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네 탄압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아. 왜냐면 나는 겁나지가 않아. 너네 민영화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아. 왜냐면 나는 겁나지가 않아.”

최근 유행하는 가수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를 패러디한 공공운수노조 유튜브 영상이다. 내달 2일 열리는 공공운수노조 총궐기를 홍보하는 내용의 영상이다. 영상이 제작·공유된 시기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더 화제가 됐다.

▲공공운수노조 유튜브 '겁나지가 않어' 영상.
▲공공운수노조 유튜브 '겁나지가 않어' 영상.

이어지는 가사는 이렇다.

“너네 편이 많겠니? 우리 편이 많겠니? 난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한번 만나서 교섭을 해보자고. 너한텐 자본이 있고 또 공권력이 있어. 그러면 좀 짜증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해보자고. 우리가 과연 겁이 날까? 우리가 과연 공공성 노동권을 포기할까? 아니지. 세상에는 우리랑 연대하는 노동자들이 엄청 많거든. 같이 용산 쳐들어가는 거야. 누가 더 겁이 날까? 널까? 우릴까? 몰라, 나는.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 겁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거든. 그게 바로 우리야.”
-겁나지가 않는 사람 모여라, 2022 0702 공공운수노조 총궐기.

이 영상은 보통 수백~수천 조회수 정도가 나오는 공공운수노조 유튜브에서 하루만에 2만6000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좋아요’도 5000개 이상을 받고 댓글은 수백개가 달렸다. 댓글 내용을 살펴보면 “유머와 해학으로 이 시국 문제를 잘 풀었다”, “노래에 담기니 확 들어온다. 젊은 층에도 쉽게 다가갈 것 같다”, “위트있고 너무 재밌다”, “이 영상을 기획하고 연출, 촬영, 편집하신 분들 용기에 감동하고 재치에 놀란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미디어오늘은 15일 영상을 기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박영흠 선전실장과 전화 인터뷰했다.

 

- 이번 ‘겁나지가 않어’ 영상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사실 선전실장으로서 통상적 업무이긴하다. 조합원에게 총궐기 일정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고 평소에도 포스터, 유인물, 영상 등으로 노조 활동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기획을 하면서 새로운 게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최근 가수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를 패러디하고 이를 따라하는 챌린지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도 이걸 한번 해볼까 생각했고 이제는 합의가 타결됐지만(15일 기준) 화물연대 파업 등 현안과 맞물려서 이에 맞춰 개사하고 가수로 임원을 섭외했다. 이 정도로 좋은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 공공운수노조 계정을 살펴보니 하루 만에 2만6000회가 나온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보통 수백~수천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경우가 없었다. 조합원들에게 봐달라고 사정하는 것이 노동조합 유튜브다. 사실 노조가 알려야 하는 내용이 정해져 있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면 어떤 분들은 ‘왜 노조가 그런 이야기를 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싶어서 시간을 들이고 내부 논의도 깊게 갖고, 제안도 적극적으로 해보면서 만들었다.”

- 가사는 직접 쓴 것인지? 편집은 직접한 것인지? 노조 임원을 가수로 섭외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직접 개사했다. 기획과 편집 등 선전실에 소속된 3명이 역할을 나눠 했다. 처음에는 장기하의 원곡과 비슷한 길이로 준비했고 아예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처럼 준비했는데, 대중적으로 가닿지 못할 것 같아 지금처럼 짧은 모양새로 가다듬었다.

가수로 섭외한 임원은 공공운수노조 박해철 수석부위원장이다.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은 노조의 상징과도 같다.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익숙한 얼굴이다. 조합원들이 보기에 익숙한 얼굴이어야 어색한 노래를 해도 덜 썰렁할 것 같았다. 선전실에서 콘셉트를 정하고 회의 때 수석 부위원장께 노래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수석부위원장 맞춤형 기획이니 거절하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웃음) 사실 이런 식으로 선전실이 부탁할 때 임원들이 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하다. 이번 영상을 찍느라 수석부위원장이 이틀 동안 연습했고 촬영도 반나절 정도 걸렸다.”

- 왜 이 영상에 좋은 반응이 나왔다고 생각하나?

“중년 남성의 노조 임원이 영상에 나온다고 하면 사실 딱딱하고 비호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소위 ‘꼰대’ 같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한 노조 임원인 중년 남성이 나와 최신 유행하는 노래에 맞춰 까딱이고 따라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댓글 반응들을 보면 과거 집회에 참석한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이 노래를 들으니 정말 겁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같은 반응도 많았다. 과거 집회에 참석했을 때 전경이 집회를 해산하라면서 공권력을 휘두를 때, 조직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앞장서거나 수적으로 많아 보일 때 든든한 느낌을 줬다는 반응도 들었다. 과거 집회에 자주 나갔던 시민들에게 ‘겁나지가 않아’가 향수를 소환한 것 같다.”

공공운수노조가 패러디한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원곡 유튜브 영상. 

- 재미있는 가사지만 ‘탄압 얼마든지 해’, ‘민영화 얼마든지 해’의 경우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실제 해당 부분에 관해 자기검열을 했었다. 그래서 ‘탄압해보려면 해봐’와 같은 가사로 바꿔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아’라는 노래 자체가 주는 아이러니한 느낌을 더 살리려고 현재와 같은 버전으로 완성했다. ‘부럽지가 않아’라는 노래 역시 부럽기도 하면서 부럽지 않기도 하고, 또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부러워하는 세상이지만 난 그렇게 부럽지만은 않아’라는 식으로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심경을 살린 노래라고 해석했다.”

- 노조 유튜브도 이렇게 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뿌듯한 마음이 들 것 같다.

“뿌듯하기보다 부담스럽다. 앞으로 또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노조 선전실은 워낙 자원이 없다. 이번에도 편집을 담당하는 부장이 고생하셨다. 그래서 또 하자는 이야기는 쉽지 않다.(웃음) 그러나 새로운 시도는 계속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시도를 해나가는 것이 노조 선전실 역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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