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약 7개월가량 앞두고, 지난 5일, 여의도에 꾸려진 주요 대선후보들의 선거캠프를 찾았다. “캠프도 후보를 따라간다”는 한 캠프 관계자의 말처럼, 각각의 대선 캠프들은 그 규모도, 분위기도, 기자의 취재를 대하는 방식도 저마다 달랐다.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자칭 ‘시민캠프’, 규모는 가장 작아

5곳의 캠프 중 건물의 크기부터 가장 작았던 여의도 산정빌딩은 추미애 후보의 선거 캠프가 위치한 곳이다. 건물 관리인을 통해 찾을 수 있었던 추미애 캠프는 사무실이 하나밖에 없는 데다가 좁은 사무실 문이 닫혀있어 외부인이 선뜻 사무실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

“아, 문은 에어컨 때문에 닫아놓은거지 별다른 뜻은 없었어요, 다른 캠프들은 다 열어놓던가요?” 다소 폐쇄적이었던 외부 모습과는 달리, 캠프 관계자는 한껏 열린 태도로 취재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무실 내부는 칸막이가 없는 테이블을 중심으로 10자리 남짓한 사무 책상이 배치돼있었고 몇 안 되는 직원들 사이로 젊은 층 자원봉사자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경력자들이 많으면 일처리 방식이 수월할 수 있긴 한데, 여기는 능동적으로 참여한 캠프원들이 많은 만큼 분위기 자체가 재밌고 좋아요”

▲ 추미애 캠프의 사무실 입구 모습. 사진=강민정 대학생기자
▲ 추미애 캠프의 사무실 입구 모습. 사진=강민정 대학생기자

사무실 하나가 전부인 추미애 캠프는 그 안에 기자실은커녕 작은 브리핑 공간도 찾을 수 없었다. 자칫 캠프가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 창구 마련에 힘쓰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꼭 대면해야지만 소통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웬만한 전달사항은 단체 메신저 방을 통해서 전달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캠프 내 직책 같은 게 따로 없어서 그냥 대답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왔습니다”

특히 자발적인 참여 방식을 지향한다는 추미애 캠프는 ‘공보 담당자’가 따로 정해져있지 않을 만큼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분위기였다. 자리만 봐도 직급을 파악할 수 있었던 타 캠프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실제 지난달 5일 캠프에 참여할 자원봉사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하기도 했다. 추미애 후보 역시 지난 5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저에게는 시민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시민들이 캠프에 와주셔서 지금 시민캠프가 가동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결국 여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소규모의 ‘시민캠프’가 분위기는 좋을지라도, 이번 경선과 대선에서 큰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지난 5일, 대산빌딩 7층 조직본부 앞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기지부의 점거농성 모습. 사진 = 강민정 대학생기자
▲지난 5일, 대산빌딩 7층 조직본부 앞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기지부의 점거농성 모습. 사진 = 강민정 대학생기자
▲ 노조의 점검농성으로 인해 정문에 배치된 경찰들. 사진 = 강민정 대학생기자
▲ 노조의 점검농성으로 인해 정문에 배치된 경찰들. 사진 = 강민정 대학생기자

체계적·조직적인 분위기 필연캠프, 노조의 점거농성도 이어져

여의도 대산빌딩에 위치한 이낙연 민주당 후보의 캠프는 비교적 규모가 큰 편에 속했다. 7층 조직본부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서 출입 명부와 출입증을 받을 수 있었다. 관계자는 보안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입증을 목에 걸고서야 4층에 위치한 사무실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었다. 사무실 내부는 칸막이 책상과 조용한 분위기 탓인지 전통적인 회사 이미지를 연상케했다. 캠프 관계자는 취재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후보님처럼 캠프 자체도 발랄하기보다는 조용하고 진중한 분위기에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많으면 또 활기찬 분위기가 형성될 텐데 아직은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낙연 캠프는 지난해 전당대회 때부터 대산빌딩에 자리를 잡고 운영을 이어왔다. 실제로 1년 이상 함께한 캠프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운영도 가능했다.

이날 빌딩 앞에는 적지 않은 수의 경찰이 배치됐다. 처음에는 영문을 알 수 없었으나 캠프에 들어서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바로 조직본부가 있는 건물 7층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기지부의 점거농성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레미콘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과 집단해고 사태의 해결 촉구를 위해 대산빌딩을 찾았다. 언제 캠프에 올지 모르는 이낙연 후보를 기다리며 한쪽 벽면에 자리를 잡은 노조원들과 이에 대립하는 경찰들의 모습에 캠프는 사뭇 긴장감이 맴돌았다. “후보님이 같은 호남 출신이기도 해서 이쪽으로 찾아오신 것 같은데, 지금 후보님이 일정이 많으셔서 캠프를 자주 방문하지는 못하는 상황이거든요 근데 그걸 안 믿으시네요”

지하 1층에 마련된 브리핑실은 기자실이라기보다는 다목적 회의공간에 가까웠다. 이날 역시 다른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기자실 개방 계획은 없을 예정이라는 관계자 측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매주 기자간담회를 하고 계시고 온라인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최근에 강유미나 홍진경 유튜브에도 출연하셨고요, 캠프보다는 후보 개인의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좀 더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재명 캠프의 브리핑실 모습. 사진 = 강민정 대학생기자
▲이재명 캠프의 브리핑실 모습. 사진 = 강민정 대학생기자

논란 속 대변인 사퇴 있었지만, 캠프 분위기는 ‘문제없다’

