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광주일보 노동조합(위원장 김지을)이 발행한 노보 2호 마지막 장은 딱 한 문장이 채웠다. “당신이 없어도 신문은 나옵니다”란 문구다. 광주일보 건물 전경 사진 위에 큼지막하게 실렸다. 

첫 번째 장은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는 문구로 시작한다. “재충전해야 회사도 이익”이라며 “체력은 국력”이고 “놀면서 가야 오래 간다”는 내용도 담겼다.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상당수가 연차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 “쉬고 싶을 때 걱정말고 쉬어라”고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 1일 발행된 광주일보노조 노보 2호 갈무리
▲지난 1일 발행된 광주일보노조 노보 2호 갈무리

 

사내에서 ‘휴가 가기’를 독려 중인 광주일보노조는 올해 한시적으로 ‘무더위 날림비’를 마련했다. 연차휴가 사용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조합원 한 명당 20만원씩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무더위를 버텨내면서 하루하루 볼만한 기삿거리를 만들어온 노조원들에게 하루 정도의 쉼과 사유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신설했다. 

광주일보노조는 노보에서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주말 끼고 3~4일 쉬는 것도 다른 직원들 신경 쓰여 눈치를 보는 형편”이라며 “회사가 인력을 뽑지 않으면서 생기는 고민을 애먼 직원들이 스스로 양보하면서 해결하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휴가가는데도 노트북 가져가서 기사를 써 올리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실태를 밝혔다.

광주일보노조는 이어 “코로나19와 폭염을 이겨내면서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궁금해할 이슈를 선점해 매일 독자들 입맛에 맞게 풀어내려면 잘 쉬어야 한다”며 “코로나에, 밤에도 식지않는 열대야로 힘겹기만 한 도심 속 익숙한 풍경에서 벗어나면 자신만의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창의성도 쉬고 생각하는 동안 더 활성화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발행된 광주일보노조 노보 2호 갈무리
▲지난 1일 발행된 광주일보노조 노보 2호 갈무리

 

노조는 특히 “회사의 밝은 미래와 나라 경제를 위해서라도 휴가를 열심히 쓸 필요가 있다”며 데스크급 조합원들에게 “눈치보고 (휴가) 못 가는 후배 노조원들을 위해서라도 먼저 나서 달라”고 권했다. 

부족한 휴가 일수는 지역 언론계 공통의 문제다. 대다수 언론사가 열악한 재무 상황 등의 이유로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때문에 광주일보 노조의 ‘무더위 날림비’는 지역 기자들 사이에서도 소소하게 입소문이 퍼졌다. “휴가 독려 모습이 보기에 좋다”거나 “회사가 안 주는 여름 휴가비를 노조가 쏜다”며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한편 광주일보노조는 지난 4월 사측과 임금협상에서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평기자들의 임금과 사건 기자 수당 등의 인상을 타결했다. 노조는 또 지난 3월 기아자동차 협력업체인 호원 공장의 노사 갈등 이슈와 6월 양향자 국회의원 보좌관 성폭력 사건이 지면에 보도되지 않은 건 “보도 공정성과 독립성의 훼손”이라 비판하며 앞으로 노조가 주도적으로 편집국 내 부당지시와 불공정 보도 사례를 신고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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