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 등 일부 매체와 국민의힘 등 야당이 ‘한명숙 살리기’에 나섰다는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한명숙 전 총리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사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고,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뉴스타파 역시 이 사안은 한 전 총리의 자금 수수 여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왜곡된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라는 주제로 검찰의 수사과정에 대해 보도를 이어가던 중 지난해 5월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하는 과정에서 검사가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하라고 회유하고 압박한 정황을 보도했다.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가 아니라 검사가 위증을 시켰느냐의 문제다. 

이 문제를 처음 보도한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 1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도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난 한 전 총리 불법자금 수수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다투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 문제는 위증하라고 회유하거나 압박한 적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검찰이 위증을 교사했다면(모해위증교사) 이 역시 사실관계를 가려 법적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유는 이 사안에 대해 대검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들 눈에는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로 보일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을 조선일보는 한명숙 사면을 위한 전 단계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한명숙 유죄 못뒤집자 檢수사 흠집내기…사면까지 노려”에서 “여권에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무리할 정도로 집착하는 것은 그가 민주당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보도했다. 

▲ 지난 18일 조선일보 4면
▲ 지난 18일 조선일보 4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아직 정치인 사면을 검토한 적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미리 말하긴 어렵다”고 한 부분을 인용하며 이 신문은 “4월 재보선 이후 국민 화합을 내건 정치인 사면론이 제기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정치인 사면’ 관련 발언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한 답변이지만 이 신문은 한 전 총리 사면 가능성으로 이를 해석했다. 

대검은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22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에서 한 전 총리를 무죄화하려고 하는 그런 시도가 다시 무산됨으로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키는 일 역시 이거로 일단락해서 국민들게 짜증을 내게 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엄정하게 경고한다”고 말했고,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박 장관을 앞세운 문 대통령과 친문세력의 한명숙 구하기는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검찰의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날 조선일보도 사설 “1억 수표 나온 한명숙 수뢰 뒤집기,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에서 “한 전 총리는 친노세력의 대모로 불린다”며 “정권도 이제 한명숙 무죄 만들기 억지를 그만둘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역시 검찰의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선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 “검찰의 한명숙 위증교사 사건 불기소 결정과 남은 과제”에서 “검찰이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사망)에게 강압수사를 하고, 재소자와 유착해 위법·부당한 수사를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수사에 협조한 재소자는 가족을 불러 음식을 같이 먹게 하는 등의 특혜를 주고 검찰 말을 듣지 않는 재소자는 별건 수사를 암시하며 압박한 정황도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부당하고 위법한 수사관행을 일소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도 사설 “‘허위 증언’ 무혐의 결론, 부당한 수사 관행 살펴야”에서 “‘한명숙 살리기’나 ‘법무부-대검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릴 뿐”이라며 “불필요한 논란을 벌어기보다는 부당한 수사 절차와 관행을 바로잡아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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