바로 옆 블록에 위치한 극동 VIP 빌딩으로 향했다. 이곳은 이재명 후보의 캠프가 위치한 곳이다. 8층, 9층, 11층 3개의 층에 걸쳐 사무실이 있었지만 건물 내부에 이재명 캠프임을 알 수 있는 입간판이나 흔한 포스터도 찾기 어려웠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캠프원으로 보이는 이들의 명찰을 통해서야 겨우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사무실을 찾았지만 출입이 쉽게 허용되지는 않았다. 공보팀과의 인터뷰가 가능한지 답변을 얻기 위해 복도에서 대기했다. “저희가 보안 때문에 사무실 출입은 지금 어려워요. 전략 같은 부분도 있으니까, 이해하시죠?” 건물 복도에서 마주친 캠프 관계자는 공보팀으로 안내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공보팀 관계자는 사무실 바로 옆에 따로 마련된 브리핑실로 안내했다. 그는 기자실 개방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대학생 기자니까 언론 상황은 잘 모를 것 같은데, 요즈음에는 필요한 내용을 온라인으로 다 전달하고 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이 다 모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공보 담당자들이 자리에 없는 경우도 많아서 사전 연락이 없으면 취재가 어려우니 이점도 유의하면 좋겠네요” 비교적 자유로운 출입과 공보담당자가 아닌 캠프원과의 취재도 가능했던 타 캠프와 대조된 모습이다. 

최근 이재명 캠프에서 박진영 전 대변인이 논란 속에서 돌연 사퇴했다. 하지만 대변인의 사퇴가 캠프 전반적인 분위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가 자진 사퇴한 사안이기 때문에 캠프 분위기는 별다른 문제 없이 긍정적으로 가고 있습니다” 캠프 관계자 역시 분위기에 관해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이재명 캠프 박진영 대변인은 음주운전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한차례 논란이 있었다. 이후 박 대변인은 자진사퇴했으나 최근 이재명 후보의 과거 ‘음주운전’ 이력이 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이낙연 후보 측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하빌딩 건물 입구에 설치된 최재형 캠프 입간판. 사무실의 위치가 명시돼있다. 사진 = 강민정 대학생 기자
▲대하빌딩 건물 입구에 설치된 최재형 캠프 입간판. 사무실의 위치가 명시돼있다. 사진 = 강민정 대학생 기자

개방과 소통 중시, 하지만 논란에 대한 답변을 얻기는 어려워

야권의 주요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최재형 캠프는 여의도 대하빌딩 10층에 위치해 있다. 대하빌딩은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가 캠프를 차려 당선된 곳으로, 조선일보에서는 이곳을 ‘명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하빌딩 입구에는 이날 취재한 5곳의 캠프들 중 유일하게 최재형 캠프의 위치를 안내하는 입간판이 설치돼있었다. 

지난 2일 ‘프레스룸 오픈데이’ 행사에서 최재형 후보는 기자실을 마련하고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실제 현장에서 살펴본 기자실은 바로 옆 사무실 맞먹는 크기였다. 기자실 벽면에는 공보실 번호를 적어두고 언제든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옆으로는 캠프 사무실임을 알 수 있는 포스터와 입간판이 이어져있어 캠프원이 아닌 누구도 방문이 가능했다.

사무실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원들이 많았다. 크고 작은 회의도 사무실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공보실 인원이 자리에 없었지만 이를 대신해 다른 부서 관계자가 대신 답변하는 등 취재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다양한 세력들로 구성된 캠프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언급한 관계자는 캠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효율적인 캠프”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내부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하기보다 적극적이고 시끄러운 분위기에 가까웠다. 

기자실 개방 등 캠프 운영방식과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공감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 찾아간 캠프의 분위기도 이를 잘 따라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최재형 전 원장의 조부 고(故) 최병규 선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미디어오늘은 며칠째 최 후보의 대변인 측의 명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앞서 최재형 후보의 조부인 고(故) 최병규 선생의 독립운동가 이력에 대한 진위 여부가 후보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이 가운데 김학규 동작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최재형의 조부 최병규는 독립유공자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그 증거들을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 의혹이 커졌다. 이후 최재형 후보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고인의 유족들은 최병규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언급했을 뿐 '독립유공자가 됐다'고 주장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원희룡 캠프 내부의 다목적 공간. 사진 = 강민정 대학생기자
▲원희룡 캠프 내부의 다목적 공간. 사진 = 강민정 대학생기자

대선 후발주자, 아직은 캠프가 제대로 꾸려지지 않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용산빌딩의 원희룡 후보 캠프다. 원희룡 캠프는 한 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아직은 캠프 준비 단계라 입간판이나 선거 포스터가 많이 붙어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기자님 너무 일찍 오셨어요. 저희가 아직 정식으로 꾸려진 게 아니라서 드릴 수 있는 얘기가 많이 없는데...” 하지만 준비단계임에도 캠프 관련 취재에는 최대한의 답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12일에 완전히 지사직을 그만두신 후에,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실을 열 수도 있고, 타 캠프들처럼 운영을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캠프의 규모와 구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제 막 시작 단계니까 규모는 이제 점차 늘려갈 것 같습니다. 아직은 자원봉사자들이 많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참여해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 5일 예비후보등록을 마쳤다. 원 후보는 지난 1일 제주도지사 사퇴 기자회견을 가지고, 이틑날 사임 통지서를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퇴임식은 오는 11일 마련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12일부터는 대선 후보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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