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 채용 비리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가 음해성 보도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한 언론사는 제보자를 둘러싼 음해성 소문을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보도해 결국 기사를 삭제하고 “음해성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서면 약속까지 남겼다. 성남시 공보비서관이 같은 내용을 출입기자에 제보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성남시가 보도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지역 언론계에서 나온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2월 중순 “참 이상한(?) 성남 공익제보자”란 제목의 기사를 삭제했다. 1월22일 보도된 약 3000자 길이의 기자 칼럼으로, 은수미 성남시장 채용 비리 의혹 제보자인 이아무개 전 성남시 비서관이 각종 비윤리적 행태를 보여왔다고 주장한 글이다. 이 전 비서관은 은수미 성남시장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대거 성남시 및 산하 기관에 무더기로 부정 채용된 정황을 폭로한 제보자다. 

“공익제보자? 신축년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소가 웃겠어요”라는 전언으로 시작된 기사는 “언론은 당신의 한풀이를 위해 만들어진 사조직이 절대 아니다”란 문장으로 마쳤다. “했던 일이라곤 녹취뿐이던 이상한 사람의 사적 보복이 공익으로 둔갑되고 참 말세”라는 성남시 한 지역 인사의 말도 인용됐다.

▲지난 2월 삭제된 '성남시장 채용 비리 의혹' 공익제보자 음해성 보도 갈무리.
▲지난 2월 삭제된 '성남시장 채용 비리 의혹' 공익제보자 음해성 보도 갈무리.

기사는 2월 9일 언론중재위 조정 과정을 거친 후 삭제됐다. 이 전 비서관은 자신과 관련된 기사 내용 대부분이 허위라며 보도 직후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신청을 냈다. 헤럴드경제 측은 이 요구에 ‘정정보도를 하면 편집국 내에서 더 큰 문제가 생긴다’며 기사 삭제에 합의했다. 기사를 쓴 박아무개 기자는 이 전 비서관에 반론 취재도 진행하지 않았다. 

나아가 헤럴드경제는 “향후 이 전 비서관의 공익제보 취지를 훼손하는 음해성 기사 일체를 게재하지 않는다”는 약속도 조정 내용에 넣었다. 양측은 헤럴드경제가 이행 기한 내 조정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 하루당 100만원의 배상금을 줘야 한다고 합의했다. 

왜곡 보도와 과장된 표현이 쟁점이었다. 보도는 크게 이 전 비서관이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성남시청에서 사직했고 △업무 중 비윤리적으로 녹취를 했으며 △자신을 ‘18년차 국가직 공무원’이라며 경력을 과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언중위 심리 과정에서는 이 전 비서관의 주장을 뒤집을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조정위원 사이에서도 ‘기사 논점이 사안 본질과 관련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전 비서관은 “폭행 사건은 상대방이 자신을 계단에서 먼저 밀쳐 시작됐고 사과도 상대방이 먼저 했다. 이 때문에 징계위도 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녹취와 관련해선 “업무 특성상 자동 녹음 앱을 켜놓았기 때문에 쌓인 기록이었고 추후 일부를 제보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언중위에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은 언론에 ‘18년차’라고 밝힌 적도 없었다. 이 전 비서관의 공무원 경력은 햇수로 17년이었다. 

▲문제 보도 갈무리.
▲문제 보도 갈무리.

보도가 지역에서 논란이 된 이유는 성남시청 공보팀 변아무개 비서관이 출입기자에게 같은 내용을 제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변 비서관은 은 시장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포함해 현재 수사 중인 부정 채용 및 경찰 수사 정보 유출 사건의 언론 대응 담당자다. 

한 일간지의 성남시 출입기자는 변 비서관으로부터 헤럴드경제 보도와 같은 내용을 전달받으며 ‘왜 이런 건 기사로 쓰시지 않으시냐’고 제안을 받은 것. 시점도 헤럴드경제 보도가 나오기 하루 전이었다. 때문에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문제 보도도 변 비서관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퍼졌다. 한 기자는 제보자 측에 ‘언중위에 정정보도 신청을 꼭 내라’고 조언도 했다.
 
성남시의회 질타도 있었다. 지난 1월27일 열린 행정교육체육위원회 임시회에서 안극수 시의원은 “공보비서관이 헤럴드경제에 공익제보자에 대해 굉장히 음해하는 내용으로 여러 가지를 제보를 해 준 것 같다”며 “채용 비리 사건에 연루된 공보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언론플레이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순진 성남시 공보관은 당시 “(제보는) 일단 개인적 사항이라고 판단된다”며 “이 전 비서관(제보자)도 계속 언론 제보를 하는데 만약 제가 (사건에 관련된) 개인입장이었으면 그런 내용을 가지고 제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변 비서관은 19일 “어떤 답도 하고 싶지 않다. ‘공익 제보자 공격’ ‘음해성’ ‘허위 사실’ 등의 표현은 이미 프레임을 가지고 사안을 보기 때문에 질문에 답을 거부한다”고 밝힌 뒤 답변을 거부했다. 칼럼을 쓴 헤럴드경제 박아무개 기자는 “(이 전 비서관 측의 허위사실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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