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했지만 온통 기호 1번과 2번 뉴스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서울시장 후보 중 박영선·오세훈 후보를 제외하고 소수자·약자 관련 공약을 중심으로 여타 후보들을 살펴봤다. 대다수 후보들은 선관위에 5개씩 주요공약을 제출했다. 

이번 선거가 전임 시장의 성폭력 사건에서 시작한 만큼 성범죄를 넘어 성평등·젠더 등의 관련 공약을 내놓은 후보가 적지 않았다.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기호 11번)는 ‘여자 혼자도 안전한 서울’ ‘여자 혼자도 일하기 좋은 서울’ ‘여자 혼자도 내집 갖기 좋은 서울’ ‘여자 혼자도 나이들기 좋은 서울’ ‘여자 혼자도 자라나기 좋은 서울’ 등 5가지를 공약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기호 6번)는 2순위 공약으로 ‘성평등 서울’을 내걸고 취임직후 공직사회 성폭력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25개 보건소에 미프진(임신중지 의약품) 상시 구비, 무상생리대 도입, 서울시 여성전문 공공병원 건립 등은 다른 후보와 차별성있는 공약이다. 

▲ 4월7일 보궐선거 서울시장 후보들. 사진=선관위
▲ 4월7일 보궐선거 서울시장 후보들. 사진=선관위

 

오태양 미래당 후보(기호 8번)은 50% 여성할당제 및 여성청 신설을 공약했다. 서울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별정직 공무원·고위임원 50%에 여성을 할당하고 10대 청장 중 70%를 비남성으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송명숙 진보당 후보(기호 12번)는 ‘결혼하지 않아도 당당한 서울’에서 서울형 직장내 성폭력 피해자 실업수당 지급, 30인미만 사업장 성범죄 실태조사 의무화 등을 내걸었다. 서울시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은 송 후보뿐 아니라 신지혜 후보와 오태양 후보도 내건 공약이다. 생활동반자는 혼인관계가 아니더라도 동거인으로서 각종 법적 관계를 보장하는 제도다. 

신지예 무소속 후보(기호 15번)는 3순위 공약 ‘평등한 서울, 안전한 서울을 만듭니다’에서 시장 직속의 독립기구로 젠더폭력전담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 구제와 사법처리에 대한 과정을 전담하겠다고 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 확대와 성별임금격차 조정 계획 수립도 약속했다. 

성소수자 공약을 따로 내놓은 후보들도 있다. 

오태양 후보는 ‘성소수자 자유도시 서울 선언 및 동성결혼 지원조례 제정’을 1순위 공약으로 내놨고, 신지예 후보는 서울시가 퀴어문화축제를 공식 후원하겠다고 했다. 

소외된 노점상 위한 공약도
 
송명숙 후보는 생계형 노점상을 위한 공약을 내놓았다. 여기서 생계형 노점상은 자본을 가지고 여러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들이 아닌 노점상이 유일한 생계수단인 이들을 말한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법 정비, 당사자를 배제한 노점상 감축정책 중단, 도시 미관 위주의 전시행정사업 폐기, 노점상에 대한 불법갈취 근절, 반인권적 용역폭력 근절과 불법명도집행 처벌 강화 등을 약속했다.  

▲ 4월7일 보궐선거 서울시장 후보들. 사진=선관위
▲ 4월7일 보궐선거 서울시장 후보들. 사진=선관위

 

기본소득, 재난지원금 등 

무조건성·정기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기본소득과 조건성·일회성 성격이 있는 각종 수당은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최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기본소득도 주목받는 이슈다. 

신지혜 후보는 기본소득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제정당인 만큼 1순위 공약으로 모든 서울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약속했다. 순세계잉여금을 활용해 연 30만원, 토지세 입법으로 연 70만원, 탄소세 입법으로 연 120만원을 약속했다. 

오태양 후보는 청년기본소득을 주장했다. 만 19~34세 청년에게 3년간 월 10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청년 8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월 100만원 지급을 시범사업으로 하겠다고도 했다. 한편 오 후보는 반값등록금을 시행 중인 서울시립대를 무상 서울시민대학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안도 함께 선보였다. 오 후보는 기본소득과 함께 주4일제도 약속했다. 

이수봉 민생당 후보(기호 9번)도 3순위 공약으로 서울형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청년(25~35세), 중년(36~50세), 장년(51~60세)에 월 80만원씩 각 1년 보장, 만 18세까지는 소득분위에 따라 최고 23만원에서 최저 4만6000원씩 차등 적립해주는 서울형 기본자산도 약속했다.  

기후위기, 탄소중립 주요 의제로

기후위기 관련 공약도 적지 않았다. 

신지혜 후보는 2040년까지 서울 탄소 배출량 중립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채식지원 조례 제정 등을 약속했다. 오태양 후보는 수도권통합 녹색교통카드제 도입(대중교통 등 이용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과 각종 버스·따릉이 등을 통합이용하는 교통카드)과 탄소제로청 신설을 주장했다. 

송명숙 후보는 4순위 공약으로 ‘테헤란로를 2차선으로, 탄소제로 시스템 전환’을 내걸고 탄소제로 교통시스템 전환과 무분별한 토건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지예 후보는 1순위 공약으로 모든 법정계획을 2050 탄소중립에 맞춰 전면 수정하겠다고 선언했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부동산 정책

LH 직원 투기의혹 사건으로 부동산 이슈가 불평등 핵심 의제로 더 주목받고 있다. 송명숙 후보는 1순위 공약으로 ‘부동산 특권 해체’를 걸고 “집을 소유와 투기 대상이 아니라 모든 곡민이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공공임대주택을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고 서울형 주거급여로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이수봉 후보는 부동산 담합비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며 LH사태 척결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지예 후보는 임대주택의 자치구별 균형배치, 재개발·재건축 총량제 실시 등 주택에 초점을 둔 정책이 아니라 주거정책으로 편안한 삶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기호13번이니까 13% 감면? 이색공약들 

독특한 명칭의 공약도 있었다. 배영규 신자유민주연합(신자민련) 후보(기호 10번)는 1순위 공약으로 에덴동산 문화예술공원 100만평 조성을 내걸었다. 경부고속도로 한남IC 이남과 경의선 중앙선 시내구간을 복개해 생태환경을 복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에덴동산은 기독교에 등장하는 낙원을 가리킨다. 배 후보는 3순위 ‘메디컬시티 조성’ 공약의 목표를 “코로나와 같은 질병으로부터 지키는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노아의 방주 역시 성경에 나오는 배를 뜻한다. 

기호번호를 활용한 공약도 있었다. 정동희 무소속 후보(기호 13번)는 “부동산 가격 13% 하락”, “세금 13% 감면”, “서울시 공기업 13% 매각해 민영화”, “출산율 13% 업, 자살율 13% 다운”, “행복지수 13% 업” 등을 5대 공약으로 제출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기호 7번)는 예산을 아껴 서울시 예산의 70%를 시민에게 돌려주고, 자신은 무보수로 시장직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국민배당금 1인당 20만원, 결혼·주택자금 1억5000만원, 출산수당 3000만원 등을 약속했다. 또 연애공영제를 실시해 미혼자에게 매달 20만원씩 연애수당을 주고 결혼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한편 허경영 후보는 타 후보와 달리 선관위에 공약을 4개만 제출했다. 이도엽 무소속 후보(기호 14번)는 26일 현재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5대 공약을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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