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7월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에 대해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노동계는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을 전가할 희생양 좌표를 찍었다”고 반발했다. 

언론노조는 9일 “110만 노동자 대표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마녀사냥을 즉각 멈추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 “이번 영장 청구는 ‘민주노총=코로나 4차 대유행 진원지’ ‘양경수=책임자’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정부의 형평과 원칙 없는 방역 실패 책임을 전가할 희생양을 민주노총과 양 위원장으로 좌표찍기한다는 세간의 지적이 들리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7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7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민주노총은 지난 7월3일 코로나19 사태로 더 심화되는 구조조정과 해고, 중대재해 근절, 비정규직 차별, 가구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최저임금 등의 문제를 규탄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사전에 백신을 접종하거나 PCR 검사를 거쳤고, 참가자 간 2미터 이상 간격을 유지하는 등 방역 지침을 따랐다. 

이후 민주노총 조합원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민주노총이 방역 수칙을 어기면서까지 집회를 개최했다는 책임론이 거세졌다. 김부겸 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노총 책임론’을 언급한 게 발단이었다. 역학 조사 결과 3명의 확진 경로는 집회와 무관했고 중앙방역대책본부도 ‘평균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집회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언론 등이 이후로도 검증 없이 기사를 내며 민주노총 책임론이 확산됐다. 

▲ 파이낸셜뉴스 웹사이트 관련 보도 갈무리
▲ 파이낸셜뉴스 웹사이트 관련 보도 갈무리

언론노조는 “7·3전국노동자대회를 코로나 대유행의 진원지로 지목한 보수언론은 방역당국에서 ‘노동자대회 발 감염자 없음’을 설명했음에도 후속 보도는 침묵하다, 되레 이번엔 ‘양경수 구속' 프레임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며 “‘노동자 집회=대유행’이라는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역을 이유로 집회·시위 자유를 불필요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언론노조는 “정부는 집단감염이 확인된 대형 백화점과 유통시설과 출퇴근 대중교통 규제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소규모 식당과 자영업에는 엄격한 규제를 지속해 왔다”며 “그 사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는 깡그리 무시되고 있다. 오죽하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특별보고서를 통해 ‘공공보건 비상사태가 권리침해의 구실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며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권이 보장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혀야 했을까”라고 지적했다. 

▲'타임'의 지난 6월10일 보도 ‘코로나19 감염병 한가운데 많은 의사들이 시위를 지원하는 이유’ 갈무리
▲'타임'의 지난 6월10일 보도 ‘코로나19 감염병 한가운데 많은 의사들이 시위를 지원하는 이유’ 갈무리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을 구속할 이유가 없음에도 경찰이 영장을 청구한 과잉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구속 사유인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 등이 모두 확인되지 않는단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9일 성명을 내 “민주노총과 양경수 위원장은 7.3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 핸드폰 압수와 더불어 영상자료 등을 제출했고 관련한 소환대상자들의 조사도 거의 마무리됐다”며 “양 위원장은 집회 개최 이후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도주하지 않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일상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찰의 출석요구에 성실히 임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위원장에게 적용된 죄목은 집시법, 감염병 예방법, 일반도로교통방해죄인데 법정형으로 보나 법원의 양형 기준으로 보나 결코 중대한 범죄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집회 시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 시점이었고 집회로 인해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은 점은 방역 당국의 객관적 조사를 통해 입증됐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렇듯 구속영장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경수 위원장에게 영장이 청구된다면 이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민주노총에 대한 핍박”이라며 “도대체 코로나 19를 핑계로 언제까지 삶의 도탄에 빠진 노동자, 민중의 절규를 외면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언론노조도 “경찰은 여론몰이에 깨춤 추지 말고, 양 위원장과 민주노총에 대한 과도한 수사와 탄압을 멈추라”고 주장하는 한편 “검찰과 법원은 7·3전국노동자대회의 정당성과 불가피성 등을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절차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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