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정형택)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 중 열에 여덟이 회사의 소유와 경영이 제대로 분리돼 있지 않으며 사장 등 경영진의 임명동의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본부가 여론조사기관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9일 나흘간 조합원 1105명(응답율 62.8%·694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사장 등 경영진의 임명동의제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4.6%에 달했다. 이 중 48.0%는 ‘매우 필요하다’고, 나머지 36.6%는 ‘필요한 편’이라고 답했다.

▲10일 발행된 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1면 갈무리
▲10일 발행된 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1면 갈무리

임명동의제는 직원들이 경영진을 견제하는 직장 내 민주주의 강화 취지로 2017년 10월13일 마련돼 2018년 노사 단체협약서에 명시됐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 1월 일방적으로 ‘10·13 합의’를 무효화했고 4월엔 단체협약 해지까지 통고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회사의 임명동의제 폐기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응답율도 83.3%로 높았다. 54.2%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고 29.1%도 ‘어느 정도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

SBS본부는 “임명동의제는 노사가 숙의한 결과 이상의 의미”라며 “그동안 끊임없이 지탄받았던 ‘대주주의 전횡, 방송의 사유화, 불공정성’을 끊어내자는 대국민 선언이었다. 구성원들은 이런 약속을 잊지 않았기에 한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응답자의 과반은 회사의 소유·경영 분리 정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39.2%는 ‘안 지켜 진다’고 답했고, ‘전혀 안 지켜진다’는 응답율은 15.6%로 나타났다. SBS본부는 “‘지켜진다(13.9%)’는 답변보다 4배 가까이 나타났다”며 “소유 경영 분리 제도를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임명동의제 마저 없애겠다고 나선 사측 행태가 얼마나 퇴행적인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SBS 직원들은 지난해 SBS 최대주주가 태영그룹에서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로 바뀌게 된 지배구조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TY홀딩스는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61% 가량 가지고 있다. SBS미디어홀딩스는 SBS 지분 36.92% 가량 보유한 최대 주주다. TY홀딩스는 올해 내로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합병할 계획이다.

▲10일 발행된 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2면 그래프 갈무리
▲10일 발행된 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2면 그래프 갈무리
▲10일 발행된 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3면 갈무리
▲10일 발행된 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3면 갈무리

직원들은 이에 따라 태영그룹의 SBS에 대한 장악력이 커져 부정적인 영향을 낳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69.2%가 ‘TY홀딩스 체제에서 SBS의 소유 경영 분리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보도 공정성의 경우 응답자의 65.7%가, 제작 자율성은 61.4%가 ‘TY홀딩스 체제가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 우려했다.

SBS본부는 “이는 사측이 소유 경영 분리에 대한 진정한 의지 없이 TY홀딩스 체제를 맞이하고, 최소한의 장치였던 임명동의제 마저 파기하려 한 결과”라며 “대주주와 사측은 체제 전환 전 ‘발전과 미래’를 섞어 가며 감언이설했지만, 현실은‘퇴보’였다는 사실을 구성원들이 목도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임명동의제는 경영진 감시를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가장 호응도가 높았다. 응답자의 54.5%가 임명동의제를 1순위 대안으로 꼽았다. 사장추천제(12.1%)가 그 뒤를 이었고,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11.0%) △중간평가 강화(7.9%) △경영진 불신임제(7.3%) △독립감사제(6.6%) 등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2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태영그룹의 SBS ‘강력 재투자’를 요구하는 의견서와 함께 서명지 결과를 제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대주주의 대규모 재투자 실현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선 모습. 사진=김예리 기자

조합원들은 경영진 불신임제,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 중간 평가 강화 등의 도입도 동시에 바라고 있었다. 응답자의 68.7%가 경영진 견제 방안으로서 경영진 불신임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 경우 65.2%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중간 평가 강화 필요성도 69.0%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노사 관계 책임 소재를 물은 질문엔 응답자의 47.8%가 노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사측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율은 33.0%, ‘전적으로 사측에 책임이 있다’는 14.3%로 나타났다. 4.5%는 ‘어느 정도 노조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4.1%가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양쪽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33.7%는 ‘사측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SBS본부는 10일 발행된 노보에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공동체 SBS’를 위해 노사간 지난한 논쟁, 때론 감정싸움, 치열한 숙의 끝에 어렵게 합일점을 찾아 내린 결론을 다시 원점 논의하는 건 소모적일 뿐”이라고 밝힌 뒤 “‘왜 이 논의를 다시금 해야 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과 자괴감에도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사측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앞으로도 중심을 잡고 진실 되게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