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일보 매출은 10년 중 최고치였지만, 임금 인상률은 전년도와 같은 2.5%로 정해졌다. 특히 세계일보가 지금까지 기자들의 임금인상을 포함한 여러 요구들을 ‘용산 시대 이후’로 미뤄왔기에, 기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2020년 세계일보가 용산 신사옥으로 이전하고 나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여론이다. 지난달 1일 세계일보 17기 기자들의 성명을 시작으로 기자들은 기수별 성명을 릴레이로 발표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지회는 성명을 내고 사측에 △구체적인 온·오프라인 비전과 전략 제시 △즉각적인 두 자릿수 신입·경력 사원 채용 △연봉 인상 및 안식월 등 복지 개선 △근로 환경 변화 및 연봉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 공유 △인사 관리 시스템 구축과 담당자 운영을 요구해왔다.

당시 세계일보 기자협회는 세계일보 특종인 ‘정윤회 문건’ 팀의 3명 중 2명이 퇴사를 했다며 촉망받는 기자의 이탈을 탄식했다. 또한 “사측에서 ‘용산 개발만 되면’이라며 구성원을 달래왔는데 사옥을 용산으로 옮긴 지 1년이 넘었지만 업계 최저 수준의 임금이 요지부동”이라며 “최저 수준 임금뿐 아니라 회사가 구성원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좋은 기사’에 대한 고민 대신 매출 신장이 편집국 제일의 가치가 됐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사옥에 연달아 붙은 세계일보 기자들의 성명들.
▲세계일보 사옥에 연달아 붙은 세계일보 기자들의 성명들.

가장 먼저 기수별 성명을 낸 것은 17기 기자들이었다. 지난달 1일 17기 기자들은 성명에서 “지난 5년 간 매출이 15% 늘어난 사이 회사가 직원에게 지급한 급여는 6% 줄었다”며 “10대 일간지 가운데 2018년~2021년 사이 인건비가 마이너스를 보인 곳은 세계일보를 제외하고 한 곳뿐이다. 그 회사는 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세계일보의 영업이익은 248%로 껑충 뛰었다”고 전했다.

17기 기자들은 성명에서 “임금뿐 아니다. 육아휴직자 ‘고과C’는 임금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회사가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했으며 “지난 10년 간 지면을 장식하는 재단 관련 기사가 늘었다. 부서마다 재단 관련 행사 업무 협조 요청과 장차관 동원, 취재 요구로 불만이 팽배하다. 차라리 건설 업체나 치킨 회사에서 우리를 사들이면 이정도로 많은 재단 기사와 저임금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이란 자조까지 나온다”고 썼다.

17기 시작으로 2주 간격으로 18기, 16기, 19기까지 연이어 성명

이후 18기의 성명이 8월17일에 붙었다. 18기 기자들 역시 ‘용산 시대’가 열렸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날로 갈수록 부족해져가는 인력, 신문의 질적 저하, 그 속에서 선택과 집중은 하지 못한 채 사고 한번 나면 네 탓, 남 탓하기 바쁘다”라며 “이에 더해 물가 인상률도 안되는 2.5%의 연봉 인상과 가속화하는 동료들의 이탈을 바라보며 우리는 허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16기 기자들도 8월23일 성명을 냈다. 16기 기자들은 성명에서 “2004년 세계일보 기자로 입사했다. 당시 입사 동기는 20여명, 지금은 6명이다. 최근 기자로서 인정받던 동기조차 회사를 떠나 기업으로 이직했다”며 “기자총회 등을 통해 사측에 문제해결을 촉구해온 것이 여러번이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해소와 처우 개선을 요구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사옥. 사진출처=세계일보 홈페이지.
▲세계일보 사옥. 사진출처=세계일보 홈페이지.

지난 5일 19기 기자들의 성명도 나왔다. 이들은 성명에서 “터무니 없이 낮은 임금과 복지, 인력이나 지면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 믿었고 ‘용산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확신 아래 모든 걸 인내했다”며 “그러나 용산시대 2년 후 알게된 건 회사가 10여년간 해왔던 말이 모두 거짓이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19기 기자들은 “회사와 10여 년간 제대로 된 임금협상조차 해본 적 없다. 이는 결국 업계 최하위 연봉 수준 고착으로 이어졌다”며 “신입 기자 연봉 수준도 언론계 최하위 수준이란 사실도 드러났고,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연봉 때문에 입사를 포기하는 사태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비정상 임금 정상화 △직원 복지 확대(취재비) △인사평가 개선(객관적인 평가지표 마련)을 요구했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기자들의 릴레이 성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사측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금년도 인상에 대해서는 이미 정해진 바라 어쩔 수 없지만, 내년도 계획을 수립할 때는 사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노사협의회를 통해 협의하도록 하겠다”라며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대화 중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릴레이 성명이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지회나 근로자 위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진행 중이며, 성명이 나오는 부분은 근로자들의 입장을 더 알아달라는 뜻으로 알고 사측에서 최대한 입장을 헤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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