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눈물은 보통 ‘악어의 눈물’로 비유된다. 정치인도 슬플 일이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눈물을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감정의 문제이기도 해서 정치인의 눈물은 효과가 없지 않다. 

다만 시민들 보기에 진정성이 부족해 보이면 그만큼 쉽게 입방아에 오르기 마련이다. 2014년 정몽준 당시 서울시장 후보는 아들이 세월호 참사 관련 ‘국민이 미개하다’고 발언한 것에 사과하며 눈물을 보이려 했지만 제대로 눈물이 나지 않자 누리꾼들이 ‘즙을 짜낸다’며 ‘정몽즙’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눈물을 잘 활용하는 정치인이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오세훈)가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눈물’ 관련 단어를 언급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스스로 걷어차며 시장직을 내려놓은 과거를 반성하는 동시에 박근혜 탄핵 이후 연이어 주요 선거에서 지고 있는 국민의힘 주자로서 반성하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어서라고 해석할 수 있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연 2011년 8월21일 기자회견 장면. 사진=노컷뉴스
▲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연 2011년 8월21일 기자회견 장면. 사진=노컷뉴스

과거에도 오세훈은 자주 울었다. 2007년 9월21일 세계 치매의 날 기념식에서 수기당선작을 들으며 손수건으로 눈을 감싸는 사진이 보도됐고, 2009년 세운상가 녹지광장 준공식에서 공사 중 과로사로 순직한 SH공사 직원을 언급하며 손수건으로 눈을 닦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오세훈의 눈물이 화제가 된 건 그의 최대 실책으로 평가받는 2011년 단계적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사건이었다. 

8월21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그는 “24일 있을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어 책임을 다하겠다”며 “주민투표가 대선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였다. 당시 노컷뉴스는 이 소식을 전하며 “오 시장은 기습 폭우로 인한 수해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에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며 “진정성을 보여주는 모습이기 보다는 일종의 쇼 같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투표율 저조로 주민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했고, 오세훈은 차기 후보 준비 등을 위해 당분간만 시장직을 유지해달라는 당의 부탁을 거절하며 곧바로 시장직을 내려놨다. 이틀 후인 8월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도 오세훈은 눈물을 흘렸다. 

▲ 2011년 8월26일 투표율 저조로 무상급식 주민투표함조차 열지 못한 채 서울시장직을 내려놓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울먹이는 모습. 사진=노컷뉴스
▲ 2011년 8월26일 투표율 저조로 무상급식 주민투표함조차 열지 못한 채 서울시장직을 내려놓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울먹이는 모습. 사진=노컷뉴스

오세훈의 눈물은 그의 정치적 오판을 가려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오세훈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했다. 상대당인 정세균 당시 후보는 거물급 인사임에도 성실하게 바닥 민심을 훑었지만 오세훈은 노원구를 방문해 지지유세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고 선거기간 동안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이 반짝 오르기도 했다. 김무성 당시 당대표가 험지 출마를 요구했지만 수도권 민심이 중요하다며 종로에 출마했던 오세훈은 정세균 후보에게 무려 11%p차로 졌다. 자기정치에 집중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별다른 정치활동을 하지 못한 오세훈은 종종 부적절한 언행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9년 4월 노회찬 전 의원을 향해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고인 모욕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같은해 9월 전광훈 목사 등이 나오는 집회에선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습관성 거짓말 증후군, 중증환자”, 문재인 대통령에겐 “거기에 버금가는 환자”, “중증치매환자” “독자자 문재인을 헌정유린 죄목으로 파면한다” 등 소수자 비하발언과 도 넘은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관련기사 : 오세훈 “중증치매환자, 독재자 문재인” 과거 연설에 “저질 막말”]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엔 자신이 2004년 주도해 통과한 공직선거법을 무시한 채 선거구민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검찰은 기소유예(혐의는 있지만 기소는 안하는) 처분했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던 오세훈은 낙선했다.

이번 4·7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오세훈은 유튜브 고성국TV에서 ‘지역구에 특정지역 출신, 3040, 조선족이 많아 총선에서 졌다’고 말해 다시 혐오발언으로 비판받았다. 

▲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눈물 장면에 주목한 국회방송 지난 4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눈물 장면에 주목한 국회방송 지난 4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각종 논란 끝에 나경원 후보와 함께 국민의힘 당내 유력주자로 떠오른 오세훈은 다시 눈물과 가까워졌다. 

오세훈은 지난 4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수락 연설에서 “지난 10년간 죄책감과 책임감이 가슴에 쌓여 용서받을 수 있는 날을 준비해왔다”며 연설 내내 울먹였다. 지난 23일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결과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회견 내내 눈시울을 붉히거나 울먹였다. 

24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는 오세훈과 안 후보가 함께 참석했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이번 선거에 적극 역할을 하겠다는 연설을 하자 오세훈은 “가슴이 벅차오른다. 정말 울컥하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오세훈의 눈물에 대해선 여전히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가능하다. 자신과 당의 한계를 감성으로 돌파하기 위한 무기, 이미지 정치에 불과하다는 평이 가능하지만 현 시점에서 오세훈의 눈물로 참회하는 이미지 세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반성과 겸손의 자세로 임해야 할 캠프는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여당이란 점에서 결과적으로 야권의 행보가 더 나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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