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기한 정정·반론보도 등 조정신청 사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언론사는 조선일보로 나타났다. 조선미디어그룹을 대상으로 조정신청에 나선 사건만 전체의 4분의 1에 달했다.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노조혐오’를 드러낸 보도가 전체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에 제출한 ‘노동조합 조정신청 사건 처리현황’을 보면 노동조합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약 5년 간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반론 또는 손해배상을 신청한 사건은 총 296건이었다. 이 중 조선미디어그룹 소속 언론사에 제기된 사건이 73건(24.7%)을 차지했다. 이는 조선일보, 조선닷컴, 조선비즈, TV조선 등에 제기된 사건을 합한 값이다.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동아일보와 동아닷컴, 채널A 등 동아미디어그룹 소속 언론사가 14건으로 뒤를 이었다. 중앙일보·JTBC 등 중앙미디어그룹 언론사는 13건의 조정신청을 받았다. 한국경제와 한경닷컴이 10건, 문화일보가 10건의 조정신청을 받았다.

단일한 언론사로는 조선일보가 28건으로 가장 많은 조정신청을 받았다. 이어 조선닷컴(26건), 동아닷컴·동아일보·조선비즈(6건), 문화일보·인터넷문화일보·이데일리(5건)  순이었다. 

조정신청 보도들을 보면 언론사가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비난하거나 노조혐오를 부추겨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언론사가 오보임을 인지하고도 정정보도를 거부해 조정이 불성립된 경우도 상당수였다.

▲지난 6월30일 한국경제 오보 갈무리
▲지난 6월30일 한국경제 오보 갈무리

일례로 조선일보와 조선닷컴, 한국경제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농성 중 커피 후원을 받은 것을 두고 ‘술판을 벌였다’고 오보를 냈으나 정정보도문 게재 등을 거부해 조정이 불성립됐다. 한국경제는 현재까지 오보를 삭제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은 2020년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원인으로 민주노총 집회를 꼽는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지만 정정보도를 거부해 조정이 불성립됐다. 한국경제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두고 2009년 정리해고 반대 파업 당시 시민과 장애인을 집단 폭행했다고 보도했다가 언중위를 거친 끝에 정정보도했지만 손해배상은 거부했다.

조선일보와 TV조선, 조선비즈 등 조선미디어그룹은 2018년 12월 11건에 걸쳐 ‘공공부문 정규직화 중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조가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이들 언론사는 노조 간부의 부인이 고속 승진했다는 등의 보도를 했으나 오보였다. 하지만 조선일보 등은 이를 비롯한 보도 정정 또는 손배를 거부해 7건의 기사가 조정 불성립됐다.

▲18일 오후 조선일보 온라인 보도 “민노총 집회 4일 만에 300명 확진… 광복절 땐 ‘반사회적’, 이번엔 침묵”. 사진=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18일 오후 조선일보 온라인 보도 “민노총 집회 4일 만에 300명 확진… 광복절 땐 ‘반사회적’, 이번엔 침묵”. 사진=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언론사가 정정 또는 반론 게재를 거부해 ‘조정 불성립’ 결과가 나온 경우도 조선일보에서 가장 많았다. 총 296건 가운데 165건(55.7%)에서 조정이 성립됐고 42건(14.2%)에서 조정불성립 결과가 나왔는데, 불성립 가운데 조선미디어그룹 사건이 22건(52.4%)에 달했다. 각각 조선일보 8건, 조선닷컴 6건, 주간조선 4건, 조선비즈 3건, 월간조선 1건 등이다.

중재부의 직권조정 결정을 비롯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결과가 나온 경우는 18건(6%)이었다. 취하한 경우는 60건(20.3%)으로, 사유는 언론사가 기사 열람을 차단하거나 관련 보도를 수정하기로 약속한 경우가 49건을 차지했다.

언론사가 정정과 사과를 거부해도 노동조합이 법적 다툼으로 나아간 경우는 드물다. 노조혐오 오보로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 가운데 언론사가 정정을 거부한 뒤 노동조합이 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오보, 쿠팡 농성 오보 정도다. 정재은 공공운수노조 기획국장은 “노동조합은 정부부처나 일부 기업처럼 수많은 자원을 가지고 언론에 대응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정재은 기획국장은 “일부 언론이 민주노총을 ‘악’으로 규정하는 오보를 일삼은 건 역사적으로 오래됐다. 특히 ‘아니면 말고’식 노조혐오 보도는 노동자의 권리추구를 막을 뿐만 아니라 피해를 가중시키며, 노동자들은 이런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언론중재위가 피해에 주목하기보다 보수적 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노동자들은 더 피해를 호소할 방법이 없거나 소송을 제기해야 할 기로에 선다. 노조와 노동자들이 언론을 뿌리깊이 불신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악의적 보도를 했다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노조혐오를 재생산하는 무책임한 보도를 지양해야 언론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호정 의원은 “노조 조정신청의 경우 특정 언론사가 상습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해 보도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를 키우고, 비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이 같은 보도는 노동자의 노조 활동에 대해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심화하는 만큼 언중위가 기사 삭제, 정정보도문 게재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결론을 내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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