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법원의 기자단 중심 출입 제도가 언론 차별과 위법 문제를 안고 있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언론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행사한 고도의 재량 행위로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준비서면을 내 이같이 밝혔다. 법원이 미디어오늘 등 기자단 소속이 아닌 매체의 출입증 신청을 반려한 ‘회신’은 “공권력 행사나 이에 준한 행정작용이 아니며, 매체 자체는 소송을 청구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요지다.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셜록 등 3개 매체는 지난해 말 출입 매체 등록을 위해 서울고등법원 및 서울고등검찰청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됐다. 이를 계기로 뉴스타파·셜록은 서울고검을, 미디어오늘은 서울고법을 상대로 지난달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3개 매체는 “기관이 출입증 발급을 승인해야만 기자실 출입·사용이 가능한데 기관의 거부로 기자실을 사용·출입할 수 없어 소속 기자들이 보도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이는 공권력 행사 또는 이에 준한 행정작용에 해당되며 거부 처분은 신청인(매체) 법률관계에 변동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청사.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청사. 사진=미디어오늘

 

서울고법은 먼저 매체는 소송을 청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개별 기자의 출입 신청을 거부했지 매체에 대해 거부 처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3개 매체는 기자단 가입 주체가 매체이고 각 매체 출입기자는 상시로 바뀔뿐더러, 바뀔 때마다 기존 출입증을 서로 양도할 뿐이라는 점에서 묵시적으로 출입 신청 주체는 매체로 간주된다고 보고 있다. 

서울고법은 신청 반려 회신은 공권력 행사나 이에 준한 행정작용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법원 홍보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고 청사 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일 뿐 행정기관이 우월한 지위로 행하는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는 취지다. 법원은 법관, 법원 직원, 시민들이 상시로 출입해 청사 안전 관리가 어느 기관보다 중요하고 출입이 제한된 비공개 공간도 두는데, 기자실도 개방되지 않은 장소로 출입증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실·출입증 규정이 담긴 법원홍보내규(법원홍보업무에관한내규)는 내부 규칙인 업무처리지침에 불과할 뿐 ‘법규성’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법규성은 쉽게 말해 행정규칙이 기관 밖의 시민까지 구속하는 성질로, 법규성이 없다면 기관 내부 규범에 불과해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 행정소송은 행정작용으로부터 피해를 본 국민의 권익구제 등을 위한 소송이기 때문이다.

▲주로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청사를 취재하는 서울 법조 기자단과 법원·검찰 간 관계 도식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주로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청사를 취재하는 서울 법조 기자단과 법원·검찰 간 관계 도식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서울고법은 위 주장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법원 처분은 적법하므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전제한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실 사용 허가와 출입증 발급 여부는 법원의 고도의 재량 행위고, 법원은 언론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형태로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요지다. 적법한 이유로 “(기관) 판단이 법 목적에 위배되거나 합리성·타당성을 현저히 결여해 재랑권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지 않는 한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이와 더불어 “기자실 사용 허가권과 출입증 발급 권한을 기자단에 위임하지 않았다. ‘사실상 위임’했다고 보는 건 원고의 자의적 해석”이라고 밝혔다. 또 “법원 뿐 아니라 18개 행정부처에도 모두 기자단이 있고 기자단 가입 여부는 투표로 정하고 있다”며 “정부 청사 안전을 관리하면서도 언론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사건 첫 번째 변론 기일은 오는 6월18일 오후 3시 서울행정법원 B208호 법정에서 열린다. 뉴스타파 및 셜록이 서울고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아직 변론기일이 지정되지 않았다. 앞서 서울고검 역시 “법조기자단 간사가 제출하는 언론사별 명단을 토대로 상시출입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소 제기를 각하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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