 신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28일 경향신문 사설.
▲28일 경향신문 사설.
▲28일 경향신문 만평.
▲28일 경향신문 만평.

경향신문은 사설 “삼성 회장 오른 이재용, 사회적 책임 다하라”에서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31% 급감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침체 그늘은 짙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며 “4세 경영 포기 선언에 따른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지배구조 전환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취임식도 따로 하지 않은 이 회장이 공개적인 취임 소감을 밝힌 곳은 법원 앞”이라며 “그는 이날도 ‘경영권 부당승계 의혹’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그가 떠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전했다.

▲28일 한겨레 사설.
▲28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 사설은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회장 선임 이유로 ‘글로벌 대외 여건 악화’, ‘책임 경영 강화’ 등을 들었다. 책임 경영을 강조하면서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 것은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한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2020년 대국민 사과에서 약속한 노동권 보장,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그의 회장 취임과 관계없이 진행 중인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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