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조선일보와 채널A, 한겨레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단독보도가 하나씩 나왔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내일 부친 모시고 사전투표”를 보면 윤 전 총장 측은 윤 전 총장이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모시고 오전에 사전투표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이 최근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국민의힘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에 발맞추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고 해석했다. 채널A도 같은 내용을 단독보도라며 출고했다.   
 
한겨레는 이날 오후 “윤석열 대학 동기들 ‘윤 일대기’ 출간 준비…대권 띄우기?”란 제목으로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들이 윤 전 총장 관련 책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과 윤 전 총장이 이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집필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측근들이 ‘윤석열 띄우기’라는 사전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단독보도
▲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단독보도

두 소식의 취재 경위와 기사 톤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건 윤 전 총장 측근들이 윤 전 총장의 행보를 적극 돕고 이를 윤 전 총장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날 오전 윤 전 총장의 사전투표 사실을 알리며 아버지 윤 명예교수가 거주하는 ‘서대문구 남가좌동 투표소’라고 사전투표 장소까지 언론에 알린 것은 사실상 기자들에게 이날 와서 사진을 찍어 보도해 달라는 메시지다. 이후 윤 전 총장이 사전투표를 2일 오전 11시에 할 것이란 기사도 나왔다. 

“윤석열, 내일 서울시장 선거 사전투표 한다..메시지 주목”(뉴스1, 1일)
“"투표하면 바뀐다"는 윤석열, 내일 사전투표···메시지 내놓을까”(서울경제, 1일)
“'메시지 정치' 윤석열, 내일 부친과 사전투표…무슨 말 할까”(머니투데이, 1일)
“윤석열, 오늘 서울시장 사전투표..정치 메시지 내놓을까”(뉴스1, 2일)

매체들은 윤 전 총장이 사전투표장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4분경 서대문구 남가좌동 투표소에 아버지와 함께 나타났다. 기자들은 윤 전 총장에게 ‘보통 투표장에 부인과 함께 오는데 부친과 함께 오신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고 윤 전 총장은 “아버님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총장직 사퇴 후) 첫 공식일정으로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선택한 이유’, ‘사퇴 이후 정치적 행보를 두고 검찰 내에서 중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온 점에 대한 입장’, ‘오늘 행보를 대권행보로 해석해도 괜찮을지’, ‘추후 입당 등 정치적 행보 언제쯤 보일지’ 등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투표장 방문소식을 전하며 언론은 윤 전 총장 ‘침묵’에 집중했다.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는 “윤석열 "부친 기력 전 같지 않아서"…정치발언 없이 사전투표”에서 “법조계와 정치계에서는 윤 전 총장이 투표장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으며 본격 정치 활동에 나설 것이란 예측을 내놨으나 윤 전 총장은 ‘침묵’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그 외에도 “윤석열, 부친과 사전투표…'대권행보냐' 질문에 침묵”(뉴시스), “윤석열, 부친과 함께 사전투표..지지자 환호속 묵묵부답”(연합뉴스) 등 통신사들의 논조를 대다수 매체가 따라갔다. 

언론사들은 1~2일 이틀간 윤 전 총장의 사전투표 소식을 알리고 투표장을 찾아 향후 정치행보 일정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언론보도만 보면 윤 전 총장이 정치적 발언을 삼가며 매사를 조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행위 하나하나가 정치적 행위다. 윤 전 총장은 공식적인 정치참여 선언을 하지 않은 채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 관련 뉴스를 생산해내며 체급을 올리는 형태로 정치적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31일 윤 전 총장 팬클럽 열지대는 윤 전 총장의 유년시절 사진을 공개했고 이는 시사저널 등이 기사화했다. 단지 그가 전직 검찰총장이었다면 이유만으로 이정도 주목을 받긴 어렵다. 여권에선 그의 최근 언행을 정치행보라며 비판했고, 야권에선 큰 의미부여를 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차기 대선도전 의사를 밝힌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어느 일반인이 자기가 어디 가서 누굴 모시고 사전투표를 한다고를 기자들에게 알리겠냐”라며 “그럴싸한 이야기, 애매모호한 표현, 그런 행보로만 인기만 얻으려 하면 권력을 탐할 뿐이지 그 권력으로 세상을 바꾸거나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정치인의 책임은 보이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전 총장 사전투표 예고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관련 비판의 소리가 있었다. 공직자가 정치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 행동을 했었느냐에 대한 비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전투표 일정을 기자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내가 보기에 그 자체가 커다랗게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의 이런 해석차만 보더라도 그는 이미 정치 한복판에 위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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